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이상하다. 누구나 감정에 기복은 있을 텐데 기분 장애라는 병이 있다는 것이. 거기다 약을 먹지 않으면 그게 조절이 안 돼 일상에 문제가 된다는 것도.
장애라는 말이 붙으면 내가 사회에서 낙오된 사람 같다. 나는 정신과에 발을 디딘 순간 이미 스스로를 낙오자라고 낙인찍어 버렸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났는데도 도무지 적응이 안 되는, 매주 가는 병원과 매일 두 번씩 챙겨 먹어야 하는 약들. 밝은 미래라고는 꿈꾸지 않은지 오래다.
오늘 아침 약을 안 먹었다. 귀찮아서. 약을 먹지 않으면 더 이상 폭식하지 않을까? 난 살기 위해 약을 먹는데, 살려고 하는 내가 가끔은 추해서 견딜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