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onymDev Feb 10. 2021

코로나 시대의 개발자(재택 편)

2020년 회고

2021년 새해가 되었지만 감흥이 없다. 코로나 시대는 여전히 진행 중이기에 2021년이 새로운 시간(또는 시대)라고 여겨지지 않는다. 2021년에 대한 설렘은 없지만 2020년 코로나 시대에 여러 가지 변화를 느꼈다. 내 삶에 어떤 변화들이 있었는지 되짚어 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코로나 시대 전에도 재택근무를 종종 하곤 했다. 재직 중인 회사의 자유로운 근무 환경 덕분에 집중하고 싶을 때 "집에서 작업합니다~"말하고 일하곤 했다. 하지만 코로나 시대가 열렸고 종종 하던 재택근무는 전면으로 전환됐다.


생활 패턴(양식)이 달라졌다

평소에도 규칙적인 생활 패턴을 가진건 아니었다. 회사의 근태 문화가 자유로웠기 때문에 출근 시간에 대한 압박도 없어서 늦게 자고 늦게 출근했다. 여하튼 재택이 시작되고 더 늦게 잤다. 어치피 출근 시간 아꼈으니 그 시간에 더 자면 됐다. 집 밖에서 활동을 안 하니까 잠도 잘 안 오기도 했다. 생활패턴이 완전히 무너졌다. 잠도 더 자고 출퇴근하는 체력도 아꼈는데 내 몸에 활기는 점점 없어졌다. 식사도 회사 동료들과 외식으로 해결했는데 혼자가 되고 나니 그나마도 챙겨 먹지 않았다. 움직이질 않으니 허기가 느껴질 리 없었다. 덕분에 식사 패턴도 망가졌고 집에만 있으니 감정도 침울해졌다.


집에 물적 인적 시간적 자원을 투자하기 시작했다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 생활환경과 패턴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으니 집 내부 환경에 투자를 많이 하기로 했다. 마음에 드는 공간에 있으면 즐겁고 생산성도 높아질 것이 아닌가.


1. 집은 쾌적하고 깨끗했으면.

청소, 정리정돈, 설거지는 바로 바로하게 됐다. 지금은 작은 먼지 바닥에 하나 굴러다니는 꼴을 못 보겠는 지경이다. 나름 돈을 써서 로봇청소기를 구매해서 매일 돌리고 있다. 매일매일 매끈매끈한 바닥을 밟고 있노라면 행복하다. 정리정돈 안 하고 먼지 밟고 다니던 시절의 나의 모습이 그려지지 않는다. 한 달에 한번 할까 말까 하던 환기도 하루에 한두 번씩은 꼭 하기 시작했다. 상쾌한 공기를 위해서.


2. 내부 공간은 충분하게 그리고 분리되도록

조금 더 넓고 공간이 시원시원하게 트여있는 곳으로 이사를 했다. 넓은 공간 확보를 위해 가구와 가전은 최소한으로 구비했다. TV와 소파는 애초에 사지도 않았다. 대신 거실에 테이블과 큰 거울을 구비했다. 요리할 때 여유가 느껴졌으면 해서 최소한의 식기와 조리도구를 제외하고 주방에는 아무것도 놓지 않았다. 냉장고도 작게. 작은 방에는 침대만 두고 온전히 침실로만 활용했다.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작업실 겸(놀이방)을 큰방으로 정했다. 테이블도 넓게(240cm). 의자도 빵빵하게. 각 공간에 나름의 개성을 부여해두니 집 안에만 있어도 돌아다니면 기분 전환이 됐다.


요리를 시작했다

집에만 있다 보니 배달 음식을 자주 시켰다. 돈도 돈이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건강에 좋지 않을 거 같았다. 배달 음식은 먹고 나면 이상하게 죄책감이 든다. 신선한 음식재료를 그날그날 시켜서 신선하게 먹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마음에 드는 공간까지 갖췄으니 자연스레 요리도 즐거워졌다.


