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기 안내서 / 리베카 솔닛
#지도
길 잃기에 사용하는 몇 점의 지도들이라고_책의 서두를 연다. 솔닛은 발견의 의미를 재조명한다. 잃음으로 겪는 고통 때문에 두려워하는 이들을 위해 솔닛 자신의 아픈 시간들을 들춘다. 상실의 시간이 지나고 얻게 된 미지의 땅을 보여준다.
#솔닛
저작 중, 『멀고도 가까운 The Faraway nearby 2013.』이 중년 솔닛의 잃음과 찾음의 이야기라면, 『길 잃기 안내서 A Field Guide to Getting Lost 2005.』는 청년 솔닛의 경험을 반추하는 회고록이며, 역사와 예술을 사색과 통합하는 철학적 에세이다. 많은 작가들의 이 책을 인용한다. (『길 잃은 사피엔스를 위한 뇌과학』은 솔닛의 책을 읽은 후 더블 업된다)
#풍경
사진처럼, 솔닛의 문장이 내 속으로 들어왔다. 눈으로 보여주는 시와 같은 철학이라 부르고 싶다. 그림이나 영화처럼, 글이 형태를 가지고 의미로 전달되게 하는 능력이 솔닛에게 있다. 작가와 독자의 궁합이랄까. 길을 떠나기를 주저하지만 결국 떠난 길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리고 길을 잃고 두려워 하는 나를 미워하기도 한다. 어느 쪽이 나인지 구별하지 못하던 나에게 이 책은 위로가 된다.
#블루
먼 곳의 푸름_이라는 제목의 chapter가 각각의 chapter 사이에 끼워지는 편집. 다빈치가 표현한 원근감의 아련한 푸름과, 이브 클랭의 격렬한 블루와, 보편적인 멜랑콜리로 변질된 블루스 음악 이야기가 흥미롭게 연결되는, 독특한 편집이다. "세상에 이미 존재하는 무언가로부터 형태와 패턴을 발견하는" 솔닛의 글은 안내서가 되기에 충분하다.
#찾기
힘든 시간이 지난 후 맞이하는 기쁨에 대해 예수님도 말씀하셨다. 양 한 마리를 찾던 목자도, 동전 하나 때문에 무릎을 꿇던 여인도 잃음 속에서 발견했다. 잃은 그 지점에서 갈망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게 된다면 나쁘지 않다. 잃을까 두려워 한다면, 찾는 기쁨을 발견할 수 없다는 역설이 용기를 줄테니까.
#덧붙임
종이 지도들고 여행하던 때, 길을 자주 잃었다. 십 년 전, 파리 한 복판에서 데이트하던 커플에게 길을 물었다. 안내해 준 남자가 자신의 지도를 주었다. 한 손이 의수였다. 그가 준 지도를 집에 올 때까지 간직했다. 닳아진 종이로 아직 그의 얼굴을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