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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공리셋 Feb 09. 2023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것

튀르키예. 시리아 강진

얼마나 고통스럽고 무서운 일일까?

튀르키예. 시리아강진

개인적으로 충격적인 사진이나 영상을 보면 머리에 잔상이 오래 남아 굳이 열어보지 않는다.

그런데 자연스럽게 클릭하게 된 사진 한 장.

아빠가 잔해 속으로 나와 있는 딸의 손을 잡고 먼 곳을 바라보는 사진.

지진 사흘째, 1만 2천여 명의 사상자.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숫자에 감각이 무뎌지기도 한다.


아빠가 아이를 안은채 잔해에 묻힌 사진.

담요 속 아이를 품에 안은 체 주저앉아 울고 있는 아빠.

...

마음을 울리는 사진속 사람들.

모두가 가족이다.


오늘 오랜만에 고등학교 짝꿍을 만났다.

시간을 내어 친구집을 찾아갔다.

오랜만에... 는 일상이 바빠서 만나지 않아도 무소식이 희소식인, 하지만 언제든 만나도 어제 만난 것 같은 편한 친구라는 것.


그런데 시간을 내어서 찾아간 건...

친구가 힘든 시간을 지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가야만 했다.

친구는 늦깎이 결혼해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었다.

하루종일 집안에서 말 안 통하는 작은 아이를 키우다 보면 일반인도 우울감을 맛보게 된다.

그런데 한 명뿐인 여동생이 암과 투병 중이라는 얘기를 다른 친구를 통해 전해 듣게 되었다.

더 이상은 미룰 일이 아니었다.

친구에게 동생이 어떤 존재인지 알고 있었기에.


늘 그녀들을 볼 때마다 '어쩜 저렇게 친구 같지? 저런 깊은 얘기도 나눌 수 있다고?! 나도 여동생이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동생이 먼저 결혼해서 임신과 출산을 거쳐 뒤늦은 언니의 연애와 결혼과 임신출산, 모든 과정을 소울메이트처럼 시시콜콜 일거수일투족 공유하는 사이.

둘은 서로 꽤나 의지하며 배려하며 둘도 없는 친구처럼...

그러니...

그 충격을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친구 딸아이는 어느새 훌쩍 자라서 2주 후면 두 살 생일을 앞두고 있었다.

이쁜 아이의 재롱을 보는 것도 잠시, 울다 웃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 기분을 상상조차 할 수 없어서, 그래서...

함부로 공감을 해 줄 수도 없었고...

어설픈 위로나 조언 따위도 할 수 없었기에...

마음으로 나눌 뿐이었다.

'언니야 너무 아프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동생이 오늘 하루는 아프지 말고 잘 넘어가게 해 달라는 기도를 매일 하게 된다고...


"나는 00 이가 아프고 나서 '오늘 하루 잘 살자'로 바뀌었어. 미래를 내다보고 준비하는 사람이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지금, 오늘, 여기,

무탈하게 지나가는 일상이 감사해야할 일이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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