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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륜 Jul 10. 2021

자연에 대한 태도

향모를 땋으며 / 로빈 윌 키머러


#책여행

자가격리 필요 없는, 언어장벽도 뛰어넘는 안전한 여행. 작년 이 맘 때 산책으로 시작한 식물책 여행은 잡초의 꽃이 궁금하고 포플러랑 친구 맺기까지 계속되었다. 이제 아메리카 원주민 네이션의 성원이자 생태식물학자 로빈 윌 키머러 가 쓴 『항모를 땋으며』까지 왔다.


#스스로있는

야웨 포타와토미어로 생명과 영혼이 있는 존재에 대해 사용하는 계사(繫辭 copula)다. 구약성경의 야웨Yahweh는 ‘스스로 있는 자’로 자신을 알려주셨으니, 식물을 읽는 여행자는 창세기로 믿음의 여행을 이어간다. 작가 키머러도 동의한다. “창조의 이야기들은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장”이라고. 신앙의 Genesis는 살아가는 방향을 제시하는 이정표다. 나는 식물을 읽는 여행 중에 신앙이란 무엇인지, 깊은 고민을 함께 지고 걸었다.


#저자

과학자 그리고 시인으로 사는 작가의 방향은 올곧다. 세상은 선물이며, 감사의 태도가 자연과 인간을 존중과 호혜성의 관계로 만든다고 믿는다. 과학이 아름다움을 묻지 않아도 자신은 과학자로서 사랑하는 것 밖에 할 수 없다고 고백한다. 오염된 서식처 복원의 의미와 구체적 방법을 제시하며 자연의 능력을 상기시킨다.


#아메리카 

대륙의 천 년 전 모습은 어땠을까. 유럽인들이 상상하지도 않았을 때의 그 땅. 콜럼버스가 스페인 여왕에게 투자를 요청했을 때 어떤 그림을 그렸을지 모르겠지만, 그들에게 자연은 개척이라는 명분 외에 다른 것은 없었던 것 같다. 넷플렉스 시리즈 [빨강머리앤]의 마지막 시즌에는 원주민과 만나는 에피소드가 나오는데, 마릴라는 그들을 미개인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원주민 아이를 정부기숙학교에 보내기 위해 부모와 강제로 분리시킨다. 미국도 지배자가 피지배자의 문화를 억압하고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자연과 신앙을 파괴하는 역사 위에 세워졌다.  


#자연 

힘이 쎄다. 과학은 식물이 복원생태의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저자는 과학이 가야할 방향을 원주민이 향모를 키우고 다루는 삶에 비유한다. 자연에 대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는 정치와 경제 만의 문제일까. 자연을 선물로 받을 줄 아는 "영성"이 있다면, 생명과 한 편이 되는 경제를 요구할 용기가 생기지만, 실천은 쉽지 않다고 키머러는 일침한다.


#덧붙임

나무 걱정하며 동네를 떠나왔다. 사월이 되면 벗꽃잎 흩날리던 골목이 그립다. 나만큼 나이들은 나무들이 재개발의 광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부동산 투자에 촉각이 발달하신 분들이 벚꽃나무의 세월에도 감각을 발휘해주실지. 옮겨심기에는 너무 늙은 나무에게 강남은 땅을 내어줄지. 왕년세입자의 오지랍은 책읽는 거 밖에 없어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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