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11번 버스 사건 그 후

by 안유진

일 때문에 8개월간 관악구에서 자취를 했었다. 보통은 일하는 곳에서 자취방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해 다닌 적은 없는데, 딱 한 번 버스를 탄 적이 있다. 그게 올 1월 초였다. 5511번 버스에 타서 자취방 앞 정류장까지는 15분이 채 안 걸리는 아주 가까운 거리였는데, 하필 내 옆자리에 앉았던 사람이 이상한 사람이었던 거다.

5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아주머니였는데 계속해서 큰 소리로 혼잣말을 하더니 내가 내릴 때 못 내리게 다리로 막더니, 내가 그대로 내리려 하자 따라오며 손으로 밀치는 것이었다. 그 사람이 주장하는 바로는 내가 본인에게 먼저 기싸움을 걸었다는데, 나는 자리에 있던 가방을 치워주고 내내 음악을 듣다가 엄마와 통화를 했었다. 그 사람 얼굴조차 쳐다보지 않았고 일방적으로 위협을 받았을 뿐인데, 억울하다는 것이었다. 이건 담당 수사관인 형사께 전해 들었는데 마치 나에게 책임이 있다는 듯 말을 해서 몹시 불쾌했다.

상해를 입지 않은 단순 폭행이어도(밀치는 것도 폭행죄가 성립 가능하다고 한다.) 연초부터 이런 일에 휘말린 것도 짜증 나는데 가해자와 담당 형사로부터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더욱 합의할 생각이 사라졌다. 그리고 어제 검찰 송치되었다는 우편물을 받았다.

사람들 틈에 섞여 살다 보면 당연 부딪힐 수밖에 없다. 그런데 고의로 사람을 치는 것은 부딪히는 것과는 명백하게 다르다. 그 사람도 본인이 감정이 앞서 그런 행동을 한 것은 인정했고 그 장면은 버스 내부 cctv에 찍혔으며, 기사님의 증언도 있었다.

그 사람이 버스에서 내리는 날 따라 내리면서 계속해서 밀치며 위협하기에 경찰에 신고할 테니 그대로 있으라는 말을 무시하고 다른 버스를 타고 가버린 그 날, 나는 출동한 경찰을 기다리면서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진술서를 다 쓰고 자취방에 들어가 친구에게 통화하며 통곡을 했었다. 이상하게 관악구에서 자취하면서 정말 이상한 사람을 많이 마주쳤다. 이유 없이 지나다가 주먹으로 팔을 치고 지나간 할아버지 하며.

그런데 궁금한 게, 합의를 종용하는 게 잘못된 것은 아니라지만 담당 형사가 피해자와 가해자에게 번호를 교환하게 하여 사과를 받으라는 식의 제안을 하는 게 과연 맞는지 싶다. 사건이 가볍기에 빨리 처리해버리고 싶은 것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그 날 더욱 가해자가 경미할지라도 처벌을 받게 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아무튼 그 후로 버스 옆자리에 그 연령대 아주머니들만 앉으면 불안해 미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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