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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뜽삼이 Jul 27. 2023

언제나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다.

23.07.26.수요일


오늘은 신기한 경험을 했다. 함께 일하고 있는 N님과 단둘이 DDP에 앉아 김밥을 먹으며 즐거운 추억을 쌓았다. 이어서 DDP 피아노를 내가 연주해주는데, N님이 눈물을 흘리는 것이다. 처음부터 함께 식사할 계획은 아니었다. 오늘은 혼자서 김밥을 한 줄 싸들고 DDP에 앉으며 여유를 즐길 생각이었다. 그런데 나의 이러한 계획을 듣고 먼저 나를 따라나선 것은 다름아닌 N님이었다. (이젠 설치류라는 호칭은 지양한다.)


김가네에 가서 김밥을 시키는데 N님이 '사드릴게요' 라고 이야기한다. 이건 또 무슨 일인가? 나는 고맙다며 다음엔 내가 사겠노라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김밥을 사서 DDP로 향하는 길, 우리는 각자의 휴가 계획에 대해, 그리고 선호하는 여행 스타일에 대해 신나게 떠들었다. 대화가 꽤나 잘 통한다고 느꼈다. 그리고 즐겁기까지했다.


DDP 야외 테이블에 앉아 김밥을 먹으면서도 대화는 끊이질 않았다. 특히 나는 N님의 업무를 지켜보며 내가 파악한 '강점'을 이야기해주었는데 N님은 이에 대해 감사하다는 인사로 답했다. 나는 결코 과장을 하거나 거짓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비록 N님에 대해 초반에 불편한 감정을 느꼈지만, 그럼에도 N님으로부터 몇몇 강력한 강점들을 발견할 수 있었고 배워야겠다고 다짐한 것 또한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분위기는 화기애애했고, 나는 편안함을 느꼈다.


피아노를 연주하는 동안 N님이 눈물을 훔친다. 나중에 들어보니 원래 감성이 충만한 그런 사람이란다. 엘리멘탈을 아직 보진 않았으나, 아마 영화관에서 보면 휴지를 한통 들고 시청해야 할 거라는 이야기를 한다. 눈물이 좀 많은 사람인가보다. 그렇게 회사로 돌아오는 길에도 즐겁게 이야기를 주고받았고 나는 이 경험이 나에 대해서도 뭔가 이야기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동안 내 안에 매우 강렬한 느낌을 불러일으켰던 그 사람이 이번엔 매우 편안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 도대체 그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일까? 그 사람이 변한 것일까? 아니면 내가 변한 것일까? 우리 둘다? 


저녁에 아내와 대화를 나누며 이런 이야기를 했다.

N님은 어쩌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모난 부분'을 나에게 드러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내가 그것에 대해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흡수'하자 나를 안전한 사람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따라서 더이상 이를 드러낼 필요가 없게되었다. 실제로 N님의 말이 나를 자극할 때마다 나는 그에 대해 감정적으로 반응하기보다는 내 안을 들여다보려 애썼다. 그래서 N님은 내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 경험이 쌓이자 이 사람은 나를 안전한 존재로 인식하기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이것은 나에 대해 무엇을 말해주는가? 

상대방이 나에게 어떻게 행동하든, 나는 내가 어떠한 모습으로 존재하길 원하는지 질문하기를 멈춰선 안된다.

상대방과 상관없이 나는 나 자체로서 존재할 수 있다. 상대방의 말과 행동을 튕겨낼 것인가? 흡수할 것인가? 나는 선택할 수 있다. 그걸 정한 다음, 자극이 되는 경험들은 매일매일 일기를 쓰거나 아내와 이야기하는 식으로 해소한다. 즉, 나의 내면을 끊임없이 바라본다. 그러면 곧 오늘과 같은 평온함으로 보답받을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이 어떠한가가 아니다. 내가 어떠한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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