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주세요"
디자이너로서 인생을 살다 보면, 간혹 듣는 말이 있다.
"화려하지만 심플하게 가능할까요?"
"귀엽고 샤프하게 해 주세요 "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 부탁드립니다"
저런 문장들을 들으면 디자이너들의 뇌는 마치 태풍의 눈에 들어온 것처럼 고요하지만 곧 휘몰아칠 태풍에 마음은 두려워진다. 이러한 곤란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많이 고민했고, 결국 가장 확실하고 심플한 해결방법은 애초에 <컨셉>을 확실하게 잡고 시작하는 것이었다. 컨셉이란 모든 디자인의 뿌리이며 해결방법이다.
그렇다면 컨셉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concept [kɔ̃sεpt] 발음 듣기 다른 뜻(1건) 예문 보기
[남성 명사] 1. 개념, 관념 2. 의미 개념 3. (상품의) 콘셉트
출처: 네이버 사전
말 그대로 개념, 즉 디자인을 할 때에도 개념을 잡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디자인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제품 디자인, 시각디자인, 인테리어 디자인, 건축 디자인. 그중에서도 제품 디자인 안에서도 소품 디자인, 환경디자인, 카디자인 시각디자인 안에서도 편집디자인, 영상디자인, 브랜딩 디자인, Ui UX 디자인, 웹디자인... 너무 많아서 다 쓰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왜냐하면 컨셉이란 개념은 결국 두 가지로 나누어지고, 어떤 디자인을 하든 간에 두 가지 개념 아래에서 움직인다는 점!
물론 분야에 따라 특성에 따라 접근하는 방법은 충분히 다를 수 있고, 또 개인마다 다루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아래 내용은 개인적인 의견이 크다는 점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말 그대로 시각적인 스타일로 컨셉을 분류하는 것이다. 가령 <포스터 디자인>을 해야 한다고 하면, 포스터의 스타일적인 개념을 잡고 가는 것이다. 해당 포스터의 성격과 목적,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 무엇을 제일 강조하고 강조하지 말아야 할지, 어떤 분위기로 나가야 하고,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지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그에 맞는 시각적 스타일을 분류해야 한다. 아래 예시를 보면
손글씨로 타이틀을 써서, 감성적이고 내추럴한 분위기를 형성.
톤과 매너를 미색으로 은은하게 표현하여 심플하게 표현.
포스터에서 어떠한 분위기, 이미지적 감성을 표현하고자 하는지 느낄 수 있다.
이 예시와 아래 예시를 비교해보면
확실한 컨셉이다.
말하지 않아도, 어떠한 이미지와 감성을 표현하고자 하는지 느낄 수 있다.
위와 같이 두 가지 극단적인 스타일로 컨셉을 분류해보았는데 물론 맥락에 맞지 않은 스타일을 입히는 것은 잘못되었지만 각 디자인에 맞는 스타일이 무조건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런 스타일을 잘 벤치마킹해서 클라이언트에게 제시하고 소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저 예쁘고 멋지게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시각적인 감성도 어떠한 기능을 하기 마련이고, 그것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결국 컨셉을 필히 잡고 들어가야 한다. 이것을 합의보지 않고 작업을 하게 되면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요구를 듣게 되어버린다.
두 번째 컨셉은 시각적인 것보다 기능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물론 첫 번째 컨셉도 어떠한 <기능>을 하지만 그것이 눈에 보이는 기능이 아닌, 감성적이고 감각적인 비선형적 기능이다. 하지만 이 두 번째 정의는 눈에 보이는 기능을 명확하게 잡고 시작한다. *시각디자인보다 제품 디자인 혹은 산업디자인 쪽 예시를 들어 설명해보면
왼쪽 이미지는, 사람들이 전시장이나 서점 등에서 관람을 하다가 바닥에 앉아서 쉬거나 책을 읽는 장면에 착안하여 디자인된 의자이다. 스티커 디자인을 한 것이 아닌 <의자의 개념> 즉 <의자의 컨셉>을 디자인한 것이다.
의자의 개념을 알고 그것을 달리 표현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면 이제 '어떻게 표현할지'는 저절로 풀리게 되는 숙제다. 소재는 뭘로 할지 모양은 어떻게 할지 색상은 뭘로 할지 깊게 고민하지 않아도 풀리게 되고, 결국 기본적인 개념을 파악하게 된다면 표현 방법에 대해서 서로 고민하고 논쟁할 필요가 없다.
두 번째 이미지는 조명의 개념을 디자인한 것이다. 전기를 쓰지 않고 <빛>을 표현하고자 하는 컨셉의 작품이다. 이것조차도 조명의 컨셉을 잘 이해하고 어떤 방향을 생각할지 잘 정리를 하면, 표현 방법에 대해서는 저절로 따라오기 마련이다. '전기 없이 조명을 표현'이 컨셉이었고 이를 잘 풀어내기 위해서 적절한 소재로 적절한 모양, 크기, 두께로 제작을 한 것이다. 이처럼 개념이 잘 정리되어 있다면 스테인리스와 나무 사이에서 고민할 필요가 없고, 아주 심플한 문제이기 때문에 왜 나무가 빛을 내지 않으냐고 우기는 요구사항들에 귀 기울여 스트레스받을 이유가 없다.
시각디자인에서 볼 수 있는 기능적인 컨셉으로는 로고 디자인이 있는데, 로고 디자인은 개인 혹은 기업의 성격을 직설적으로 표현해주는 수단이기 때문에 때로는 가장 직접적이고 직설적인, 기능적인 역할을 할 때도 있다.
굳이 설명 안 해도, 무엇을 표현하려고 하는지 어떤 기능이 들어있는지 알 수 있는 디자인이다.
1. 초콜릿 로고 2. 소주+피자 로고 3. 정육점 로고
이 디자인들의 공통점은 해당 개념들을 직설적으로 잘 풀어냈다는 점이다. 가끔 로고 디자인을 할 때에 <멋진, 미래지향적, 리더십, 활기찬, 열정적인, 럭셔리한> 등의 추상적인 말들로 판단을 흐릿하게 하는 작업 물들도 있지만 이렇게 기능적이고 직설적인 브랜딩도 존재한다.
개념이 잘 정리되어 있다면 "초콜릿 로고를 레인보우로 해주세요"라는 요구에 귀 기울여 스트레스받을 일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이 요구하는 클라이언트가 있다면, 빨리 작업을 끝내고 다른 작업을 하는 게 현명한 대처방법이다.
그러나 이러한 개념들이 잡혀도 소통이 안 되는 디자이너라면 아무리 디자인을 잘해도 리스크가 있기 마련이다. 디자이너에게 남는 건 두 가지 <컨셉>과 <소통>이라고 할 수 있다. 각 분야마다 컨셉에 접근하는 방법은 다르지만 크게 이 두 가지 아래의 컨셉에서 움직이거나 혼합된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