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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oker Nov 27. 2016

<해리포터>가 <신비한 동물 사전>에 남긴 것들

by 심각한 해리포덕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이 2001년에 개봉했다.

그 후에 매해 <해리포터> 시리즈와 <반지의 제왕> 시리즈가 극장에서 격돌하며 극장가는 이들에게 행복한 고민을 안겨주었지만 <반지의 제왕 : 왕의 귀환>은 호적수를 만나지 못했더랬다.

이유인즉 해리포터의 세 번째 시리즈인 <아즈카반의 죄수>의 개봉이 미뤄진 것.

그에 따라 영화 내에서도 사소한 변화가 생겼다.

<마법사의 돌>과 <비밀의 방>을 만들었던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의 메가폰을 알폰소 쿠아론이 잡았고 덤블도어 역을 맞았던 리처드 해리스가 죽으면서 마이클 갬본이 또 다른 덤블도어로 분했다.


비밀의 방까지의 덤블도어(왼쪽)와 아즈카반의 죄수 이후의 덤블도어(오른쪽)


사실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 덤블도어의 배역 교체가 해리포터 소설 자체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생각된다. 

리처드 해리스가 맞았던 덤블도어의 이미지가 전형적인 '현자'의 이미지였다면 마이클 갬본의 덤블도어는 아쉬움, 분노, 조바심과 같은 감정을 그대로 드러낼 뿐 아니라 가끔 소년 같은 면모도 보여주는 활동적인 캐릭터이다.

필자는 아직도 <불의 잔>에서 해리에게 뭔가 잡힐 듯 잡히지 않는다고 말하며 품위 없이 털썩 주저앉는 덤블도어를 사랑한다.


짤이 아니라 실제 대사다. 


이러한 영화의 덤블도어의 교체가 소설 속에서 덤블도어를 그렇게 중요한 위치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을 가능성이 크다.

아무튼 해리의 대모험은 2011년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로 정확히 10년 만에 끝을 맺는다.

이제 하릴없이 소설과 영화를 돌려보며 내 자식도 과연 해리포터를 읽을까 하는 푸념을 늘어놓기가 몇 년이던가.

2014년 10월 20일 씨네 21에 실린 해리포터의 스핀오프에 관한 기사가 실렸다.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78204)

바로 신비한 동물 사전이 영화로 개봉된다는 것.

해리포터와 세계관을 공유할 뿐 아니라 J.K. 롤링이 직접 시나리오를 맞는다는 소식에 필자의 심장은 다시 한번 책장에 있는 해리포터로 날아갔었다.

반면 원작 「신비한 동물사전」은 그저 백과사전에 불과한 작품이어서 이걸로 어떻게 영화를 만들겠다는 건지 의구심도 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올해 11월 16일 드디어 <신비한 동물사전>이 공개됐다.


그리고 공개와 동시에 나의 우려는 기우인 것으로 드러났다.

나의 주관적인 기준으로(애당초 엄청난 해리포덕인 내가 해리포터의 스핀오프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지도 않았다.) 해리포터를 등에 업고 만들 수 있는 가장 최상의 영화였다.


워너 브라더스 마크가 나오고 곧이어 흘러나오는 너무나도 그리웠던 음악.

극장에서 다시 들으니 미소가 절로 나왔다.

작년에 <스타워즈> 팬들이 <깨어난 포스>를 봤을 때의 기분이 이랬을까...

서두가 너무 길었다.

오늘 내가 다시 컴퓨터 앞에 앉은 것은 <신비한 동물사전>이 <해리포터>에게서 받은 것과 동물 사전에서 알 수 있는 확장된 해리포터 세계관에 대해 떠들고 싶어 몸이 달았기 때문이다.


※엄청나게 많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 죽음의 성물의 표식


세모는 '투명망토(The cloak of invisibility)', 동그라미는 '부활의 돌(The resurrection stone)' 그리고 세로 줄은 '딱총나무 지팡이(The elder wand)'를 의미합니다.

이는 <죽음의 성물>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표식으로 덤블도어는 그린델왈드와 자신이 이 세 가지 성물을 모아 죽음을 지배하고 싶었다고 밝혔었죠.

