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겨울에 혼자 떠났던 스페인 여행을 시작으로 나는 혼자 여행하는 것에 완전 맛이 들렸다. 혼자 훌쩍 어디로 떠나는 것이 생각보다 무섭고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나는 그때부터 2019년 5월까지, 영국과 네덜란드 그리고 가깝게는 일본까지 혼자 참 잘 다녔다.
2019년 여름은 나에게 있어 엄청난 변화를 이끈 시점이었다. 건강부터 모든 것이 바뀌었다. 나는 혼자서 무엇이든 잘할 수 있는 사람이었는데, 그 여름부터는 혼자 떠나는 것은 물론 가까운 동네 어딘가를 나가는 것조차 힘들게 되었다. 여행은 당연히 꿈도 꿀 수 없었다. 차를 타고 달리면 어느 순간 내가 바깥으로 튕겨나가질 것만 같았고 늘 타던 동네 마을버스는 놀이기구보다도 무서웠다. 아마도 그 시점은 조울증이 심해진 때였을 것이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 혼자 공연도 보러 가고, 혼자 버스를 탈 수 있다. 여건만 된다면 언제든 떠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는 나의 상태가 아니라 여행이 불가능한 환경이 되어버렸다는 게 슬프지만.
어쨌든 나는 혼자서 뭐든 할 수 있는 사람이었는데, 그게 아주 일시적인 순간뿐이었다는 게 눈물 나게 아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