순수 일하는 시간(pure working-time)이 증가했다

재택을 하면 쉬는 시간이 없다. 주변 동료들과 일하면서 소소한 잡담도 나누고 미팅을 위해서 사무실을 돌아다니면서 중간중간 소소한 휴식시간(?)이 생긴다. 하지만 재택의 경우는 다르다. 협업 도구나 메신저를 통해서 동료들과 소통하지만 물리적 공간을 공유하진 않는다. 더욱이 원격으로 협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필요한 핵심만 짧고 간단하게 언급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재택이 만들어낸 순기능이겠지만 몸은 조금씩 망가지는 느낌이었다. 휴식을 취하면서 자세도 바꾸고 해야 하는데 아무도 나를 방해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고정된 자세로 오랜 시간 동안 앉아있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일을 하고 나면 (뿌듯하긴 하지만) 몸이 뻐근하고 머리가 '띵'해지는 느낌이었다.


퇴근이 불명확해졌다

재택을 하게 되면서 개인의 삶의 공간과 업무의 공간이 물리적 공간이 분리되지 않았다. 집이 곧 회사고 회사가 곧 집이 된 격이다. 재택에는 명확한 퇴근이 없다. 10분, 20분, 또는 30분 어쩔 땐 1시간, 2시간 거부감 없이 야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퇴근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 슬랙에 "퇴근합니다"를 선언하기 시작했다.


생산적인 저녁 시간이 생겼다

칼퇴근을 하면 저녁시간이 생긴다. 퇴근하고 지하철에서 뿌리는 시간을 벌었기 때문이다. 지하철에서 내려서 지쳐서 쓰러지기 바빴던 저녁 시간에 무언가 하기 시작했다. 낮시간은 회사를 돌보는 시간을 가졌다면 저녁시간은 나 자신을 돌보는 시간으로 활용했다. 똑같이 개발을 해도 회사의 서비스를 위해서 코드를 작성하는 게 아니라 나의 프로젝트를 위해서 작성하는 코드는 또 새로운 배움과 즐거움의 기회를 줬다. 개발자 이력서도 정리하고 수정하면서 "지금 내가 개발을 잘하고 있는가", "내가 어떤 길을 걷고 있는가"를 되돌아보기도 했다.


금전적 여유가 생겼다

3월경 주식시장이 바닥을 치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2020년 주식시장에 패배자는 없었다. 어떤 주식을 사도 수익을 올리는 시장이었다. 여유 시간이 생기면서 주식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주식투자도 시작을 했다. 나 역시도 수익을 올렸다. 주식시장이 바닥을 치는 시점 즈음에 회사에서 성과급을 받았다. 성과급이 주식 투자를 위한 밑천이 돼줬다. 국가뿐만 아니라 회사에서도 코로나 위로금을 지급해줬다. 수익은 증가했지만 집 밖을 나갈 일이 적어지니 지출도 줄었다.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IT업계의 종사자들은 코로나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지 않았으리라 생각된다.

IT 산업은 전반적으로 코로나 시대로 인해 피해보다는 수혜를 받았다. 내가 몸담고 있는 하위 산업군과 직군 역시 IT 산업의 중심에 있었고 직간접적인 부분에서 경제적 혜택을 받았다.


고용 안정성(?) 더 견고해졌다

코로나 시대로 말미암아 시장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왔다. IT업계의 주요 수입원은 온라인이다. 여행 업계, 자동차 업계, 오프라인 사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해당 업계의 고용안정성과 질이 떨어지고 있는 와중에 IT업계는 날개를 달고 더 높이 날아올랐다. 주가뿐만 아니라 최고 매출액을 갱신하는 사례가 미디어를 통해 흔하게 들려왔다.

개발자 채용 시장 역시 후끈해졌다. 토스, 쿠팡 등의 회사들은 역대급 개발자 몸값을 제시하며 개발자 끌어모으기에 혈안이 됐다. 많은 채용 포지션들이 채용공고에 올라왔다. 원격으로 면접이 많이 진행됐다. 원격 면접이 개발자로 하여금 채용시장의 접근을 편리하게 해 줬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대에 많은 개발자들의 이동이 있었으리라. 나 역시 활기찬 채용시장을 틈타 이직을 했다.


<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