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렌트카로 떠나는 스페인 안달루시아 여행
"아직도 포기하지 않았어??"
"조그만 더 알아볼께....."
"안될거야. 이제 포기하는 게 어때?"
마드리드에서 세비야로 이동한 후 숙소에서 렌트카 검색에 몰두하던 나와 아내의 대화 내용이다.
아마도 새로운 여행지로 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과거에 얽매여 있는 나를 한심하듯 보면서 건넨 말일게다.
그랬다. 나는 지난 톨레도에서 있었던 그 사건을 잊지 못한 채 어떻게든 다른 방법을 찾아 헤맸었다.
때는 바야흐로 마드리드에서의 4일째 일정이었던 톨레도 여행날.
우리 세 식구는 미리 예약한 렌트카를 타고 톨레도로 향하기로 했었다.
여행준비할 때 가장 설렜던 것이 바로 렌트카 여행이었던 나였기에 해외에서의 첫 운전이 기대했었다.
여행 내내 버거웠던 4살배기 아들을 챙기는 바쁜 손길과 무거운 짐들도
오늘만큼은 전혀 힘들지 않을 정도로 텐션 업되어 있었다.
아토차 역으로 향하는 길에 아침을 해결했던 음식점에서도 인심 좋고 친절한 사장님 덕분에 즐거운 식사를 마치고, 역에서 렌트카 업체 위치를 찾아 헤맸었지만 그 난관조차도 내게는 그저 좋은 경험이었다.
가족들도 아토차 역의 독특하고 싱거로운 모습에 신기해하며 잘 따라와줬었다.
심지어 예약한 차보다 무료로 업그레이드된 차량을 획득(?)하는 행운까지 겹치니까 여행이 어찌 기쁘지 아니했겠는가!
그렇게 톨레도에서의 좋은 추억과 아름다운 풍경을 온몸으로 느낀 후 뿌듯한 마음으로 마드리드로 돌아왔고,
렌트카 반납도 아주 무사히 마친 후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몇일 전부터 눈여겨봤던 한식당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우리나라의 친근한 식당 분위기에 맞춰 맛있는 김치찌개와 불고기를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좋은 기분으로 숙소에 도착한 후 짐들을 정리하고 있던 그때! 뭔가 허전함을 느꼈다.
그렇다! 지갑이 사라진 것이었다. 머리가 하얘진 채 무작정 렌트카 업체로 내달렸다.
가는 길에 한식당에도 들려서 지갑을 찾아봤지만 헛수고였고 길가를 훑었지만 역시나 없었다.
우리가 탔던 차에도.
'톨레도에서 소매치기를 당했나?'
'난 크로스백에 물건을 넣어두었는데....'
'휴대폰을 빼다가 빠졌나? 모르겠다.....어쩌지??'
'지갑 속에는 현금은 없었고 카드는 분실신고하면 그뿐인데, 운전면허증은 어쩐다......;
'당장 내일 렌트카를 타고 세고비아로 가야하는데...'
결국 다음 날에 예약한 렌트카는 물론 세비야에서의 렌트카 예약도 취소해야만 했다.
국제면허증만으로는 차량을 빌릴 수 없다는 규정때문이었다.
밤새 스마트폰을 들여다봤지만 별 도리가 없어 보였다.
업친데 겹친 격으로 예약취소 위약금을 물어야만 했었기에 예약금의 1/4만 돌려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일을 겪었지만 세비야에서의 렌트카 일정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세비야로 여행지를 옮긴 후에도 숙소에서 계속 렌트카 관련 내용을 검색했다.
그러던 중 국제면허증만으로도 운전을 할 수 있다는 블로그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비록 스페인에서의 사례는 아니었지만 실낱같은 희망이 보였고,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산타 후스타 역으로 향했다.
세비야에서 눈에 띄었던 전동 킥보드를 타고 출발했다.
택시는 비용이 조금 부담되고 걸어가자나 멀고 그래서 떠오른 것이 전동 킥보드였던 것이었다.
처음에는 작동이나 운전이 서툴렀지만 점차 적응하더니 이내 베스트 라이더가 된 내 모습에 흡족했다.
현지인들은 일상 속에서 출근하느라 분주해보였고 자전거를 타거나 나처럼 킥보드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꽤 보였다. 마치 내가 세비야에 살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그들의 일상에 스며들었다.
