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륜 Jul 15. 2021

시간과 공간의 지배자들

그림자의 강 / 리베카 솔닛



#역사

사진사에서 머이브리지는 시간을 지배한 인물로 흔히 묘사된다. 역사가 솔닛이 추적한 그의 생애는 미국 서부 개척사를 배경으로 고집스러운 주연과 명품 조연들이 등장하는 한편의 드라마처럼 흥미롭다. 하지만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 솔닛의 눈! 미국사회의 조급증과 캘리포니아의 자본주의 역사를 해체한다.


#사진

시간 싸움이다. 사진은 빛을 (카메라로)싸잡아 저장한다.(아! 2000년 이후 필름에 그린다고 할 수도 없다) 사진에 남겨진 것은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그림자다. 시간과 공간을 지배하는 자가 승리하는 싸움. 19세기 초반, 탐욕의 시대에 미국 서부는 뜨거웠고 어두웠다. 서부로 가는 것은 과거를 버리고 새로운 시간을 소유하는 것을 의미했다.


#기술

대륙을 철도사업이 장악했다. 사진처럼 다른 시간과 공간을 소유하는 기술이 캘리포니아를 새로운 상징으로 만들었다. 원주민들은 보호구역으로 쫓겨나야 했고, 끝까지 저항한 모도크족의 마지막 지도자 캡틴 잭은 자신들 만의 나라에서 살고 싶다는 소망을 버려두고 동굴에서 나와야 했다.  


#열정

말馬 사랑에 혈안이 된 철도왕 릴런드 스탠퍼드(스탠퍼드대학의 창립자)는 당 대에 잘나가는 사진가 머이브리지를 고용해서 애마 옥시덴트의 움직임을 찍게 했다. 과학과 예술에 몰입된 열정남 사진가에게 캘리포니아는 부와 명예를 안겨주었다. 어린 아내의 외도로 이성을 잃고 정부를 살해하는 범죄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총

서부를 쟁취한 총을 만든 인물의 부인, 세라 윈체스터는 남편의 총에 사망한 아메리카 원주민의 영혼을 피하려고 미로를 만들고 스스로 미노타우로스가 되었다. 총을 판 전 재산으로 40 명의 인부를 고용해서 자신의 집을 지키게 하고 미로를 계속 확장했다. 실리콘밸리는 그 위에 세워졌다. 


#미국

역사 속의 인물을 따라 추적해가는 솔닛의 글은 할리우드와 실리콘밸리에서 마무리된다. "뭔가 분명하지 않은 방식으로 해체되고 탈장소화되고 비물질화된 세계"의 중심으로 두 장소를 상징화 한다. 시간과 공간을 무자비하게 지배하고 거치는 것을 소멸시키려했던 미국 역사의 양면을 솔닛은 머이브리지라는 인물과 그의 활동 속에서 드러냈다. 


#덧붙임 

재미있게 읽었는데 재미없게 리뷰하니 솔닛님께 죄송. 난 워낙 재미없는 사람입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 너무 많으면 이렇게 되는지...  솔닛님의 다른 책들을 좋아하셨다면 진이 좀 빠지실 수도 있어요. 사진을 좋아하는 분들께 강추! 

매거진의 이전글 자유의 발걸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