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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평범 Feb 01. 2024

예민하다

목요일이라 그런가

사진: Unsplash의 Billy Pasco








1. 설이 일주일 밖에 남지 않았다.


고객들에게 설 배송 스케줄을 알릴 공지가 필요하다. 물류팀으로부터 출고 휴무 일자를 공유받았을 때는 공지를 목요일에 띄우면 되겠다 생각했는데, 막상 오늘이 되어 공지를 하려고 보니 디자인이 필요했다.


그래서 공식몰 담당이라고 내가 스스로 지정한 팀원에게 배송 공지 문안을 만들어서 디자이너에게 디자인을 요청하라고 했다. 디자이너 스케줄이 빡빡한 것을 확인하고 오늘까지는 못하더라도 내일까지는 공지가 될 수 있도록 내용을 전달하라고 했다.


내가 예전에 썼던 문안 파일을 넘겨주고, 작년 설에 썼던 게시글도 공유하면서 줄 수 있는 레퍼런스는 다 줬다. 심지어 물류팀에서 공유해 준 내용을 다시 한번 캡처해서 보내주는 친절함도 보여줬다.


그랬는데 요청한 지가 한참이 지났는데 문안 검토 요청이 안 온다. 점심시간 직전에 문안을 바로 작성해서 디자인 요청하라고 하니까 그제야 만들었나 보다. 그래, 아직은 우선순위를 잘 모를 때지. 하긴, 지금 이 팀원이 하고 있는 모든 일은 데드라인이 다 오늘, 오늘, 내일, 내일이다. 


보내온 문안을 확인했더니 날짜가 틀리다. 나름 단순한 업무였는데 내가 또 시간을 들여서 확인하고 고쳐준다. 이다음엔 공지사항 세팅하는 단계인데, 앞서했던 기능들일 텐데 아주 신입이다 보니 입사 6개월이 되어감에도 업무들이 익숙한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디자인은 마무리됐지만 결국 그보다 더더 우선순위인 일에 밀려서 오늘 공지는 하지 못했다. 내일은 꼭 할 수 있길.




2. 또 이 팀원이다.


설 프로모션 디자인을 확인하고, 설 이후에 진행할 프로모션도 이 팀원이 담당한다. 팀장의 지시대로 난 이 팀원에게 이벤트를 그냥 막 자유자재로 찍어낼 수 있는 근육을 붙여줄 것이다.


설 프로모션 디자인이 나왔다. 디자인에 대한 피드백을 주는 것도 마케터의 업무 중 하나다. 현재 같이 협업하고 있는 디자이너도 아직 1년이 되지 않았기에 피드백을 주어야 하는 부분이 많다. 찰떡같이 나오는 디자인이 아니기에 마케터의 업무가 과중하다.


다른 팀원과 팀장이 합세하여 디자인 피드백을 해준다. 잘 알아듣는가 싶더니, 엉뚱한 대답을 한다. 아닌가? 가끔 이 팀원에게 피드백을 할 때면 나도 말린다. 아니, 내가 부족한 건가?


맞다, 내가 부족한 거다.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나도 넓게 보지 못하는 면이 있다. 그리고 이 팀원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깔려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 팀원이 뭔가를 하면 '그건 틀렸을 텐데.'하고 보는 경향 때문에 팀원의 본래 의도를 잘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더라.


내가 어떤 태도를 갖고 이 팀원을 대해야 할까. 고민이다. 잘 가르쳐주자는 마음은 분명히 있는데. 분명히 있다. 왜냐하면 나는 이렇게 피드백 주는 시간을 덜 쓰고 싶기 때문이다. 최대한 많이 알려주고, 제대로 알려주고 싶은 욕심 때문에 엇나가는 걸까. 모르겠다.


설 이후에 진행할 프로모션이 아직 관련부서에 공유가 되지 않았다. 오늘은 진짜 되어야 하는데. 5시 가까이 되어도 소식이 없길래 물어봤다. 아직 메일 작성을 못했단다.


또또 이 업무가 우선순위가 된다. 바로 작성해 달라고 하니, 예상판매량에서 오래 걸릴 것 같다고 한다. 팀원의 역량 강화를 위해선 다 맡기고 싶지만, 생각해 보면 그 부분을 어떻게 이 팀원이 알겠는가. 기획도 내가 했는데. 


그래서 예전에 잡아뒀던 1분기 예상판매량 파일을 꺼내서 1월에 팔린 판매개수를 빼고 남은 수량을 2월에 다 판매하는 것으로 해본다. 그리고 단가를 넣어 예상 매출을 확인해 보니 이 정도는 팔아야 2월 목표 매출을 달성할 수가 있다. 


예상 판매량 파일을 보내고 마무리를 시킨다. 확인하고, 확인하고, 또 확인해서 결국 6시 14분에 메일을 발송한 것을 확인했다. 


