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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태엽 Jun 05. 2021

기생충 신드롬↑, 정작 현실 불평등에 대한 관심은?

2020년 2월에 작성했던 글 이제야 꺼내보기

이 글은 '기생충'이 오스카를 수상한 직후인 2020년 2월, 인턴으로 일하던 내가 작성한 글이다. 그러나 이런저런 사유로(사실 그냥 위에서 까먹어서) 발간은 되지 못했다. 최근에 우연한 기회로 다시 보게 됐는데 그냥 묵히기에는 아쉽기에 늦게라도 글을 올려본다. 내가 일했던 곳을 노출할 만한 정보를 지우거나 이제는 저작권에 문제가 될 신문사 라이센스 사진들을 바꾼 것 말고는 전혀 수정하지 않았다.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하며 작년부터 이어진 '기생충 신드롬'이 계속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반지하에 대한 관심↑, 일각에선 '확대해석' 우려도

영화 <기생충> 의 배경이 된 서울의 한 동네 ⓒ김진흥/사진 저작권 = '내 손안에 서울' 뉴스

최근 영화 속에 등장한 피자 가게나 슈퍼 등 실제 촬영지들도 덩달아 유명세를 타고 있다.  심지어 세트로 만들었다가 촬영 후 철거된 '기생충' 속 기택(송강호)네 반지하집과 골목에 대한 복원도 추진되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는 12일 '고양 아쿠아 특수촬영 스튜디오'에 마련됐던 '기생충' 기택네 세트장을 복원해 체험형 관광 시설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생충'에서 특히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 건 '반지하'(Banjiha)라는 공간이다. 그 독특한 매력에 끌렸는지 전세계 언론에서 반지하에 대한 보도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외신들의 보도에서 반지하 문화를 빈부격차 문제를 방증하는 소재로 부각시키고 있는 것에 대해 "반지하 주택이 한국의 빈부격차를 드러내는 증거인 양 확대해석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들은 2003년 주차장법이 개정되면서 주택에 필수 주차공간을 확보하게 하는 등 건축 관련 규제가 강화됐기 때문에 현재로선 다세대 등 주택용 건물에 반지하를 만드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수준이고 반지하 가구의 수도 줄고 있는 추세임을 강조했다. 반지하는 이제 제도 개선과 주거문화 변화로 사라지는 과정에 있다는 것이다.



상징적 소재인 '반지하' 자체보다는 그 안에 담긴 사회 문제에 집중해야

영화 <기생충> 스틸컷/사진 저작권=CJ엔터테인먼트

그러나 '기생충'에서 반지하라는 공간은 지하실, 지상과 함께 수직적 계급 구조를 보여주기 위한 우화적 상징이다. 그렇기에 반지하라는 소재 자체보다 반지하라는 상징적 공간을 통해 보여주는 사회적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2003년 이후 반지하건축물 신축이 사실상 불가능해졌고 반지하가 점점 사라져 가는 추세지만 여전히 80년대 대규모로 공급했던 다세대 다가구 주택들의 반지하가 많이 남아있다. 5년마다 진행되는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2015년 우리나라 반지하 거주 가구는 36만 3896가구다.


또한 반지하가 줄어든다는 것이 주거 빈곤 문제의 해결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반지하와 함께 이른바 '지옥고'라 불리는 옥탑방이나 고시원으로 문제가 옮겨갈 뿐이다. 특히 고시원·쪽방·여관·여인숙 등 주택 이외의 거처 거주 가구로 불리는 비(非)주택 거주자의 수가 크게 늘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주거 빈곤 가구는 228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12%에 달한다. 또한 국토부가 2018년 '주택 이외의 거처 주거실태조사'를 통해 파악한 비주택 거주자는 수도권 19만 가구를 포함해 전국 37만 가구로 추산된다.



영화의 성공만큼이나 영화가 다루는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도 커져야


주거권네트워크와 참여연대 등 70여 개 단체는 (2020년 2월)13일 '2020 총선주거권연대'를 출범하고 주거 불평등 문제를 총선에서 집중적으로 다루겠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기생충'의 포스터를 패러디한 상징 퍼포먼스를 벌여 눈길을 끌었다. 주거복지 강화 정책보다 주거 불평등을 야기하는 실태를 비판하며 투표권 행사를 통해 이를 바꿔보자는 의미의 퍼포먼스였다.

2020년 2월 광화문, 2020 총선주거권연대/사진 = 2020 총선주거권연대 보도자료

총선주거권연대 이OO 집행위원장은 주거 불평등 문제에 대해 "주거빈곤층들은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건강과 생명에 위협을 받고 있고, 열악한 시설에 비해 과도한 주거비를 부담하고 있다"며 비적정 주거에 대한 주거·안전 기준 마련과 규제 강화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 집행위원장은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의 불평등을 단면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것이 주거불평등"이라며 "영화 '기생충'은 주거 형태를 통해 그러한 불평등을 잘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생충'과 관련해 현재 정치인들이나 지자체는 영화에 등장한 장소나 반지하 등에 대해 비즈니스 마케팅적 관심만 있는데 이런 건 사실상 '빈곤 비즈니스'에 가깝다"며 "실제로 영화가 보여주고자 했던 불평등, 특히 주거불평등과 관련해 정치권이나 지자체 차원의 논의가 나온 건 없지 않나"고 지적했다.


그는 "'기생충' 영화 속 반지하 세트를 복원하는 사업 대신 그 예산으로 현실의 지옥고 및 주거 빈곤 관련 대책부터 마련하는 게 먼저"라며 '기생충'의 영화적 성공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영화에서 다루는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도 필요함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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