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oker Jan 03. 2020

始動 <시동>: 처음으로 움직이다.

시동의 의미와 숨겨진 것들에 대해

안녕하세요 영화 보는 남자 루커입니다.

오늘은 박정민, 정해인 주연의 시동을 보고 왔습니다.


시동은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을 찾아 방황하는 아웃사이더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입니다. 

어머니가 준 검정고시 학원을 등록할 돈으로 

중고나라에서 오토바이를 사버린 택일과 

치매 걸린 할머니와 단 둘이 살며 빨리 돈을 벌고 싶은 택일의 절친 상필이 겪는 이야기를 그리는데요. 

오늘은 이 영화 시동의 의미와 숨겨진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아래부터는 영화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 시동


제목인 시동에 대해서 알아보자면

시동은 여러분들이 잘 알고 계시다시피 자동차나 오토바이 등의 발동을 거는 행위입니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이 영화는 택일이 오토바이 시동을 거는 소리로 시작을 합니다.

하지만 시동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또 다른 뜻도 있는데요.

처음 시자에 움직일 동자 즉 처음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뜻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처음 움직이는 것은 누구이며 왜 움직이려고 하는 것일까요?


이 영화에서는 등장인물의 거의 대부분, 심지어 조연들까지도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을 알지 못하거나 혹은 어렴풋이 알고는 있지만 모종의 이유 때문에 자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 가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택일과 상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은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그러하듯 꿈도 없고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일도 없습니다. 

다만 그저 주먹구구식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갈 뿐이죠. 

이러한 그들이 다소 이른 나이로 집 밖으로 나가게 되면서 좌충우돌 방황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 

어린 나이에 인생 처음으로 돈을 벌게 되면서 발생하는 이 풋풋하지만 조금은 어리숙한 이러한 움직임을 영화는 얘기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영화의 영어 제목 역시 시동을 뜻하면서 동시에 시작을 뜻하는 Start-up입니다.



2. 어울리는 일


이 영화에서는 ‘어울리는 일’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합니다.

시동의 등장인물들은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왕년에 배구선수였던 엄마는 토스트 가게를 하고 있고

곱상한 소년 상필은 대금 수금일을 하고 있고 

가출 소년 택일과 가출 소녀 경주는 중국집에서 알바를 하고 있고

그리고 우리의 동석이 형은....

위에서도 언급했듯 이 영화는 자신이 진짜 가야 할 곳을 찾아가는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이 있어야 할 곳은 자신에게 어울리는 곳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곳이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곳은 각 인물들이 원하는 장소라는 겁니다.



3. 택일과 상필의 대조


위에서도 언급했듯 택일과 상필은 둘 다 어울리지 않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둘은 명백히 다른 결말을 맞게 됩니다. 

택일은 처음에는 싫었지만 중국집에서 만난 인연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이 가야 할 곳을 알게 됩니다.

반면 상필은 처음에는 굉장히 자신의 일을 좋아하고 대금업을 합리화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후반부에는 자신의 직업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며 다시 한번 방황을 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그들의 모습은 어찌 보면 참 어리고 답답하지만 어리기에 겪어봤을 법한 상황을 보여줍니다. 




4. '택일' 이름의 의미

택일의 이름에도 의미가 있습니다. 

발음하기 편하게 태길이 아닌 택일이 된 이유는 문자 그대로 여럿 가운데서 하나를 고른다는 의미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항상 선택을 하면서 살게 되는데요.

물론 이 선택은 중요하고 한 번 선택한 순간은 바꿀 수 없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러한 심오한 것을 얘기하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가출을 했다가 이런저런 수모를 겪고 다시 자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오는 택일을 통해 감독은 선택과 그를 통해 성장하는 정말 아프니까 청춘이다 스러운 주제를 던져주는 것이죠. 

재밌는 것은 택일이라는 것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하나를 고른다는 의미 외에 어떤 일을 치르거나 길을 떠나거나 할 때 운수가 좋은 날을 가려서 고른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감독이 의도를 했건 그렇지 않았건 이는 맨 마지막 택일과 택일의 어머니 선택과 아주 잘 이어지는 이름이네요. 




5. 헤어스타일

이 영화에서 머리는 등장인물들의 상태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거성은 우리에게 익숙한 짧은 머리로 중국집에 들어왔다가 말도 안 되는 단발로 변했습니다. 그리고 영화의 후반부에 다시 짧은 머리로 되돌아가죠.

이는 조폭이었던 거성이 중국집에서 변모를 했다가 다시 자신의 원래 위치로 돌아가는 것을 보여줍니다.

반면 반항적이고 선명한 빨간색이었던 경주의 머리는 경주가 다시 학생으로 돌아가면서 검은색의 차분한 머리로 되돌아옵니다.

이렇게 분명한 헤어스타일의 변화를 하는 인물이 있는가 하면 사소한 헤어 스타일의 변화를 극 중에서 계속 보였던 인물이 있는데요 누군지 감이 오시나요?


그 인물을 바로 상필입니다.  

상필은 처음에는 순딩이 처럼 머리를 내리고 나왔다가 수금일을 시작하면서 머리를 올리고 나오게 됩니다. 

하지만 택일과 영상통화를 하거나 통화를 할 때는 내린 머리를 하고 있게 됩니다. 

그러다가 자신의 직업에 회의를 느끼게 되는 후반부에서는 아예 다시 머리를 내리고 나오죠. 

따라서 이는 좀 유치하긴 하지만 내린 상필은 자신이 원래 있어야 할 곳의 상필이고 깐 상필은 자신과 맞지 않은 직업을 택한 상필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상필은 극단적인 선택을 내릴 때 아예 머리를 모자로 가려버리는데요.

이는 상필의 미래가 알 수 없어짐을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그렇다면 영화 내내 노오란색 머리를 고수하는 택일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택일은 극 중에서 상태가 변하지 않고 시종일관 자신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인물입니다.

짧은 방황 끝에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을 찾아 떠나는 택일과 택일의 어머니 아니 윤정혜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이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이렇게 영화 시동은 소외당한 각각의 등장인물들의 성장을 담고 있고 결국 이 소외당한 아웃사이더들의 연대로 서로의 빈자리를 채운다는 결말인데요. 

같은 시기 극장에 개봉한 국내 영화 <백두산>과 <천문>보다 스케일은 작지만 소소한 장면들로 잔잔한 여운을 주는 영화라 할 수 있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상필은 마지막 장면에서 C’est la vie, blues라고 써져 있는 맨투맨 티를 입고 등장하는데요.

이는 파란만장한 삶이라는 뜻입니다. 

이것을 통해 등장인물들의 삶은 여태까지도 파란만장했지만 앞으로도 파란만장할 것임을 알 수 있었네요. 

이상 영화 보는 남자 루커였습니다. 

다음에도 좋은 리뷰로 찾아뵐게요.


작가의 이전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악인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