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는 데 꼭 그렇게 많은 돈을 써야 할까?

'저소비 육아' 동지들을 찾습니다

by 아논

아이를 낳아 키우려면 돈이 많이 든다고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아이 한 명을 성인이 될 때까지 키우는 데 최소 수억 원이 든다고 한다. 이 숫자는 예비 부모에게는 부담감으로, 현재 육아를 하는 부모에게는 어깨를 짓누르는 무게감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정말 그렇게 많은 돈을 써야만 할까?


사실 육아라는 건 어쩔 수 없이 여러 소비를 동반한다. 안 사고 어떻게든 몸으로 때우거나 (예: 젖병 세척기와 소독기를 구입하는 대신 직접 씻고 냄비에 열탕하기) 있는 걸 활용할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예: 기저귀갈이대를 사는 대신 원래 있던 접이식 테이블에 매트만 올려서 쓰기. 참고로 둘 다 경험담이다.) 아무리 덜 사려고 노력해도 필수로 구비해야 하는 것들이 존재한다. 분유, 젖병, 기저귀, 아기옷, 유모차, 이런 것들은 사실상 대체재가 없다.


문제는 아기의 생존과 위생과 안전에 직결되는 그런 '진짜 생필품' 외에도 사야 할 것들이, 적어도 사야 한다고 '느껴지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안 그래도 사야 할 게 많은데 광고에서, 인스타에서, 심지어 부모들끼리도 '이건 필수템이다, 저건 있으면 편하다, 뭐가 아이 발달에 좋다더라' 하면서 소비를 부추긴다.


나는 애초에 그런 소비지향적인 문화에 피로감을 느끼고 멀리하던 사람인데, 육아는 그쪽 세계의 끝판왕인 것 같은 인상을 받는다. 아이에게 좋고 비싼 것을 사주고, 그것을 SNS에 올림으로써 내가 이만큼 좋은 엄마라는 것을 끊임없이 인증하고 또 인정받고 그것을 서로 모방하는 시대다.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과 '가장 좋은 것만 해주고 싶다'는 부모의 순수한 욕심이 맞물려 막연한 불안과 소비 경쟁을 낳는다.


다행히(?) 나는 인스타 같은 SNS도 안 하고, 맘카페 같은 육아 커뮤니티도 안 하고, 가끔 이렇게 글이나 쓰는 비주류 육아인이라 그런 사회적 압력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다. 그런데 그런 나조차 '우리도 저거 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 한 번씩 흔들리곤 하는데 다른 엄마들은 오죽할까.


사실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휘둘리고 싶지 않아서, 스스로 중심을 잡으려고 글을 썼다. 그리고 어차피 쓰는 거 공개적으로 써서 비슷한 결의 육아 동지들을 찾고 싶었다. 다수가 가는 길이 유일한 길이 아님을, 다른 길도 있음을 알리고 싶었다. "이거 정말 꼭 사세요"를 외쳐대는 수많은 육아용품 추천글, 협찬글 틈에서 "없어도 괜찮아요"라고 말해주는 글이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나 싶었다. 언제부터인가 다들 통과의례처럼 당연하게 생각하는 각종 아이 관련 소비에 의문을 제기하고 싶었다.


대의명분 같은 건 없었다. 소비 권하는 사회에 "No thanks"라고 답한 건 내 타고난 삐딱함과 반골 기질 때문이었다. 원래 미니멀라이프를 지향하기도 했고, 환경을 위하는 마음도 조금은 있었고, 그 돈을 아끼고 불려서 더 중요하고 만족도 높은 곳에 쓰고 싶었다. 물질적 풍요와 소비적 경험이 아이에게 마냥 좋을지도 회의적이었다. 집이 넓지 않다는 공간적 제약과 아이에게 돈을 그렇게 턱턱 쓸 만큼 여유롭지 못한 주머니 사정도 한몫했다.


다만 그런 복합적인 육아 성향을 아우를 만한 표현을 찾지 못하고 있던 차였다. '친환경 육아'는 너무 부담스럽고 범위가 좁다. '현명한 육아' 같은 건 너무 추상적이고 어딘가 가식적인 느낌이다. '절약'이라는 단어도 약간 핀트가 안 맞는다. 그나마 가까운 게 '미니멀 육아'인데 물질적 간소함에 치중한 것 같아서 살짝 마음에 걸렸다.


그러다 '저소비'라는 단어를 접하고 어, 저거다! 싶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아무것도 안 사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덜 사는 것은 가능하니까. 남들보다 덜 사든 과거의 나보다 덜 사든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방향성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신념에서 출발했는지도 크게 중요하지 않다. 사실 미니멀이든 절약이든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이든 대부분은 서로 조금씩 맞닿아 있는 개념이고 결국 비슷한 행동으로 수렴하기 때문이다. 휘둘리지 않고 본인의 주관대로 살기 위해 애쓰는 것은 모두 똑같다.


소비 자체가 나쁘다는 건 당연히 아니다. 다만 남의 시선을 의식해서 혹은 사회 분위기에 떠밀려서 원하지 않는 것에, 꼭 필요하지 않은 것에 돈을 쓰는 찜찜한 소비는 줄여도 되지 않냐는 것이다. 어쩌면 다들 속으로는 과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남들도 다 이 정도는 쓰니까, 나 정도면 많이 쓰는 편은 아니니까' 자위하며 불편한 마음을 억누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그래서 '저소비 육아'라는 키워드로 블로그에 썼던 글들을 다듬어 브런치에 연재하려고 한다. 물론 나라고 해서 모든 영역에서 하나하나 비판적으로 따져가며 저소비 육아를 실천하는 건 결코 아니지만 이런 고민과 시행착오를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사람은 원래 다수와 반대되는 선택을 할 때 불안해하지만 자신과 같은 생각, 같은 선택을 하는 사람이 한 명만 있어도 거기에서 용기를 얻으니까 말이다.


그러니 비슷한 생각을 가지신 분들의 공감도, 이 방면으로 저보다 더 뛰어난 고수분들의 조언도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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