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곡빌딩 이야기
1.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정문과 서울중앙지검 동문 사이엔 자동차들이 드나드는 도로가 있다. 그 도로 양 옆에는 빌딩 세 채가 서 있는데, '법원과 검찰에서 가장 가까운 건물'이라고 하면 다들 안다. '정곡빌딩'이다. 동관, 서관, 남관이 있다.
정곡빌딩은 해주 정씨 대종친회(이하 종친회) 소유다. 금싸라기 땅에 지어진 이 건물이 한 종친회 소유인 것을 알면 다들 부러워하지만, 사실 이 건물들이 지어지지 못할 뻔했단 사연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과거 본관 건물 신축 당시 종친회는 주식회사 한보건설로 시공사를 선정했다. 한보그룹의 정태수 회장이 당시 종친회장일 때였다. 이때 한보건설은 충청은행으로부터 200억 원을 대출받았는데, 종친회는 종중 소유 토지에 은행에 근저당권을 설정해줬다. 이 근저당권 채무에는 종친회장이었던 정 회장과 종친회 임원 8명이 연대보증을 했다.
문제는 IMF였다.
한보건설은 IMF 여파로 도산했고, 근저당권을 걸어둔 종친회 토지는 졸지에 경매에 넘어갈 처지에 놓였다. 종친회는 2000년 2월 한보건설 대신 185억 원을 변제하고 경매를 막았다. 우여곡절 끝에 정곡빌딩은 지어졌지만 한보건설은 2003년 파산했고, 정씨 종친회는 9월에 진행된 파산절차에서 불과 3억 3000만 원을 변제받았다.
종친회는 연대 보증한 8인에 대해 181억 원의 구상금 채권을 갖고 있지만 아직 제대로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종친회는 2009년을 전후해 연대보증인 가운데 일부를 상대로 181억 원을 8 등분한 22억 원씩을 달라는 지급명령을 신청했고, 확정됐다.
이후 종친회는 소멸시효 연장을 위해 10년에 한 번씩 소송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종친회는 연대보증인 가운데 한 명이었던 정보근 전 한보철강 대표를 상대로 소멸시효 중단을 위해 다시 소를 제기했다. 소장은 수취인 불명으로 공시송달 처리됐고, 한 차례 변론기일이 열린 후 종친회 승소가 확정됐다.
오늘 정곡빌딩 앞을 지나 출근을 한 김에 점심시간을 빌어 문득 써본다. 해주 정씨 종친회는 빚을 잊지 않는다.
[사진 출처: 해주 정씨 대종친회 홈페이지]
2.
너무 잠수를 많이 타서 잠수병에 걸릴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