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 잊고 싶지 않은 기억도 있으니까

by 꾸꾸

첫 번째 글감: 추억 / 기억 속 가장 첫 번째 추억에 대해 써보세요.


가장 첫 번째 기억은 이제 흐릿해졌다. 몇 년 전만 해도 내가 기억하는 첫 번째 추억이라 붙들고 있었는데, 시간은 어느 것이든 희미하게 만들어버린다.

5살 때일까. 장소는 벡스코였고 나는 청자켓을 입고 있었던 것 같다. 무대를 봤던 것 같고 그날의 공기를 기억했지만 이젠 4가지 잔상만 남았다.

시간이 주는 선물일까 불행일까. 그걸 나누는 건 의미 없는 걸까. 망각은 인간의 축복이라고들 한다.

24시간씩 7번 반복하면 일주일. 4번 더 반복하면 한 달. 그리고 일 년, 이 년.

모든 것을 다 기억하면 불행하겠지. 그것만은 확실하다. 때론 잊고 싶어 발버둥치는 기억도 있으니까.

하지만 때론 잊고 싶지 않은 추억도 시간이 지나면 바래져간다. 나는 그게 늘 아쉽다.


잊고 싶지 않은 그날, 그 사람, 그때의 기분. 그런 게 있으니까.

악착같이 잊지 않으려 자주 떠올렸다. 그 기억은 뾰족해서 자주 찔렸던 것 같은데

매만지고 또 매만져서 어느덧 뭉툭해졌겠지. 이젠 그 기억에 아프지 않다. 비로소 나는 그 기억으로부터 자유롭다.

살아가며 마음속에 돌맹이들이 생긴다. 기억이 뭉쳐서 돌이 된다. 어떤 돌은 처음부터 부드럽고 어떤 돌은 뾰족해서 찔린다.

피가 난다. 그리고 아프다.

하지만 시간이 있으니까. 시간이 지나면 무엇이든 옅어지니까. 나는 의연히 살아갈 수 있다.


해가 지날수록 돌맹이도 많아지겠지. 무거워지겠지. 그걸 사람들은 깊어졌다고 표현하는 걸까.

나이가 들수록 무거워진다는 말은 이런 의미였던 걸까.

몸이 가벼워 날아다니는 풍선 같던 어린 시절을 지나 중력에 이끌려가며 땅에 발 붙이고 살게 된다.

그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이 드는 요즘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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