발송했는데도 안 가고 있길래 뭐하는지 물어보니 메일 공유 후에 해야 할 구글 시트에 공유 등등을 하고 있더라. 안 그래도 오늘 내가 꼭! 관련 부서에 이벤트 메일로 공유하고서 구글 시트에도 관련 부서가 확인할 수 있게 적어달라고 했는데 바로 이행하는 것이다. 그 부분은 칭찬한다, 칭찬해.


퇴근 시간이 지났는데도 남아있는 팀원에게 오늘 고생 많았다고 얘기해 주었다.




3. 요즘 내가 예민한가 싶다.


한 팀원이 매번 나한테 내가 담당하는 팀원들이 공유가 안된다며 관리 좀 해달라는 식으로 요구를 한다. 신입들이라 그런 건 이해하지만 계속 얘기를 해주란 식이다. 처음에는 '그럴 수 있지.' '공유 못 받았다가 나중에 알면 짜증 날 수 있지.' 이랬는데, 본인이나 잘했으면 싶다. 잘하는 사람이 피드백을 주면 수용할 마음이 있겠는데, 본인도 앞가림 못하면서 피드백을 주니까 듣기 싫다.


팀 내에서 공유가 안되면 수습이라도 쉬운데, 그 팀원은 타 부서와의 공유가 제대로 안된다. 그러다 보니 이 팀원 때문에 다른 부서한테 업무협조요청을 받은 경우가 올해 들어 2번이나 있었다. 이 팀원은 여기서 일한 지 3년이 넘은 주임이다.


또 무슨 일이 있었냐면, 메일을 확인했는데 이유도 없이 나를 수신자로 해서 메일을 전달했더라. 뭔가 앞뒤 서사가 있을법한데 외부 메일을 띡하고 전달하면 내가 뭘 어떡하라는 거지?


그러고서 단톡방을 보니, 최근 바뀐 화장품법 때문에 확인해야 할 내용이 있었는데, 그걸 시트에 정리하면서 증거로 외부에서 받았던 메일을 보냈던 것이다.


내가 이 단톡방을 못 보고 놓치면 이 메일을 무슨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단 말인가. 메일에 개정된 법 내용을 언급하거나, 정리해 둔 시트 링크를 메일에 같이 넣었다면 내가 굳이 단톡방을 다시 들여다보며 생각할 필요도 없지 않은가. 단톡방은 특히나 놓치기 쉬운데 말이다. 


게다가 내가 이렇게 시간을 또 써야 하지 않는가. 


이 팀원이 왜 이렇게 했나 싶은 게 팀장이 '시켜서' 그런 것 같다. 팀장이 어떤 상황인지 정리해 달라고 했었는데, 그게 '시켜서' 이렇게 불친절하게 하는 건가.


심지어 내용을 읽었는데, 그 팀원이 해석하는 내용과 내가 해석하는 내용이 다르다. 본인이 인터넷에서 찾은 자료까지 첨부했으면서 그 자료는 반영하지 않고, 업체에서 일방적으로 알려준 자료에만 의존한다. 


"전 업체에서 저렇게 안내받았어요~"


내가 보기엔 업체에서 최종 답을 알려준 건 아닌 것 같고 답을 알기 위해 가는 과정에 있는 정보만 준 것 같은데 말이다. 그냥 넘어가려다 계속 질문을 하니, 그제야 업체에 다시 확인해보겠다고 한다. 


일센스가 없으니 같이 일하기 점점 어려워진다. 




4. 최근에 새로 시작한 광고로 인해 홈페이지 유입수가 엄청나게 늘었다.


어제는 확인 못했었는데, 광고를 담당하는 팀원이 효율을 알려주기에 확인하였다. 


그래서 광고 소개서도 다시 확인하고, 다음에 이 광고를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에 대해 확인하는데 확 와닿지가 않는다.


담당 팀원을 괴롭혀가며(?), 썼던 자료들과 궁금한 것들을 다 물어봤다. 담당 팀원은 쉽게 잘 설명해 주었다.


그래서 이 마음을 칭찬으로 남겼다.



근데 이렇게 캡처하고서 보니, 윗사람이 아랫사람한테 칭찬하듯 말했네. 물론, 나이도 위, 직급도 위지만 무튼 이런 느낌이 드는구나. 꼰대처럼 되고 싶진 않았는데.




5. 어제 요청받았던 거래처별 계약 내용 검토를 확인했다.


확인해 보니 다행히 추가하거나 수정해야 할 부분이 있는 자료는 아니었다. 혹시 내가 누락하고 있는 건 아닌지, 최근에 작성한 계약서가 있는데 쓰여 있는 내용과 다른 부분은 없는지 확인했다.


근데, 궁금증 하나가 남네. 또 쿠팡. 5시가 넘어서야 쿠팡에 문의를 남긴다. 요청한 부서에서는 내일까지 회신 달라고 했는데 쿠팡 답변, 내일까진 받을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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