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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백수 Mar 31. 2020

도미토리

시와 희곡 vol.3

도미토리


강백수


삐걱이는 철제 침대

내 날숨 위에서 뒤척이던 너는

혹시 나쁜 꿈이라도 꾼 걸까

그래도 다행이지

눈 뜨는 순간 우리에겐 

지난 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지루한 사실만 남으니까


약간의 밤을 함께 견디고

대단치 않게 인사를 나눈다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 믿지만

그럴 수 있는 것과 그렇게 되는 것은 별개의 일

네가 여수로 또 너는 부산으로 떠나고

나는 서울로 올라가고

책도 기억도 되지 못한 우리의 이야기는

거기서 끝


왜 그래 아마츄어처럼?

호들갑 떨지마

어차피 그런 과정이

어느 정도의 기간에 걸쳐 실행되는가

그 차이가 있을 뿐

그런 일들이야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키고 2호선을 타는 매일 위에

얼마든지 쌓이고 있을걸


술을 너무 마셨나봐

지난 밤 파티가 다 기억나지는 않아

그래 잘 하고 있는 거야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무언가가 있다

이제 그것만 잊으면 완벽한 여행이 될거야

다들 그렇게 털고 일어나서

우유에 콘푸로스트를 말아먹고 떠나면 되는 거지

연락처니 인스타 맞팔 같은 소리는 하지 말기로 해

어느 역에서 다시 만나면

우리는 그때 통성명부터 다시 하면 돼

우스울 것도 없지 우리는 아무것도 모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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