킥보드로 30분을 내달린 끝에 도착한 산타 후스타역.
우선, 역 안에 있는 렌트카 업체를 들러서 절박한 심정을 삼아
국제면허증과 마드리드에서의 운전기록을 보여줬지만 돌아오는 답은 NO.
다음은 역 외부에 위치한 렌트카 업체들을 컨택해보기로 하고
마드리드에서 차를 빌렸던 같은 enterprise 회사에 문을 두드렸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역시나 국내 면허증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
우울한 기분으로 옆에 있던 SIXT 업체에 들어가서 똑같이 질문했는데, 왠일로 "OK"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너무 좋았던 나는 재차 물었고 그들은 운전기록과 국제면허증이 있으면 된다는 확답을 들을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건 일정과 가격.
기쁜 마음을 이내 진정시키고 일정을 물어봤고 기대감에 한껏 부푼 내게 돌아온 것은 우리 일정을 맞출 수 없다는 것.
우리가 세비야에서 떠나는 날에만 가능했던 것이었다.
결국 포기한 채 업체에서 나왔고 맞은편에 골드카 업체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지막으로 도전했다.
똑같은 질문과 내 상황을 전했고 직원은 몇차례 검색하더니 너무나 환한 표정으로 "OK"답했다.
또 다시 희망이 보였다. 일정을 물어보니까 이틀 후에는 가능하고 아내 이름으로 예약하되,
나를 운전자 추가해야 한다는 옵션이 걸려 있었다.
'그 정도쯤이야. 지금 내게 필요한 건 당신의 차라고!'
당연히 수락을 했고 예약 문서를 작성하면서 예약금에 대해서 물었더니 의아하게도 당일 아내가 직접 결재하면 된다고 했다. 뭔가가 의심스러움을 지울 수 없어서 직원명과 이메일을 받았고 옆 직원의 이름을 파악한 후에야 업체를 나설 수 있었다.
아주 기쁜 마음을 안고 킥보드를 타며 숙소로 향했고 오는 길에 느꼈던 차가운 공기가 상쾌함과 청량함으로 변해 나의 마음 속까지 정화시키는 듯했다.
그렇게 그날의 세비야 여행 일정을 가볍게 시작할 수 있었다.
세비야에서의 4일째 되는 날.
드디어 고대하던 렌트카 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난 렌트카 업체에 들어서기 전까지 노심초사(사기당하면ㅠㅠ)했었다.
다행히 여직원이 나를 알아봐줘서 한시름 놓았지만.
한편, 업체에서는 차량 대여 시 명칭들은 제각각이지만 보증금을 비롯해서 기름, 주행거리, 보험에 관한 것들을 재차 물어보곤 한다.
이것저것 따져가며 효율적으로 선택하면 좋겠지만 우리는 이것저것 신경쓰고 싶지 않아서 전부 약 380유로로 렌트를 했다.
4살배기 아기가 있기 때문에 카시트는 필수지만 장착은 고객인 우리가 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마라.
그들은 손 하나 까닥하지 않으니까. 계약한 그 순간부터 모든 것은 우리에게 책임이 있음을.
그렇게 순탄하게 차량을 빌린 후 우리의 목적지로 향했다.
내비게이션은 당연히 구글 맵! 이게 진리였다.
차량에 탑재된 것도 있었지만 스페인어였고 조작도 쉽지 않아서 엄두가 나질 않은 것도 있지만,
여행 준비 때부터 구글 맵을 위해서 내 차에서 차량용 휴대폰 시거잭을 갖고 왔기에 배터리도 크게 문제가 없었고, 데이터 역시 여분의 공기계와 내비용 유심침도 장착했으니까 휴대폰으로도 충분했다.
잠깐!! 우리의 목적지를 설명하지 않았네....잠시 정신줄을 놓고 있어서....
세비야 여행 4일차는 당일 여행으로 다소 무리가 있는 코스로 정했다.
자하라 데 시에라를 경유하여 코르도바, 다시 세비야로 되돌아오는 일정이었기 때문이다.
흔히 세비야에서의 당일 여행은 론다가 일반적이었으나
론다는 지난 여행 때 가봤던 곳이었기에 다른 곳을 물색했었다.
카디즈, 코르도바 심지어 저멀리 지브롤터 해협이 잠시 생각했었으나
자하라 데 시에라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고 결국 이곳을 선택했던 것.
