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새로운 시작
살다 보면, 인생의 한 장이 조용히 끝나고
또 다른 장이 시작되는 순간이 있다.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깨끗한 첫 페이지처럼, 이전의 거의 모든 것을 내려놓는 순간 말이다.
내가 한국으로 이주하기로 결심했던 순간이 바로 그랬다.
고향에서 4,500km 떨어진 곳으로,
가족을 떠나고, 오랜 관계를 마무리하고,
소중했던 물건들을 정리한 뒤
새롭고 낯설지만 이상할 만큼 마음을 끌어당기는 곳으로 향했다.
나는 원래 점이나 운명 같은 것을 쉽게 믿는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이곳으로 이주하면서 ‘운명’이라는 말을 믿게 되었다.
한국을 처음 방문하기 전까지는
이런 감정이 가능하다는 것조차 상상하지 못했다.
언어도, 문화도, 사람도 모르는 나라에 처음 발을 디뎠는데
마치 ‘집에 온 것처럼’ 느껴졌다.
아무런 이유 없이, 아주 깊은 감각의 차원에서
‘아, 여기가 내 자리구나’ 하고 느꼈다.
사실 나는 이 나라를 동경해 온 사람도 아니었다.
K-pop에도 큰 관심이 없었고,
화장품이나 쇼핑을 좋아했던 것도 아니다.
K-드라마도 몇 편 정도 본 게 전부였다
(그리고 꽤 재미있게 보긴 했다).
그런데 처음 방문한 순간, 사랑에 빠져버렸다.
그리고 그 사랑은 결국 이주라는 선택으로 이어졌다.
돌이켜보면 참 아이러니하다.
어린 시절에는 북유럽 동화를 읽으며 자랐고,
청소년기에는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꿈꿨지만,
결국 마음과 영혼이 이끈 곳은 서울이었다.
이주한 지도 벌써 2년이 지났다.
적응이 힘들고 외로웠던 시간 속에서도
단 한순간도 후회를 느낀 적은 없었다.
사람마다 새로운 도시와 나라를 마주할 때
매력을 느끼기도 하고, 반대로 지루함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나에게 한국은 유난히도 놀라운 나라였다.
안전하고, 아름답고, 깨끗하며,
사소한 부분까지 편리하고,
무엇보다 음식이 정말 맛있는 곳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곳에는 오랜 역사와 전통이 살아 있고
아직도 ‘영혼’이 숨 쉬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서울의 작은 골목들을 천천히 걷다 보면
마치 영화 속 장면을 직접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 글이 번역을 통해
내 마음을 온전히 전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한국은 나에게 그 어떤 나라와도 닮지 않은,
지극히 독특하고 진정성 있는 곳이라는 것을.
열정적인 여행자는 아니지만
유럽과 아시아의 몇몇 나라를 방문해 본 경험으로 확신한다.
한국은, 정말로 그 어느 나라와도 닮지 않았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파리나 로마를 꿈꾼다
(나 역시 그랬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따뜻한 미소로 이렇게 말하고 싶다.
«혹시, 서울에 가본 적이 있는가?
정말… 대단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