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지 13년 된 교장선생님, 퇴직 후 돈과 마음

투자 인문학

by 안상현

은퇴한 지 13년 된 교장선생님이 있었다. 연금으로 매달 400만 원을 받지만, 부부가 함께 쓰는 생활비는 300만 원 남짓이다. 겉으로 보면 풍족해 보이지만, 정작 본인은 이렇게 말한다. “62세 정년으로 퇴직했을 땐 몸도 마음도 젊었는데, 갑자기 모든 게 멈춘 것 같았습니다.” 삶의 방향을 잃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가 진짜 보람을 느낀 건, 다시 ‘일’을 시작하면서였다. 지금은 강남구의 탄소중립 홍보 일자리에 참여하고 있다. 월 72만 원의 급여지만, “사회에 아직 필요한 존재로 살고 있다”는 자부심이 크다.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엔 탁구를 치며 건강을 챙기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새로운 걸 배우며 시간을 보낸다. 그는 말한다. “돈도 중요하지만, 몸이 건강하고 마음이 살아 있어야 그 돈이 의미가 있지요.”


나는 이 이야기를 들으며 ‘투자에서 후회란 무엇일까’를 떠올렸다. 사람들은 종종 “조금만 더 벌 걸”, “그때 팔지 말 걸”을 후회하지만, 그 밑바닥에는 ‘나를 믿지 못한 마음’이 있다. 교장선생님이 퇴직 후 느낀 서글픔도 결국 ‘삶의 방향성을 잃은 불안’이었다. 우리는 돈이 부족해서 불안한 게 아니라, 돈을 쓰고 쌓는 이유를 잃을 때 불안해진다.


ETF 투자도 마찬가지다. 수익률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단기 시세보다 ‘내가 왜 이 ETF를 사는가’라는 심리적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은퇴 후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원해서 배당 ETF를 산다” 혹은 “미래 기술 성장에 장기적으로 참여하고 싶어서 나스닥100 ETF를 산다”처럼, 투자에 철학이 있어야 한다. 철학이 없으면 매번 시장에 흔들리고, 결국 불안이 자산을 갉아먹는다.


교장선생님은 지금도 주민센터에서 새로운 일을 찾는다. “이 나이에 일자리 구하는 게 부끄럽지 않아요. 오히려 젊은 사람들과 함께 배운다는 게 즐겁죠.” 그는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 바로 이 ‘성장의 감각’이야말로 투자에서도 가장 중요한 심리적 자산이다.


ETF로 부자가 되는 사람과 아닌 사람의 차이는 결국 마음의 속도다. 어떤 이는 돈이 많아도 불안하고, 어떤 이는 적은 돈으로도 여유롭다. 전자는 ‘잃을까 봐’ 조급하고, 후자는 ‘살아 있다는 것’ 자체를 투자로 여긴다.


투자든 은퇴든 결국 같은 진리를 향한다. 마음이 멈춘 곳에 돈도 멈춘다. 자산을 불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자산을 움직이게 하는 삶의 에너지다. 오늘의 투자가 내일의 돈이 되듯, 오늘의 마음가짐이 내일의 인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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