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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other branding Mar 07. 2020

시각디자인 프로세스 정리

우리는 모두 98%의 가난한 디자이너




 그래픽 디자이너는

우리가 미용실에서 디자이너를 선택하는 것처럼 선택받아서 우리만의 스타일과 느낌을 낼 수 없을까?


왜냐하면, 그런 디자인을 하는 것조차 어려운 것이 현실이며 우리는 디자인으로 먹고살아야 하는 '을'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 98%의 디자이너는 누군가의 오더 아래에 일을 하고, 그래야만 살아갈 수 있다.


국내 유명 디자인 회사 레드 클라우디, 마이 케이씨, 가지 공장, 아이디어 두잇, 디자인 피오 등 자신들만의 색깔이 뚜렷하게 있는 디자인을 하는 것이 이 좁고 척박한 대한민국 디자인 세상에서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래픽 디자인 세계에 조금만 관심이 있으면 얼마든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우리는 아주 뛰어나고 저명한 예술가가 아98% 디자이너 예술을 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누군가의 상업적인 디자인을, 그들이 원하는 디자인을 해주어야만 한다. 그래서 그들은 디자이너에게 어떠한 디자인적 색깔을 기대하지 않는다. 디자이너들은 고객의 눈에 차는 디자인을 만들어 내서 급히 마무리 짓고, 또 다음 과정을 급하게 이어나가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필요한 것은 바로 Process다.

우리는 98%의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프로세스가 필요하고,

만약 이러한 프로세스가 없다면 디자이너들은 일을 마무리 지을 수 없다.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디자인 회사의 구성 형태


*직접 정리한 이 프로세스는 크게 다섯 단계로 나누어진다.


1. 컨셉 설정 제안: 광고주와 디렉터, 디자이너가 모두 참가하여 컨셉에 대한 설계를 함께 협의하는 단계.
이 초기 단계에서는 컨셉 확정단계가 아니며,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지 서로 이해관계의 합의점을 찾는다.


2. 컨셉 설정: 1단계에서 도출한 컨셉을 구체적인 제안서로 제안하는 단계. 디자인에 대한 구체적인 분위기와, 여러 가지 시각적 효과들에 대한 컨셉을 구체적으로 정리하여 광고주에게 제시한다.


3. 디자인 시안 제작: 광고주는 컨셉안을 받아보고 디자인으로 보고 싶은 컨셉을 디자이너에게 전달한다.
디자이너는 광고주가 말한 컨셉으로 디자인 시안을 제작한다. 한 가지 컨셉에 두~세 가지 시안을 만들 수도 있고 각각 다른 세 가지 시안을 하나씩 받아볼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이 단계에서 시안의 개수에 따라 디자이너가 받는 견적 또한 달라지게 된다.


4. 광고주 디렉터 컨펌: 시안을 받아본 광고주가 앞으로 더 디밸롭 시켜야 하는 시안을 채택하는 단계.
이 단계가 가장 중요한 단계이며, 컨셉을 정해주지 않거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디자인 시안을 추가하여 진행한다. (시안이 추가될 때는 비용 또한 발생) 마음에 드는 시안을 채택하면 이제 이 시안으로 디테일적인 요소를 더 디밸롭 시켜서 다시 제안한다.


5. 수정단계: 컨셉이 확정된 이후의 수정에서는 *전체의 맥락 아래에서만 수정이 되어야 한다. 즉 *디테일적인 것에서만 수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인데 만약에 이 단계에서 광고주의 마음이 달라져 최초의 기획과 달리 요청하거나, 컨셉이 달라지는 요청을 하면 또 다른 시안을 제작해야 하기 때문에 작업시간이 더욱 딜레이가 되며 서로 감정적으로도 힘들어지게 된다. 그래서 컨셉 확정 단계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추가 시안 제작 비용을 받고 디자인을 할 수는 있지만, 매우 비효율적이고 일정 또한 딜레이 될 수 있다.


6. 제작 단계: 디테일 수정이 완료가 되면, 오탈자 및 최종 확인 후 최종 아웃풋 작업을 진행하여 마무리한다.



컨셉 회의, 제시 → 시안 제작  → 컨셉 확정(시안 채택)  디테일 수정  제작

위의 단계가 일률적으로 진행이 되어야 광고주와 디자이너 사이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작업 일정 내에 일을 마할 수 있는 효율을 발휘하게 된다. 이러한 프로세스가 정확하게 협의되지 않으면 말 한마디로 컨셉이 바뀌게 되고, 그렇게 되면 작업했던 시간만큼 다시 해야 하고, 나를 평가하는 누군가에게 평가절하가 되게 되며, 여러 가지 감정적인 리스크까지 감수하게 된다. 말 한마디로 우리가 했던 노력과 시간들을 다시 투자해야 하는 건 대표적인 갑질이라 할 수 있고 이런 문화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것은 이 시대에 맞지 않는 일처리 방식, 태도이다.

*전체의 맥락이란?



디자인을 하는 단계는 마치 나무가 자라는 순서와 비슷하다.

컨셉 = 나무의 뿌리와 기둥 / 디테일 = 나무의 가지와 잎

가지와 잎을 보고 컨셉을 바꿔달라는 경우는 있을 수도 없는 경우이며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 컨셉 확정단계가 가장 중요한 단계라고 말한 것이다.



*질문: 아니 도대체 컨셉이 무엇인가요? 포스터 디자인을 예시로 설명해보면


컨셉_1


컨셉_2


컨셉이란 것은,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성격>이나 마찬가지이며 성격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디자인의 방향이 정해지고, 방향에 맞게끔 디자인을 설정해야 한다.


" 콜미 바이 유어 네임 포스터 디자인할 건데, 쌍화점 포스터에 사용된 서체 효과를 사용해주세요(X) "

- 안돼요. 처음부터 컨셉 설정 다시 하고 시안 다시 잡아야 합니다.

" 내가 블랙 메탈을 할 건데, 가을방학 앨범 커버처럼 디자인 수정해주세요 (X)"

- 안돼요. 처음부터 컨셉 설정 다시 하고 시안 다시 잡아야 합니다.

" 면접 때 입고 갈 옷 손 좀 봐줘.  문신 토시 정도로 수정해주면 될 것 같아."(X)

- 안돼요. 처음부터 컨셉 설정 다시 하고 시안 다시 잡아야 합니다.


사람이던 사물이던 추상적인 무엇이던, 성격이란 것은 존재하고 성격에 맞는 디테일을 정하는 것 또한 공부를 하지 않은 사람에게 어렵지만 나에게는 너무나 쉽고 구체적이다.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컨셉에 대한 이해를 하면 된다. *디자인 수정이라는 것은, 컨셉이 확정된 이후의 단계이며 이 단계에서는 오직 디테일(컨셉이 훼손되지 않는 경우에서)적인 요소만 수정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98% 디자이너이다. 우리 개인의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우리가 속해있는 디자인 회사조차 수천만 원대의 디자인을 하는 것이 아니고 많게는 수백 적게는 1~20 만원 가지고도 밤을 새워 일한다. 20만 원 벌고자 말 몇 마디 하나로 컨셉이 바뀌게 되고 또다시 시간을 소모하며 작업을 해야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광고주가 말하면 알아주는 대기업이고, 만약 우리가 받을 돈이 수천만 원이면 감정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들 수 있겠지만 말 한마디에 다시 몇 달 동안 작업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디자이너들과 디자인 회사는 그렇지 않고 당장의 현실은 바뀔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우리는 프로세스가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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