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안경이 지나는 자리

쇠독이 오르는 피부가 가져온 안경에 대한 관심

by 하나


어린 시절부터 난 찐금과 은이 아닌 액세서리에 대해서는 가려움이 심하곤 했다. 그래서 최소 살이 닿는 부위가 금 혹은 은 마감처리로 된 액세서리를 사곤 해야 했다. 그런데 이것마저도 그 마감이 잘 되어있지 않은 액세서리는 착용한 지 3-4시간을 못가 이내 가렵곤 했다. 그래서 이런 쇠독이 없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가려움이 없는 액세서리는 값이 비싸기도 했고, 종류도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재작년 여름쯤 한창 동글이 안경이 유행할 때가 있었다. 나도 집 가까운 안경점에서 동글이 안경 하나를 맞췄다. 생각보다 잘 어울리는 듯하여 잘 끼고 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바로 안경이 지나가는 자리마다 가려움이 점점 심해지는 것이다. 나는 그때가 여름이었기도 해서, 안경이 지나가는 자리에 땀띠처럼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인가 생각했다. 너무 가렵기도 하고 점점 상처가 심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업무를 할 때는 '블루라이트'차단 용으로라도 안경을 거의 항상 쓰는 편이기에 안경을 착용하지 않을 수는 없으니 '상처 패치'아이템은 내 얼굴에서 떨어질 일이 없이 항상 붙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안경테의 마감이 '까져'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혹시 이 상처들이 안경 때문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 생각은 이내 사실로 밝혀졌다.


바로 안경테에서 '쇠독이 올라' 얼굴 피부에까지 영향을 준 것이었다. 그때는 살짝 억울하기까지 했다. 액세서리도 마음대로 못 하는데, 나는 안경까지 편히 골라 쓸 수가 없는 운명이었던 것이다.


스크린샷 2021-08-26 오후 10.49.08.png 빨간색으로 표시한 부분이 모두 '쇠독'으로 인해 상처가 가득했었다.



억울한 건 억울한 거고, '쇠독'이 안 생기는 안경을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쇠가 없는 '뿔테'를 쓰자니, 너무 투박하기도 하고 예쁜 것이 눈에 띄지 않았다. 그래서 그때부터 나는 안경에 많은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테를 만드는 재료에도 꽤나 여러 종류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나마 '티타늄'으로 만든 쇠테들은 '쇠독'이 덜 생긴다는 것이었다.


또한 안경에 대한 관심이 생기다 보니 안경의 '테'에 대한 관심도 생기기 시작했다. 하금테가 신기했고, 그리고 최근 유행하기 시작한 '인싸 안경'인 클리어테도 새롭게 다가왔다.


안경 브랜드도 그렇게 많은 브랜드가 있는 줄 몰랐다. 국내 하우스 브랜드라는 개념도 새로 알게 되었고, 비싼 안경테 중에는 60-70만 원을 호가하는 안경테 들도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말 옷처럼 이 브랜드의 안경들은 그 브랜드의 안경을 썼구나 정도로 알아본다는 그런 것. 그러면서 점차 안경의 세계로 빠져들게 되었다.


어쩌면 '안경'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옷 보다도 더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그런 것 말이다. 왜냐하면 생각해보니 '옷'은 아무리 좋아하는 옷이라도 계절감 등이 있기에 1년에 옷을 입는 날이 정해져 있지만, 안경을 매일 착용하는 '아이웨어'인 것이다. 또한 안경은 그 사람을 볼 때, 얼굴에 착용되어 있으므로 그 사람의 '인상착의'에 큰 몫을 하는 아이템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안경의 세계를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옷보다도 더 큰 애정과 관심이 쏟아지는 품목이 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많지는 않지만, 이럴 때는 이 안경 하면서, 그날의 기분 혹은 용도로 안경을 고르는 지경에 까지 이른 것이다. 바로 daily용인 안경, 개성용 안경 등이다.


또한 그러면서 안경 렌즈에도 브랜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어떤 렌즈 브랜드는 그 고유의 마크까지 렌즈에 새겨져 있으며, 이 마크로 그 렌즈의 브랜드임을 알 수 있다는 것 등의 사실까지도 알게 되어가는 것이었다.


안경 쇠독이 불러온 나의 얼굴 상처 대참사 사건은 꽤나 슬펐지만, 그 덕에 '안경'이란 새로운 세계를 알아가고 안경은 나를 표현하는 또 하나의 옷으로 여기게 된 계기가 되었다.


현재는 '클리어테'를 쓰고 있는데, 안경의 마감이 뿔테 같은 '플라스틱'류로 마감되어있어 쇠가 바로 살에 닿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지식들을 바탕으로 정성 들여 고른 아이템이라 더 애정도 가고, 나름의 '힙'스러움도 가지고 있어 안경을 쓸 때의 기분도 더 좋게 만들어준다. 또한 피부에도 악영향을 주지 않는다. 기특한 녀석이다. 내 몸에 친화적인 안경을 고르면서, 오늘도 내 몸과 한 뼘 친해져 본다.


스크린샷 2021-08-26 오후 10.48.57.pn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내성적인 사람의 내성발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