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움레터
동명 원작소설을 영화로 만든 <오베라는 남자>를 주말에 보았다. 에니어그램 성격유형 중 1번에 해당하는 남자 주인공의 이름이 오베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분노심, 불의에 맞서는 정의감, 항상 같은 시간에 도는 순찰, 같은 자리에 앉아 같은 메뉴를 주문하는 카페 등 그는 철저한 원칙주의자이다.
엄마는 일찍 사망하고 아버지도 젊어서 사망한다. 아버지 사망 후 그가 다니던 직장에 취업한다. 43년을 다니던 그 회사에서 갑작스럽게 명퇴를 당한다. 당시 그의 나이 59세. 설상가상으로 6개월 전 사랑하는 아내를 암으로 잃는다. 모든 것이 마음에 안들고, 세상은 그저 자신을 분노하게 만드는 것들 뿐이라고 늘 투털댄다.
아내의 사망과 퇴직 후 더 이상 살아갈 의미가 없다고 판단, 아내 곁으로 가려고 자살을 시도한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목을 매달아 자살하려던 1차 시도는 줄이 끊어지면서 실패, 주차장에서 배기가스를 틀고 차안에서 시도한 2차 자살도 이상한 냄새를 감지하고 불쑥 들어온 이웃 덕분에 실패, 게다가 3번째 자살시도하려던 기차역에서는 갑작이 철로 위로 쓰러진 사람을 구하느라 또 다시 실패한다.
오베라는 남자가 이렇게 세상에 분노로 가득찬 삶을 살게 된 계기가 있었다. 옆집에 불이 나 사람들을 구하고 난 후 도리어 본인 집이 불에 전부 탄 사건 그리고 임신한 아내와 출산을 앞두고 떠난 스페인 여행에서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아내는 유산과 동시에 걷지 못하게 된 사건이 계기가 된다.
불평불만 투성이 할아버지에게 이웃으로 이사온 이란 가족이 삶의 변화를 가져온다. 까칠한 오베 할아버지의 성격에 아랑곳하지 않고 접근한 이 가족의 따뜻함 때문에 일상에서의 행복을 느끼게 된다. 아이들과 놀아주며 웃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영화를 보면서 인상적인 장면이 두 개 있었다. 첫번째 장면, 젊은 시절 아내를 만나 식사 대접하는 레스토랑에서 아내가 먼저 키스하는 장면이다. 돈이 없어 자신의 음식을 주문하지 못하고 아내의 메뉴만 주문한 이유를 털어놓는 순간에 아내를 일어서는 그를 잡고 키스를 한다. 눈물이 핑돌았다.
마지막 부분에서 순찰을 도는데 게이 청년과 이웃집 먹보 청년이 함께 마을을 도는 장면이다. 까칠하지만 속은 깊고 여린 그를 알아봐주는 이웃과의 관계가 아름다워 보였다.
겉모습만으로 누군가를 판단하면 그 사람의 인생 진면목을 보기 어렵다. 어느 누구도 신뢰가 형성되지 않았을 때 자신의 마음 속 이야기를 나누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