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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oker
Jun 13. 2024
<인사이드 아웃 2> 삐죽삐죽한 너도 너란다.
양심고백을 하자면 <인사이드 아웃>의 후속 편이 나온다길래 걱정이 먼저 들었다.
<인사이드 아웃>은 필자가 애니메이션 영화 중에 단연 최고로 꼽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괜히 예쁘게 끝이 맺어진 수작을 파내서 망치는 꼴은 <스타 워즈> 시리즈나 <터미네이터> 시리즈로 족하다.
거기다 분명 2024년에 나올 <인사이드 아웃 2>는 디즈니의 입김을 받을 것이기에 요즘 디즈니의 의문스러운 행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먼저 들었다.
이 꼴은 안 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물론 단점이 없지는 않았지만 이 영화는 전편의 명성을 충분히 계승할만하다는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나왔을 때는 마치 픽사의 다른 애니메이션 <소울>을 보고 나왔을 때처럼 위로와 격려를 받은 느낌이었다.
이제부터 영화의 어떤 요소가 마음에 들었는지 하나씩 살펴보자.
*아래부터는 영화의 강력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 또 한 번의 성장
전편의 경우에는 라일리의 출생부터 12살까지를 배경으로 했다.
특히 이사를 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가는 10대 소녀의 복잡한 속마음을 독창적으로 그려냈다.
주요한 갈등은 슬픔이와 기쁨이의 관계에서 오는데 라일리가 행복하기를 바랐던 기쁨이
에게는 슬픔
이의 존재는 골치만 썩게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의 결말 부분에서 슬픔 역시 솔직하게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성장할 수 있으며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감정 역시 하나로만 구성된 것이 아니라 복합적일 수 있다는 주제의식을 드러냈다.
따라서 원래는 각각의 감정에 따라 하나의 색깔이던 감정 구슬들이 얼룩덜룩해지는 변화가 나타난다.
<인사이드 아웃 2>에서는 13살이 된 라일리가 고등학교에 입학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그리고 당연히 감정 구슬들도 얼룩덜룩한 모습 그대로다.
그대로 인 것이 있다면 바뀌는 것도 있는 법.
이번 감정 본부에는 라일리의 신념에 접근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새로 만들어진다.
기억구슬을 통해 만들어지는 신념이 실과 같은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신념은 기억 구슬을 통해 만들어지는데 사진에서처럼 기억 구슬을 물에 담그면 마치 실과 같이 신념이 뻗어 나오는 연출을 보여준다.
가령 친구를 도와주는 기억에서는 '나는 좋은 친구야' 같은 신념이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신념이 충분히 엮이면 일종의 정체성을 형성하게 된다.
즉 라일리는 이제 단순히 감정을 기억하는 정도가 아니라 자신이 누적했던 감정을 통해 신념을 만들어내고 정체성까지 확립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사춘기가 된 라일리에게 또 하나의 변화가 찾아오게 되는데 바로 새로운 감정들 생겼다는 것이다.
위쪽에 있는 감정들은 왼쪽부터 당황, 불안, 부럽, 따분이다.
새로운 당황, 불안, 부럽, 따분이라는 감정들이
사춘기 버튼이 요란하게 울리고 나서 등장한다.
이들은 사춘기가 되고 느끼는 좀 더 복잡한 감정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이 감정 중에서 가장 주축이 되는 것은 바로 불안이다.
아이들이 몸과 마음이 성장하는 청소년기에서 아이들은 필시 불안함을 느낀다.
따라서 라일리 안에서 주요 감정이 기쁨에서 불안으로 바뀌게 되는데 이에 따라 신념 역시 바뀌게 된다.
점점 더 강해지는 '나는 충분하지 않다'와 같은 신념으로 인해 라일리는 그야말로 혼란에 빠지게 된다.
2. 여전히 참신한 시각적 효과들
<인사이드 아웃>이 좋은 영화인 이유는 추상적인 개념들을 참신한 시각적 효과로 보여준 다는 것이다.
전편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시각 효과는 '추상적 생각'이었다.
이번에도 역시 라일리의 비밀을 넣는 금고나 신념 보관소, 브레인'스토밍' 등 다양한 시각적 볼거리는 여전하다.
특히 필자가 이번 작품에서 인상적으로 본 것은
바로 사춘기 이후의 복잡한 감정들이 기쁨이나 슬픔과 같은 더 단순한 감정들을 유리병에 넣고 그것도 모자라 금고에 넣어버리는 연출이다.
이것은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그야말로 '감정의 억압'을 시각적으로 잘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어렸을 때 기쁘면 웃고 슬프면 울고 화가 나면 화를 표출했다.
그러나 나이가 점점 듦에 따라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가능하지도 않게 된다.
그에 따라 우리는 우리의 감정을 숨기고 표현하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이는 <인사이드 아웃 2>가 주는 주제의식과도 관련이 있다.
