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먼저 손을 내밀었을까?
아들이 어린이집에서 PET병에 담아왔던 방울 토마토 모종이 크게 신경쓰지 않는 순간 엄청 자라나 신기하고 대견한 마음에 얼마전 분갈이를 해주었는데,
그새 방울 토마토 열매가 몽글몽글 열려 신기하고 기특해서 한참을 들여다 보다가 이런 생각을 했다.
+ 인과관계를 찾아 보면 무엇이 먼저였는지 아리송할때가 많다.
내가 먼저 손을 내밀었기 때문에 상대방이 손을 잡아 주었는지,
상대방이 먼저 친숙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내가 손을 내밀게 되었는지..
+ 누군가를 무엇을 좋아하게 되고 아끼게 되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게 되고,
보이지 않던 것들을 보게 되면 더 정이 깊어지는 선순환이 고리가 만들어지는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인연의 시작은 늘 작고 사소한 순간에 시작된다. 서로 미쳐 눈치채지 못하는 아주 작고 사소한 순간에..
+ 투우사가 투우와 한동안 밀고 당기는 싸움을 하다가 칼을 뽑아 소의 급소를 찌르는 순간을 가리키는 표현에서 유래한 The Moment of Truth, 굳이 브랜드와 마케팅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이 상황과는 조금 해석이 달라질수 있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 또는 사람과 사물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에서 그 '진실/운명의 순간'(The Moment of Truth)이 찰나의 한번은 반드시 필요한것 같다.
김춘수 시인이 혹시 이런 생각을 하면서 '꽃'이라는 시를 쓰셨나 싶기도 하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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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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