그런데 이 표식이 <신비한 동물사전>에서도 등장합니다.

마법 의회 마법 안보부 국장인 퍼시발 그레이브즈가 반 마법사 회의 멤버이자 스큅인 크레덴스에게 이 표식이 달린 목걸이를 건네줍니다.


관객들은 이때부터 이 인물이 <신비한 동물사전>에서 벌어지는 일들의 흑막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그 흑막이 그저 단순한 악당이 아니라는 사실도 이 표식을 통해서 알 수 있죠.

그리고 영화의 결말에 그레이브즈가 그린델왈드라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뉴트 스캐맨더가 조사받을 때 덤블도어의 존재 역시 언급이 되는데 이 시점에서는 성물을 모으려고 뜻을 합쳤던 덤블도어와 그린델왈드가 찢어졌다고 생각합니다.

(J.K. 롤링이 인터뷰에서 덤블도어는 게이였고 그린델왈드와 썸이 있었다고 밝혔으니 '찢어졌다'는 표현이 정확하겠군요.)

하지만 그린델왈드가 변장했던 그레이브즈의 이름이 '퍼시발'이고 덤블도어의 풀 네임이 알버스 '퍼시발' 울프릭 브라이언 덤블도어 인 점을 감안해보면 아직도 두 인물 사이의 관계에서 의문점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 익숙한 마법들


마법의 영화답게 <신비한 동물> 사전에서도 많은 주문이 나옵니다. 

비록 대부분 무언 주문의 형태로 시전 되지만 그 형태만 봐도 <해리포터>에 나온 마법들임을 알 수 있었죠.


첫 번째, 프로테고 막시마 주문입니다.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에서 볼드모트의 공격을 막기 위해 슬러그혼, 플리트 윅, 몰리가 힘을 합쳐 만들어낸 일종의 결계입니다.

<신비한 동물사전>에서는 정체를 드러낸 크레덴스가 도시를 파괴하자 미국의 오러들이 지하철역 주변에 설치합니다.

차이점이라면 <해리포터>에서는 위에서 아래로 방벽이 내려왔다면 <신비한 동물사전>에서는 아래에서 위로 방벽을 올리더군요.


두 번째는 바로 탐지 불가능 늘이기 마법(Undectable Extension Charm)입니다.

특정 공간을 늘이는 마법인데요.

<해리포터> 시리즈에서는 <불의 잔>에서 허름한 텐트에 위즐리 가족과 해리, 헤르미온느가 모두 들어갈 정도로 넓은 공간을 만들어냅니다.

또 <죽음의 성물>에서는 헤르미온느가 죽음을 먹는 자들을 피해 달아날 때 자신의 가방에 이 주문을 걸어서 필요한 옷가지와 책들 심지어 텐트까지 챙겨 오죠.

<신비한 동물 사전>에서 엄청나게 중요한 기능을 하는 뉴트의 가방에도 이 주문이 걸려있습니다.

그런데 그 늘이기 마법의 정도가 여러 개의 생태계를 담을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납니다.


<불의 잔>에서 자신의 기억을 빼서 펜시브에 넣는 덤블도어

세 번째는 기억입니다.

마법사들은 자신의 지팡이를 관자놀이에 대면 자신의 기억을 뽑을 수 있습니다.

(스네이프는 죽어가며 눈물의 형태로 기억을 뽑아냅니다.)

이 기억을 CD라고 하면 플레이어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펜 시브'입니다.

자신의 기억을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게 하는 도구로써 덤블도어의 방에 있습니다.

<불의 잔>부터 계속해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죽음의 성물>에서도 스네이프의 기억을 해리와 관객들에게 전달하며 스네이프에 대한 진실을 드러내는 역할을 하죠.

<해리포터> 시리즈에서는 각자가 자신의 기억을 능동적으로 뽑아내지만

<신비한 동물 사전>에서는 타인의 기억을 빼내는 것도 가능한 것으로 나왔습니다.

이 빼낸 기억으로 바로 '사형'을 집행합니다.