원래 일정은 두 여행지를 각각 하루씩 계획했지만 지갑 분실 사건으로 인해 무산되었기 때문에
하루에 두 도시를 다녀와야 했다.
그래도 덕분에 세비야를 더 여유있게 즐길 수 있었지만~
그렇게 우리의 첫 번째 목적지인 자하라 데 시에라로 출발했다.
산타후스타 역에서 약 100km로 1시간 20분 가량 소요되었다.
세비야 도심을 벗어나니까 푸르른 구릉지대가 내 눈 앞에서 끝도 없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의 최고의 경험이었다.
나의 로망이 실현되는 순간이었기에 지금도 눈에 선하다.
운전하는 내내 들뜬 기분으로 목적지로 갈 수 있었다.
경로도 복잡하지 않아서 굳이 내비를 볼 필요가 없어 보였다.
이정표만 보고 달려도 큰 무리가 없었으니까.
교통체증이라고는 전혀 없이 확 트인 도로를 여유있게 질주할 수 있었다.
운전하느라 제대로 찍지 못했지만 너무나 멋진 풍경이 내 눈에 펼쳐져 있었다.
다만, 스페인 도로의 특징이 신경쓰였다.
제한속도가 구간마다 다르기 때문이었는데, 표시판이 정확하지 않았기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또 한가지는 카메라가 보이지 않는 곳에 있고 뒤에서 찍기 때문에
방심하면 과태료를 떼기 일수라는 정보를 미리 접한지라.
한편, 눈여겨 볼 것은 현지인들은 차선의 용도를 잘 지킨다는 것이다.
추월선와 주행선의 진정한 개념을 이곳에서 알다니...10년 경력의 운전자로서 부끄러웠다.
그렇게 신나게 달린 끝에 드디어 저 멀리 사진에서만 봤던 드넓은 호수와
산 중턱의 하얀마을의 환상적인 조화가 눈에 보였다.
바로 자하라 데 시에라였다.
지난 스페인 여행에서 미하스와 프리힐리아나의 하얀 마을을 봤었지만,
산에 둘러싸인 호수와 이 마을의 분위기는 이전 마을과는 사뭇 달랐다.
내륙지역이지만 확 트이면서도 포근함이 느낀다고나 할까.
미하스의 경우에도 확 트인 맛이 있지만 포근함까지는 아니었는데,
이곳 시에라는 산들이 호수와 마을을 따뜻하게 감싸고 있는 듯했다.
무엇보다 이 같은 절경과 순간들에 세 식구가 함께 하고 있는 게 큰 축복이었다.
운전자로서 목적지에 도착하면 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주차다.
일단 내비가 알려주는 대로 마을 안으로 들어가봤다.
역시 조그만 마을답게 도로가 비좁고 언덕이라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
일방 통행이다보니 더욱 조심히 차를 몰았다.
길을 따라 다가보니 작은 광장과 교회가 보였고 그 옆의 언덕을 오르니까 무료주차장이 나타났다.
그곳도 비좁아서 주차공간을 살피는데 지역 주민이 손가락으로 길가 모퉁이를 가리키며 주차해도 된다는 제스처를 취해주셨다.
덕분에 그 분을 믿고(?) 안전하게 차를 세울 수 있었다.
주차를 한 후 우리 앞에 펼쳐진 풍경에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와~~~~~이거 실화??"
라고 할 수 밖에 없는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이곳은 마을 아래에서 본 것과는 또 다른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다.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해발 600m 이상 높지도 낮지도 않은 앙증맞은 산들과,
잔잔한 물결로 더욱 평화로워 보이는 자하라 엘 가스트로 호수와,
전망대 아래 옹기종기 모인 황토빛이 결들여진 하얀 마을과,
마을 아래 푸르른 생명을 뽐내고 있는 구릉지와,
화창한 날씨와 시원한 바람,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새들의 모습이 조화를 이루면서
가히 절경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을 정도의 풍경이었다.
우리는 전망대에서 마을쪽으로 내려오면서 보이는 자그마한 성당에 들렀다.
그 성당은 세비야 대성당, 마드리드의 알무데나 성당,
톨레도 대성당과는 비교해서 다소 초라하고 작은 규모의 성당이다.
성당의 이름은 산타마리아 데 라 메사(Church of Santamaria de la Mesa).
이 마을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기억하는 곳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게 되었다.
