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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걸음을 함께 걷는다는 것

글쓰기 인문학

by 안상현

나이가 든 노견은 절룩이며 겨우 몇 걸음을 걷는다. 털은 빠져 살이 드러나고, 숨은 헐떡거린다. 하지만 그 곁에는 늘 같은 속도로 함께 걷는 보호자가 있다. 멈추면 함께 멈추고, 다시 걸으면 맞춰 걷는다. 그것은 단순한 산책이 아니라 서로의 삶을 확인하는 의식처럼 보인다.


우리가 가족이라 부르는 존재도 이와 닮았다. 인생의 속도는 다르다. 누군가는 앞서 달리고, 누군가는 뒤처져 헐떡인다. 그럼에도 가족은 발걸음을 맞추며 기다린다. 조금 느리게 가더라도 함께 걷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 아닐까.


나이 들어간다는 건, 언젠가 내 걸음도 느려진다는 뜻이리라. 그때 필요한 건 끝까지 나를 기다려줄 사람이 있다는 믿음이다. 돈과 능력도 필요하지만, 결국 내 마지막 걸음을 함께 걸어줄 사람이 곁에 있는지, 그것이 노후의 진짜 준비가 될 수 있다.


노견을 기다리며 걸어가는 그 보호자의 모습은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나는 지금 누구의 속도에 맞춰 걷고 있는가?”

“내 마지막 걸음을 함께해줄 사람을 위해 나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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