이 사형제도의 등장은 필자 생각에 <신비한 동물 사전>에서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죄인을 액체로 둘러싸여 있는 의자에 앉히고 그 액체에 사형수의 기억을 넣어 사형수가 기억에 매혹되어 스스로 액체에 들어가게 하는 방법인데요.


그 액체는 아마 펜 시브와 <혼혈왕자>에 나온 '살아있는 죽음의 약(Draught of Living Death)'의 콘셉트를 섞어 만든 것 같습니다.

액체에 닳으면 바깥쪽부터 붉게 녹아드는 연출이 살아있는 죽음의 약과 유사하기 때문이죠.

(원작에서 살아있는 죽음의 약은 강력한 수면제로 나옵니다. 말 그대로 몸의 기능은 살아있지만 죽은 것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한 수면효과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분명히 살인 주문 '아바다케다 브라'가 있는데도 이러한 사형을 집행하는 것은 마법사 세계도 인도주의라는 것이 통용되는 것임을 보여줍니다.

마치 우리가 사형수를 총으로 쏴 죽이지 않는 것과 비슷한 것이죠.


네 번째는 레질리먼시 입니다.

흔히 독심술이라 생각하는 마법의 부류입니다만 볼드모트와 같은 마법사는 단지 상대의 마음을 읽을 뿐 아니라 상대방에게 환영을 보여주거나 상대방의 기억으로 정신적인 공격을 가하는 등의 행위도 할 수 있습니다.

<해리포터> 시리즈에서는 스네이프, 볼드모트, 덤블도어 정도가 할 수 있고 <신비한 동물 사전>에서도 퀴니가 마음을 읽자 뉴트가 당황하는 것으로 보아 마법사라고 아무나 막 쓸 수 있는 마법이 아닌 것 같습니다.

퀴니는 마법의회 건물의 다른 층에 있는 언니 티나의 고통을 감지할 정도로 강력한 레질리먼서라고 생각됩니다.

<신비한 동물 사전> 한글판 자막에서는  퀴니의 능력을 본 뉴트의 대사를 '마음을 읽으시네요' 정도로 번역했지만 실제로는 '레질리먼서'라는 단어가 나옵니다.


<혼혈왕자>에서 슬러그혼의 집을 고치는 덤블도어

그 밖에도 레파로, 아씨오, 패트리피쿠스 토탈루스, 레벨 리오 주문 등 해리 포덕 들이라면 들어봤을 법한 주문들도 다시 쓰입니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제일 먼저 쓰이는 주문이 '페트리피쿠스 토탈루스' 여서 아주 반가웠어요.

영화의 결말 부분에서 오러들이 크레덴스로 인해 파괴된 도시를 복구하는데 '레파로' 주문을 쓰는데요.

이 연출은 <혼혈왕자>의 덤블도어의 주문과 연출이 비슷합니다.

(그렇다고 굳이 루모스로 불이 들어온 지팡이까지 똑같이 따라 할 필요는 없었을 텐데요.)




3.  <신비한 동물사전>으로 알 수 있는 것들


첫 번째는 영화를 보고 난 후 가장 팬분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입니다.

바로 뉴트 스캐맨더와 레타 레스트랭의 연관성인데요.

레스트랭 가문은 순수혈통 가문으로서 가장 널리 알려진 레스트 렝가의 인물은 네빌 롱바텀의 부모를 크루시 아투스 저주로 미치게 만든 '벨라트릭스' 레스트랭입니다.

레스트랭 가문은 아주 악명이 높은 가문인데 그 가문의 이름을 가진 여자와 뉴트가 썸을 탔다니 어떤 일이 있는지 궁금하지만 아직까지 레타에 대해 뿌려진 떡밥은 이 정도이므로 <신비한 동물 사전>의 후속 편을 기대해 봐야겠네요.


두 번째는 미국의 마법 학교, 일버모니입니다.

뉴트와 퀴니가 대화하는 씬에서 한 순간 지나갔지만 미국의 마법 학교의 이름이 공개되었습니다.



<불의 잔>에서 프랑스에 위치한 보바통, 불가리아에 위치한 덤스트랭 그리고 호그와트가 등장했으니 이제 영화 내에서 마법 학교는 총 네 개가 등장한 게 되는 겁니다.


