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철, 4월의 부드러운 턱밑에서

by 주경

시험으로 요리를 한다는 건 살아오며 한 번도 생각지 않은, 불과 칼을 다루며 요리를 한다는 건 내게 낭만일까.

그저 객쩍은 농담 같은 아둔한 자아의 도피일까.

김 작가의 요철을 읽으며 어제 걸었던 길을 생각한다.

하늘에 걸린 꽃을 보며 걷노라 고꾸라질 듯 넘어질 듯 춤을 추듯 술에 취한 듯

벚꽃이라는 요철에 걸려 그리 흥얼흥얼 걷는다.

그러다 자빠져 땅바닥에 얼굴을 묻으면 해맑게 깔깔 웃는 민들레꽃 어쩌면 저리도 노랗게 숨 넘어가듯 웃을 수 있을까.

뾰족한 연둣빛 이파리가 흔들리고, 콧등에 내려앉은 꽃잎에 흠칫 놀라 바람에 걸려 휘어지는 행인. 봄바람은 저 무심한 중년의 사내 옷자락에도 파고들어 가슴을 뒤척이게 한다.

으흠, 이제 나는 집에나 가서 발을 씻고 느긋하게 누워 천장에 풍경화를 그려야겠다. 한낮의 요 철은 자꾸자꾸 나를 넘어뜨린다. 4월이라는 요철에 한 번도 넘어져 보지 못한 사람은 없을 테지만. 그 요 철이 얼마나 설레는지 그리고 얼마나 애잔한지. 까닭에 얼마나 무용한 한 철의 기쁨인지를.

여기저기서 놀래키듯 깜짝깜짝 피었다가 서둘러 사라지는 첫사랑 같은 4월. 그래 그래. 내 몸의 구석구석 염장을 질러 놓으며 요란하게 피었다가 어서어서 돌아들 가거라. 꽃 진 자리에 푸른 잎 돋아 청춘이 다시 오듯 찬란하게 푸르게 타올라라.

그렇게 집에 돌아와 히죽히죽 웃으며 가스불을 켜고 봄나물을 삶아내며 볶아내고 지져낸다. 봄이 가져다준 요 절기의 맛은 그대가 생각하는 그대로다.

발 씻은 물에서도 봄나물 뿌리에서 묻어나는 흙냄새가 난다. 요 철이야말로 촉촉이 젖은 부드러운 흙의 계절이 아니런가. 밤잠에 뒤척이는 이불에도 방긋 민들레가 웃고 부서져버린 벚꽃이 날리고 얼굴에는 고운 바람이 분다. 잠결에도 어느덧 나는 당신의 문턱에 서 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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