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움레터
얼마전 개그우먼 김숙 씨가 자신이 개그맨을 선택한 것보다 더 잘한 것은 결혼을 하지 않은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아직 결혼을 경험한 적 없고, 게다가 육아를 경험하지 않았으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요즘 비혼주의 젊은이가 늘고 있고, 결혼한 부부 중 아이 없이 살아가는 딩크족을 원하는 가정도 늘고 있다.
난 41살에 결혼해서 42살 아이를 낳았다. 그전까지 비혼주의나 딩크족이라고 말하지 않았을뿐, 거의 그런 생각으로 살았다. 나도 지인들도 놀랄 정도로 모든 것이 빠르게 결정되었다. 빠르게 연애를 했고, 결혼식 전에 혼인신고를 마쳤으며, 계획대로 딸을 수중분만으로 출산했다.
아직 젊거나 주변에 친구가 많으면 내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지금 현재가 너무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 문제라고 생각한다. 10년 아니면 20년 후, 인생의 낙이 사라지거나 바뀌는 시점이 온다. 이 시기엔 오로지 가족만이 채워줄 수 있는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50대 중반을 넘어가면서 비혼주의나 딩크족을 표방하던 부부가 생각이 바뀌어 간다는 말을 종종 듣기 때문이다.
난 결혼하고 아이 낳고, 사람이 되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과거의 난 정말 이기적인 사람이었다. 나만 힘들다 생각했기에 주변을 잘 살피지 못했다. 아내를 만나고 딸아이와 지내면서, 배려, 공감, 희생, 조율, 사랑, 행복, 만족, 인내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배우고 있다. 또한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배우고 있다.
난 운이 좋은 사람이다. 더 늦기 전에 귀한 배우자를 만나고, 어여쁜 딸아이를 낳았다. 다만 배우자와 자녀 관계가 늘 즐겁고 편안하다는 뜻은 아니다. 여럿이 함께 사는 가정은 여느 사회와 마찬가지로 관계와 갈등이 범람하는 곳이다. 그속에서 조율하고 협력하고 때론 희생하는 지혜를 터득한다. 그리고 사랑이란 '내 것을 지키는 것'보다 '서로에게 맞춰가는' 능력임을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