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바로알기
“왕이 없는 세상을 한 번도 살아본 적이 없다.”
전우용 교수가 던진 이 한 문장은, 한국 민주주의가 왜 그토록 자주 흔들리는지를 압축해서 보여준다.
2025년 4월, 윤석열 전 대통령은 탄핵과 파면을 겪었다. 그의 통치는 형식적으로는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이었지만, 실제로는 유사 군주제의 부활이었다. 그를 향한 맹목적 충성과 비판자에 대한 배제, 정치의 사법화, 언론을 향한 적대감은 모두 ‘왕을 모시듯’ 통치하는 문화에서 비롯됐다.
그 뿌리는 깊다.
1945년 해방 이후, 우리는 민주공화국이라는 옷을 입었지만 속은 달라지지 않았다. 일제강점기 총독부 관료들이 자리를 그대로 이어받았고, 그들이 섬기던 ‘천황’의 자리에 이승만이 앉았을 뿐이었다. 공직자들은 대통령을 왕처럼 섬겼고, 국민을 신민처럼 길들였다.
이승만의 권위주의는 박정희의 유신체제로, 다시 전두환의 군부독재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 문화는 껍질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내리고 있었다. 대통령은 여전히 '절대 권위'로 포장되었고, 비판은 곧 ‘국가를 위협하는 적’으로 몰렸다. 이런 구조 속에서 윤석열은 태어났고, 자랐고, 대통령이 되었다.
그는 민주주의의 언어를 빌려 권위를 구축했지만, 그 내용은 철저히 반민주적이었다. 검찰권을 동원해 정적을 배제하고, 입법부를 적대하고, 언론을 통제하려 했으며, 반대 세력을 '적'으로 규정했다. 이런 통치는 민주주의라 부르기 어렵다. 오히려 전우용 교수가 말했듯 "유사 군주제", 즉 '왕정의 그늘' 아래에 있었다.
윤석열의 파면은 단지 한 사람의 정치적 몰락이 아니다. 그것은 한국 민주주의가 ‘왕 없는 세상’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간 사건이다. 여전히 광화문 광장에는 태극기를 흔들며 “윤 대통령이 있어야 자유민주주의를 지킨다”라고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30년 넘게 “민주주의의 반대말은 공산주의”라고 교육받았고, ‘자유’는 곧 ‘반공’을 의미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민주주의의 반대말은 공산주의가 아니다. 민주주의의 반대말은 독재이며, 맹목이며, 비판을 용납하지 않는 권위주의다.
이번 윤석열 파면은 단지 한 대통령의 실패를 넘어서, 한국 사회가 오랫동안 품어온 '왕정의 환상'과 결별하는 역사적 계기가 되어야 한다. ‘왕 없는 세상’을 제대로 살아본 적 없는 우리에게, 지금이야말로 그 첫걸음을 내디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