90초의 비밀
기쁨, 두려움, 분노, 슬픔, 설렘 …
감정은, 우리가 인간다움을 이루게 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그러나 때로는 이 감정들이 우리를 지배하고 삶을 무겁게 만들기도 한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기분을 망치고, 예기치 못한 사건에 며칠간 불안이 이어지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낯설지 않다.
분노는 하루 종일 우리를 잠식하고, 불안은 밤새도록 가슴을 짓누른다. 우리는 종종 감정을 끝없이 이어지는 강물처럼 생각한다.
질 볼테이 테일러(Jill Bolte Taylor) 박사는 37세에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하버드 의대에서 신경해부학을 연구하던 과학자에게 찾아온 돌발적인 사건이었다.
말은 끊어지고, 논리는 무너지고, 일상의 모든 질서가 낯설어졌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무너짐 속에서 그녀는 새로운 세계를 만났다. 좌뇌의 기능이 꺼져가면서, 평소에는 가려져 있던 우뇌의 감각이 눈부시게 살아났다.
그녀는 자신이 연구하던 뇌 속에서 벌어지는 일을 직접 체험하게 됐다. 감정이 어디에서 시작되어 어떻게 흘러가는지, 그리고 특정 자극에 의해 활성화된 감정 회로에서 분비되는 화학 성분들이 실제로 우리 몸에 영향을 미치는 시간은 단 90초라는 것도 밝혀냈다.
화가 치밀어 오를 때, 뇌는 즉각적으로 화학적 신호를 내보낸다. 심장이 빨라지고, 혈압이 오르고..., 하지만 그 생리적 반응은 겨우 90초면 사라진다. 감정의 파도는 생각보다 짧고 단순하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어떤 감정에는 며칠씩, 심지어 몇 년씩도 묶여 사는가? 그것은 감정 자체가 오래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 감정을 붙잡고 끊임없이 되새기기 때문이다. 기억을 반복하고, 장면을 다시 떠올리고, 이렇게 감정을 늘려가는 것이다. 결국 90초 이후의 감정은, 내가 붙잡고 키운 그림자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 때문에 오늘 하루 종일 화가 났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90초 이후에도 계속해서 그 화를 계속 붙잡고 있는 나 자신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진실은, 감정이 나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감정을 선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나는 원래 예민해.”,
“나는 화를 잘 못 참아.”
이런 말들로 오랜 시간 자신을 규정해 왔다면, 90초의 법칙은 말한다.
“당신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고…, “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순간이나 불안이 몰려올 때, ‘90초 법칙’을 적용해 본다.
첫째, 스스로에게 말한다. “잠시만, 90초만 기다려 보자.”
둘째, 4초 동안 코로 숨을 들이쉬고, 7초 동안 숨을 참고, 8초 동안 입으로 숨을 길게 내쉰다.
셋째, 잠시 시선을 돌려, 생각의 고리를 끊어낸다.
그러면 파도처럼 솟아오르던 감정이 잦아드는 순간이 찾아온다. 처음부터 잘 되지는 않는다. 감정은 빠르고 강렬해서 거친 파도처럼 우리를 순식간에 휩쓸어 버린다. 그러나 한 번, 두 번, 세 번… 연습하다 보면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감정은 영원히 나를 붙잡을 수 없다는 것을, 내가 붙들지 않는다면, 그것은 흘러가버린다는 것을…,
그리고 이 원리를 알면 타인의 감정에 조금 더 따뜻해질 수 있다. 누군가 순간적으로 격한 말을 내뱉어도, 그 사람을 성급히 판단하기보다 기다려줄 수 있다.
그 사람도 지금 90초의 파도를 건너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