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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익명의 변호사 May 11. 2021

'간통=주거침입죄' 공식 바뀔까

대법원 공개변론을 앞두고


1.

2015년 헌법재판소의 간통죄 비범죄화 결정 이후, 주거침입죄는 간통에 대한 형사적 단죄를 원하는 이들에게 전가의 보도처럼 쓰여 왔다. 이는 대법원의 판례 때문인데, 1984년 이후 불륜 목적 주거침입이 문제된 사안에서 대법원은 주거침입죄를 확고하게 유죄로 인정해왔다. 


대법원 83도685 사건(1984. 6. 26. 선고)에서 대법원은 아래와 같이 두 가지 요지를 설시했다.


형법상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은 주거권이라는 법적 개념이 아니고 사적 생활관계에 있어서의 사실상 주거의 자유와 평온으로서 그 주거에서 공동생활을 하고 있는 전원이 평온을 누릴 권리가 있다 할 것이나 복수의 주거권자가 있는 경우 한 사람의 승낙이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직접ㆍ간접으로 반하는 경우에는 그에 의한 주거에의 출입은 그 의사에 반한 사람의 주거의 평온 즉 주거의 지배ㆍ관리의 평온을 해치는 결과가 되므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첫 번째 요지).


아울러 동거자중의 1인이 부재중인 경우라도 주거의 지배관리관계가 외관상 존재하는 상태로 인정되는 한 위 법리에는 영향이 없다고 볼 것이니 남편이 일시 부재중 간통의 목적하에 그 처의 승낙을 얻어 주거에 들어간 경우라도 남편의 주거에 대한 지배관리관계는 여전히 존속한다고 봄이 옳고 사회통념상 간통의 목적으로 주거에 들어오는 것은 남편의 의사에 반한다고 보여지므로 처의 승낙이 있었다 하더라도 남편의 주거의 사실상의 평온은 깨어졌다 할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두 번째 요지).


위의 말을 쉽게 풀면 이렇다. 공동생활을 하고 있는 구성원 전원은 평온을 누릴 권리가 있다. 그래서 다수인이 함께 살고 있는 가운데 한 사람의 승낙이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직·간접으로 반하게 된다면, 그 주거에 들어가는 건 '그 의사에 반한 사람의 주거의 평온을 해치는 결과'가 되어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내연남·녀가 집에 들어오도록 허락했다고 해도 그 남편 혹은 아내의 '추정적인 의사(상간자가 자신의 집에 들어오는 것을 반대할 것이라는)'에 반해 진입한 것이므로 주거침입죄 유죄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게 기존 판례의 입장이었다.


2.

문제는 지난해 8월 울산지법이 기존 대법원 판례를 뒤집고 상간남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시작됐다. 이 사건(울산지법 2020노147)은 유부녀의 집에 3번 드나들어 주거침입죄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6월 집행유예 2년의 유죄가 선고된 어찌보면 흔한 사건이다.


그러나 2심은 대법원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상간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법원은 "공동거주자 중 1인인 내연녀의 승낙을 받아 평온하게 들어갔다면 주거의 사실상 평온을 해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특히 "부재중인 다른 공동주거권자(남편)의 추정적 의사 유무가 주거침입죄 성립 여부를 좌지우지해서는 안 된다"고 보아, 주거침입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남편의 "명시적인 거부 의사"가 있었어야 한다는 취지로 보이는 설시를 내놨다.


검찰은 기존 대법 법리와 다르다며 격분해 상고했다. 현재 대법원이 검토에 들어갔는데, 만약 전원합의체가 울산지법의 판단을 받아들일 경우 37년만에 판단을 바꾸게 되는 셈이 된다. 본래 서면심리로 사건을 종결하는 대법원이 고심 끝에 공개변론 결정을 한 것도 국민 눈높이를 알아보기 위한 일환으로 풀이된다. 공개변론은 6월 16일 오후 2시 대법정에서 열린다.


판례를 변경할 경우, 간통에 대한 형사처벌은 실무적으로도 불가능하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민사상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액수가 아직 낮은 상황에서(통상 1500~5000만 원) 국민들이 판례 변경(내연남·녀 집에서 성교하는 것이 주거침입에 해당하지 않는다는)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다소 회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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