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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뜽삼이 Aug 08. 2023

새로운 곳에서 마주한 나

23.08.07.월요일


으악!!! 잠깐 핸드폰 보러 핸드폰을 충전 중인 안방에 들어갔다 나왔는데 이곳은 지옥이다. 안방에는 진작에 에어컨을 틀어놓은 뒤, 온도가 적당히 떨어지자 '무풍'모드로 돌려둔 상태다. 저곳은 천국이다. 반면에 안방 문을 나서는 순간 지옥이 시작된다. 냄새도 뭔가 꾸리꾸리한데... 미생물이 생명을 싹틔우기 최적의 조건이 아닌가? 이런 때 냉장고가 없다면 어떨까? 아무튼 갑자기 하노이의 후끈한 공기가 생각나는 그런 날씨다. 날씨라기엔 그래봤자 집 안이지만...


아무튼 나에게 하노이 = 후끈함이다. 후끈한 나라 유일하게 가본 곳이 베토남... 

프랑스 리옹도 굉장히 더웠다. 2015년 6,7월에 나는 리옹에 있었는데 39도를 넘나들며 앰뷸런스가 사람을 실어가는 것을 목격했다! 


오늘은 인살롱 필진 모임에 다녀왔다. 아마 하반기에 딱 한번 진행하는 그런 모임인 모양이다. 아... 오늘 아침부터 너무 피곤했는데 갈까말까 꽤나 망설였다. 아침 일찍부터 은진이가 고양으로 1급 정교사 연수를 떠났다. 그 바람에 내가 눈을 뜬 시각은 6시 10분... 그 이후 제대로 잠들지 못했다. 이럴 바에야 그냥 아내를 운전해서 데려다줄걸... 아무튼 그렇게 아주 피곤한 상태로 월요일을 시작했다. 


그래도 하루일과를 보내는 것은.. 보낼 만했다! 일은 일대로 그냥저냥 할 만했던 것 같다. 그렇게 퇴근시간이 되고 원티드랩 본사가 있는 잠실로 향했다.


음... 이곳에서 나는 어떤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가만히 그림을 그려봤다.

분명 나는 어색해할 것이다. 그러나 나와 연이 닿는 사람들과는 즐겁게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그려볼 수 있었다.


오, 이렇게 쓰고나서 보니 꽤나 근접해있다. 내가 도착 전 그렸던 그림과 실제로 경험한 현실이. 꽤나 유사하다.

아무튼 내가 오늘 하려는 말은 그게 아니다.


자기소개에 관한 것이다.

갑자기 자기소개를 시킨다. 아니, 자기소개 세션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1분 동안 간략하게 마이크를 돌려가며 전원이 자기소개 하는 방식인 줄은 몰랐다.

나의 가슴은 시종일관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 

나는 그냥 이 콩닥콩닥한 느낌 자체를 자기소개로 만들어버리기로 작정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덧 내 차례가 되었고 나는 이렇게 말을 시작했다.


"결국 오고야 말았네요. 제 자기소개 차례가..."

"여러분은 저 자기소개 안내 페이지를 봤을 때 어떤 느낌이 드셨나요?"

"저는 게속해서 콩닥콩닥 굉장히 빠른 속도로 심장이 뛰고 있습니다."

"이렇게 저는 눈에 부이지 않는 것에 관심이 많습니다."

어쩌구저쩌구...


내가 얘기하고 싶었던 핵심 메시지는,

사람들 간의 소통 그리고 보이지 않는 어떤 신념이나 규칙 등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었는데..ㅋㅋㅋ

뭔가 긴장하고 당황한 나머지 갑자기 머릿속이 새하얘지면서 하려던 말의 일부를 빼먹었고

괴상한 메시지가 탄생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니까, 내가 의도한 것과는 다르게 사람들이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괜히 할 말을 생각해두다보니 그것은 '해야 한다'는 규칙이 순식간에 생겨버렸고, 긴장과 불안 속에서 그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게 됨에 따라 이미 있던 불안이 더 커저버렸던 것이다!!!

아 역시 애쓰는 것은 참... 하지 말아야 할 것 같다. 


그렇게 자기소개를 얼버무린채 넘어가게 되었다. (스스로 바보같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떠오르곤 했다.)

그 이후 쉬는 시간이 찾아왔는데 쉬는 시간이라기보다는 '명함 교환' 시간이었다. 이따금씩 눈이 마주치는 사람들끼리 서로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의례적으로 명함을 주고받는다. 이것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나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서로 궁금하기나 할까? 이건 뭔가 단단히 잘못되어있다고 느꼈다. 서로 관심사를 주고받고 이야기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명함을 주고받는 흐름이 만들어졌으면 하는데, 반대로 명함부터 주고받고 이야기를 하려니 뭔가 진행이 잘 안된다. 물론 다른 사람들은 안 그랬을수도... 아무튼 나는 그랬다.


그래도 내가 이곳에 오기 전 상상했던 것처럼, 몇몇 사람들과는 꽤나 흥미진진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들의 말에 귀기울이고 호기심이 이는 부분에 대해 다시 질문하고...


아.. 애초부터 이런 유익한 대화만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직원경험, 조직문화, HR 등에 관심을 갖는다는 원티드랩에서... 처음 방문하는 나 같은 사람의 경험은 고려하지 않았던 것일까? 아이스브레이킹이라든지... 아 내가 늦게 와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아주 늦은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나는 서로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을 공식적인 활동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본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미 친분이 있는 사람들끼리 어떤 무리를 형성하게 되고, 나처럼 숫기 없는 사람들은 배제되기 쉽상인 그런 풍경이 펼쳐진다.


환경을, 구조를 봐야 한다. 개인기에 맡겨놓으면 성공하기가 어렵다.


아무튼 나는 자기소개를 하고 뭔가 얼굴이 화끈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내가 엄청 큰 잘못을 저지른 것 같은. 자기소개는 이래서는 안될것만 같은... 그런 생각이 한동안 나를 지배했던 것이다. 그 느낌을 계속 인지하고 인정하고... 하면서 가까스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러나 이 곳에 있는 동안 이런 화끈함을 나를 계속 쫓아다녔다. 명함을 주고받거나 하는 그런 모든 과정에서도 나는 어색하고 불편하고 어딘지... 인위적인 느낌을 계속해서 받았기 떄문이다.


그래도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편안해졌다.

말을 할지말지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사람들 사이에 끼어있지 않아도 괜찮다는 그런 생각.

그러면서 오히려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기회도 생겼던 것 같다.

아무튼 나는 오늘 이런 새로운 상황에 대한 나의 반응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만약에 정확히 동일한 상황을 한번더 마주한다면,

그땐 좀더 자연스럽게 반응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젠 나 자신에 대해 좀 더 잘 인지하게 되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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