세 번째는 바로 1920년대의 미국 마법사 사회의 상입니다.

사실 <신비한 동물사전>이 가치 있는 이유는 바로 이 부분입니다.

여태까지 우리가 알던 해리포터에 대한 정보는 영국의 해리 포터라는 인물이 겪은 것들밖에 없었습니다.

게다가 그 인물은 학생으로서 호그와트 밖으로 나가는 부분이 극히 적습니다.

하지만 <신비한 동물사전>의 주인공은 마법 동물들을 보호하려는 인물로 영국과 미국을 넘나 듭니다.

또한 설정상 다른 나라로 이동한다 해도 전혀 무리가 없는 '성인' 이기 때문에 마법사 사회를 좀 더 넓게 조망할 수 있게 만들어줍니다.

그 첫 번째 장소가 바로 1920년대의 미국이었던 것이죠.

1920년대 미국은 그린델왈드의 행패로 마법사 사회와 인간 사회가 대립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로 인해 노마지들은 반 마법 사회라는 집단까지 만들어냅니다.

이 때문에 미국 내에서는 신비한 동물들을 엄격하게 금하게 됩니다.

이렇게 폐쇄적인 미국 마법사 사회의 수장 격인 인물이 흑인이라는 사실은 또 굉장히 의미심장하게 다가옵니다.


마법사 사회가 폐쇄적이 된 것에는 미합중국 마법 의회(MACUSA)의 대통령인 세라피나 피 쿼리의 성향도 한몫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녀는 설정상 마법사 사회와 인간 사회가 완벽히 분리되길 바라는 인물입니다.

또 법을 대단히 준수하는 융통성 없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린델왈드는 영화의 마지막에 미국의 마법사 법률이 누구를 위한 법이냐며 그녀에게 묻기도 합니다.

<신비한 동물 사전>의 또 다른 재밌는 부분은 영화에서 제시하는 미국 마법사 사회의 모습이 우리가 알고 있는 1920년대 미국의 역사를 반영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위에 있는 두 장면을 보면서 제임스 그레이 감독의 <이민자>가 많이 겹쳐 보였습니다.

1920년대 미국은 자유의 여신상으로 대표되는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는 이민자들이 미국에 흘러들 오던 시기였습니다.

그러한 이민자들은 결국 술집에서 일하거나 사회의 최하층에 배치되었죠.

<신비한 동물 사전>은 그 이민자들을 집요정으로 치환하여 보여줍니다.

마법 의회의 건물에서 지팡이를 닦는 집요정은 구두닦이 소년을 도깨비가 운영하는 술집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집요정은 이민자 여성을 바에서 술을 따르는 남자 집요정은 이민자 남성인 셈입니다.



4. <신비한 동물 사전>의 가치


사실 나 같은 해리 포덕에게는 나와주기만 해도 감지덕지한 영화이나 굳이 가치를 논하자면 이렇다.

<신비한 동물 사전>은 다름 아닌 소설 해리포터의 작가인 J.K. 롤링이 직접 시나리오는 쓰는 작품이다.

따라서 원작 해리포터의 완결 이후 포터모어에서 쌓아왔던 마법사 사회의 다른 모습들과 롤링의 머릿속에 있는 또 다른 설정들이 기존의 설정과 충돌할 걱정 없이 전개될 것이다.

그에 대한 방증으로 1편은 1920년대 미국의 시대상과 분위기를 그대로 가지고 오면서도 무리 없이 마법이라는 코드를 잘 녹여냈다.

뿐만 아니라 영국인 주인공 뉴트 스캐맨더로 인해 영화 자체에 미국물이 스며드는 것을 방지했다.

미국에서 일어나는 일은 외부인 뉴트에 의해 어디까지나 관찰되는 것뿐이다.

또한 감독 역시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의 가장 많은 부분의 연출을 맡았을 뿐 아니라 대작의 끝을 낸 데이비드 예이츠이기 때문에 해리포터가 가진 영상미는 그대로 가지고 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새롭게 확장된 마법세계에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부분들을 우리에게 익숙한 작가와 감독을 통해 볼 수 있다는 것은 어찌 보면 엄청난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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