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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상현 Nov 02. 2024

짜장밥을 먹으며 옛생각이 떠올라 몇 자 적어본다

나다움레터

난 요리하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오죽하면 밥을 알약으로 대체하길 바랐을까. 요리를 준비하고 음식을 만들고 뒷정리를 하는 모든 시간이 아깝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결혼하고 딸아이와 아내를 위해 음식을 만들어야 했다. 바쁜 아내가 모든 걸 혼자 하게 둘 수 없었다. 라면을 제외하고 음식을 만들어본 적 없어서, 문화센터 반찬 만들기 교실을 아내가 추천했다.


6주 과정 중 첫날 장면이 생생하다. 20명 신청자 중 남자는 나 하나였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 시선이 집중되는 건 넘어갔지만, 칼질도 어떻게 하는지 모르는데 옆 사람과 역할 분담을 하는 건 난감했다.

 

결국 내 실력을 가늠한 파트너가 손쉬운 처리는 나에게 맡겼고, 어려운 작업은 간단히 설명을 곁들이며 해주셨다. 그렇게 6주간 친절한 셰프님과 파트너 덕분에 어깨 너머로 12가지 반찬을 만들었다. 만든 음식은 그날 점심으로 해결하고 남은 반찬은 집으로 가져갔다.


그 이후 하나씩 음식 만들기에 도전했다. 몇 년이 지나 제법 할 수 있는 요리가 몇 가지 생겼다. 새로운 메뉴를 도전하는 것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


어제저녁 내가 만든 짜장을 밥에 비벼 맛있게 먹으며, 옛 생각이 떠올라 몇 자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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