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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기 9장

by Moon

성막 위에 구름이 머무를 때

난 짐을 싸면 안 된다


그 구름이 걷힐 때

난 자리를 깔아서는 안 된다


나의 갈 길과 방향과 시기는

성막 위의 높으신 분께서 정하신다


난 결정하지 않는다

난 고민하지 않는다


길어지는 실업의 기간

구름은 보일 듯 보이지 않고


난 짐을 싸지도 풀지도 못한 채

엉거주춤 환골뼈에 쥐가 난다


절뚝여도 좋으니 구름만 보였으면 좋겠다

나의 기도는 어디에 맺혀 있을까


구름이 뭉쳤다 흩어짐은

우연이 아님을 믿는 수밖에


주여, 어디든 머무소서

나는 그곳을 끝없이 바랍니다


내 짐, 욕심, 바람, 이기, 무지들 조촐하면

어디든 쉬이 출발하고 쉬이 도착하겠지


내 앞의 광야는 신과 옷을 해어지게 못하는데

용기가 먼저 닳아 없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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