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불안장애가 있다. 그것은 때로는 나를 방 속에 쳐박혀있게 만들기도 하고 몹시도 불안하게 만들어 정처없이 떠돌게 만들기도 한다. 종잡을 수 없는 마음의 병이다. 나는 혹시 adhd가 아닌가 여쭤봤지만, 단지 불안이 그렇게 만드는 것이라고 하셨다.
내일은 병원에 가는 날이다. 선생님은 지난 일주일 동안 어땠는지 물어보실 것이고 나는 그에 대한 대답을 미리 준비해가야만 한다. 정신과에서의 진료 시간은 환자에게 관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일주일 동안 여지껏 그랬듯 많이 방황 했다. 나는 5월에 디자인 페어를 앞두고 있는데, 한달도 전부터 준비해야할 90% 이상을 끝내놓았다. 불안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 후로는 거의 퍼진 상태로 있다. 작업실에 가도 내내 애꿎은 먹물만 덕지덕지 칠하고, 커피만 마시다가 죄책감을 안고 집으로 돌아온다.
어제 고등학생 때 잠시 그림을 알려주셨던 선생님께 연락을 드렸다. 가끔 눈물이 난다고, 제 그림들은 단순한 배설에 불과한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선생님은 뭘 더 하려고 하지 말고, 그만 울어, 뚝! 하셨다. 그런 말을 들으면 더 눈물이 난다. '뭘 더 하지 말아라.' 이 말이 왜 그렇게 눈물이 났던지 모르겠다.
계약직으로 출근하던 8개월 동안 사람과의 관계와 맞지 않는 사회 생활로 불안 장애는 심해졌어도, 남들과 같은 시간에 같은 길을 걸어 출퇴근 한다는 것이 기뻤었다. 역시 사람은 일을 해야 한다고 혼자 뿌듯해 했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용돈 수준의 재택 근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만 서른인 나에게는 터무니 없는 경제적 능력인 것이다. 언제쯤이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아질까. 처음부터 너무 열심히 해버렸으니, 그 에너지를 다시 충전한다고 스스로 합리화할지라도 불안해하지 않는 단단한 마음을 가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