3. 반복과 변주
<인사이드 아웃> 전편에서는 위에서도 말했듯 우리가 부정적으로 여기는 슬픔이라는 감정 역시 소중한 것이며 이를 받아들여야 성장할 수 있다는 주제를 반전을 통해 전달했다.
이번 후속 편에서도 역시 반전을 통해 주제를 전달하는 방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번 영화
의
주요 플롯은 기쁨이가 불안이가 만든 신념 다발을 대신해 자신이 만든 신념 다발을 다시 본부에 되돌려놓아 라일리를 원래의 라일리로 돌리는 것이다.
영화의 전반부에서는 기쁨이가 신념 저장소에서 신념을 관리하여 마치 네 잎클로버처럼 둥글둥글하게 생긴 신념다발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영화의 후반부에서 기쁨이를 유폐하고 불안이가 신념을 관리하자 삐죽삐죽한 직각의 모양으로 신념 다발이 만들어진다.
이 삐죽삐죽한 신념다발이 만들어짐에 따라 라일리는 더욱더 불안해하고 원래의 베프들과 등을 지게 되며 하키 코치의 사무실에 무단으로 침입하는 등 하지 말아야 할 행동까지 하게 된다.
이를 본 관객들은 기쁨이에게 이입을 하여 이 불안이가 만든 삐죽삐죽 신념다발이 사라지길 바라게 된다.
그러나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 기쁨이가 여태까지 라일리를 '지키기' 위해서 기억의 저편에 묻어둔
안 좋은
기억들이
모두
쏟아져
들어오며
새롭게
만들어진
신념의
모습은
둥글둥글한
모습과 삐죽삐죽한 모습이 섞여 있다.
또한 신념의 색 역시 무지개색처럼 온갖 색을 다 띠게 되었다.
이를 통해 이 영화는 사람은 당연하게도 하나의 정체성만을 가지지 않는 입체적인 존재라는 것을 드러낸다.
무조건 좋은 사람은 없다.
누구나 가끔은 불안해하고 부러워하기도 하며 화도 내고 행복할 때도 있다.
그러나 그 모든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느 한 면만을 긍정적으로 여기며 그 모습만을 받아들이고 나머지를 부정해서는 안된다.
영화에서는 이렇게 새로 생긴 신념을 라일리의 새롭게 생긴 감정들과 기존의 감정들 모두가 껴안으며 위기가 해결된다.
또다시 반전을 통해 인간 내면의 한 가지 모습만이 아니라 모든 모습이 다 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그야말로 반복과 변주의 성공적인 예시라 할 수 있겠다.
4. 전작의 요소들도 충분히 차용
<인사이드 아웃 2>는 영리하게도 전작의 요소들도 잘 차용한다.
따라서 전편을 보고 간 관객들이라면 좀 더 즐겁게 관람할 수 있을 것이다.
시도 때도 없이 생각나는 트리플 덴트 껌 광고가 다시 나오기도 하고
기존에는 가장 컸던 가족섬이 작아지고 우정섬이 커진 것을 통해 라일리가 부모님보다는 친구와의 관계를 좀 더 소중히 여긴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또 라일리가 싫어하는 브로콜리도 다시 등장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필자가 가장 사랑스럽다고 생각했던 장면은 영화의 결말에서 다시 조종간을 잡은 기쁨이가 라일리와 함께 다시 한번 스케이트를 타는 장면이다.
전작에서도 기쁨이가 라일리가 잠든 사이 라일리가 스케이트를 타는 장면을 재생해 놓고 그에 맞춰 같이 스케이트를 타는 장면이 있다.
이때 인사이드 아웃 테마곡이 깔리게 되고 어두운 감정 본부 안에서 스케이트를 타듯 미끄러지는 기쁨이의 모습은 꽤나 인상적이다.
<인사이드 아웃 2>에서도 결말 부분에 역시 인사이드 아웃의 테마곡이 깔리며 기쁨이가 조종간을 잡고 라일리를 조종하며 스케이트를 탄다.
그러나 전작과 다른 점이라면 이제는 더 이상 기억 속의 어린 라일리와 함께가 아니라 현실의 한층 성숙해진 라일리와 함께 스케이트를 탄다는 점이다.
비슷한 듯 다른 두 장면에서 일종의 향수 같은 것이 느껴져서 뭉클했던 장면이었다.
5. 총평
영화에서 아쉬운 점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이번에도 역시나 등장한 PC나 영화의 마케팅에서 강력하게 밀었던 네 명의 새로운 감정들 중 불안이를 빼면 나머지는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점 등 단점은 분명히 있지만
어쨌든 이 영화는 전작의 장점들을 계승하면서도 아이의 성장에 따른 새로운 주제를 울림 있게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아이들 뿐 아니라 부모나 어른들에게도 위로와 감동을 줄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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