성당 안을 살펴보면서 더욱 더 경건함을 느껴졌다.
성당 앞의 작은 광장에서는 공사가 한창이었고 시끄러운 소음이라고보다는 분주함과 활기참을 느꼈는데,
워낙 이 마을이 고요하다보니 이 소음도 퍽 인상적이었다.
광장 앞에도 작은 전망대가 있었는데, 이곳도 그 절경을 감상하기 좋은 뷰 포인트였다.
우리는 점심시간이 되었음을 몸이 먼저 반응함으로써 알게 되었다.
마을을 살펴보는 건 잠시 멈춤!
근처 먹을만한 식당을 찾았고 광장에서 2분 거리에 있는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에 다다르니 아름드리 오렌지나무와 여유로운 야외 테이블이 뿜어내는 분위기가 꽤나 낭만적이었다.
식당 안은 문, 5~6개 테이블과 시에라의 풍경화, 나무로 된 농기구가 장식되어 있었는데,
그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창문에 걸른 커튼과 장식이었다.
아기자기한 소품이 이곳을 더욱 기억하게 만들었다.
튀김류와 스테이크를 주문했는데, 역시나 스페인 특유의 짠맛이 진했다. 다행히 아들이 잘 먹어줘서 고마웠다.
배를 든든히 채웠으니 이제 마을을 둘러볼 차례.
마을 분위기는 미하스와 프리힐리아나와 비슷하게 하얀 벽에 황토빛 화분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장식되어 있었고,
두 마을보다는 규모면에서 작았기에 더 아늑하고 조용한 분위기였다.
기념품 샾에 들러서 시에라를 기억할 수 있는 마그넷을 구입한 후
다시 천천히 걸으며 차가 있는 전망대로 향했다.
마지막으로 다시 이곳의 풍경을 눈과 마음에 담고 다음 일정을 위해 코르도바로 향했다.
자하라 데 라 시에라에서의 일정을 마친 후 코르도바까지는 약 2시간 30분 가량이 걸렸다.
시에라로 향할 때는 끝없는 푸르른 구릉지대가 우리를 반겼다면,
또 다른 산 위의 마을 올베라(Olvera)를 지나서 아마르헨(almargen) 외곽을 거치는 동안
해발 600~800m 산악지대를 꼬불꼬불~달렸다.
구릉지대를 생각했던 나로선 살짝 실망했지만
이곳 나름대로의 드라이브하는 맛이 있어서 이내 즐기고 있었다.
아내와 아들은 차에서 여독을 푸느라 연신 코고는 소리를 내고 있었고,
난 미리 준비한 음악을 블루투스 스피커를 통해 들으며 나만의 시간을 보냈었다.
아마르헨을 지난 후 오수나(Osuna)까지는 이전보다 다소 낮은 산악지대였고
오수나부터 에시하(Ecija)까지는 넓은 평야지역이었다. 간혹 보이는 산들도 나즈막했고
듬성듬성 형성되어 있는 마을과 저 멀리서도 보이는 교회는 이곳의 운치를 더하고 있었다.
이때! 주의할 점.
풍경을 감상하다가 잊고 있었던 과속 카메라를 기억하시길!
우리나라와 달리 제한속도가 표시되어 있지 않아서 특히 유의해야 한다.
나도 구글 맵에서도 이 속도를 파악하기 쉽지 않았는데,
다행히 렌트카 내비게이션에는 표시를 해주고 있어서 제한속도를 알 수 있었다.
에시하에서는 큰 고속도로로 진입했는데,
스페인의 특징은 우리나라처럼 통행료를 내는 IC가 없는게 신기했다.
우리는 왠만한 도로에는 거의 통행료를 지불하는 반면
이곳은 우리나라의 경부고속도로에 해당되는 고속도로도 무료였다.
그러므로 스페인에서 렌트카를 이용할 분들은 통행료 걱정은 안하셔도 될 듯~~~
그렇게 2시간 30분을 내달려서 도착한 곳은 중세의 세계적인 도시 코르도바.
차로 왔으니까 당연히 먼저 주차공간을 찾아야겠지.
그래서 찾은 곳은 지도에서 보듯 메스키타와 5분 거리에 위치한 "parking la mezquita de cordoba"
렌트카 여행에서의 주차는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마시길. 주차료에 얾매여 도박하지 않도록!
우리는 걸어서 메스키타로 이동하는데, 역시 아기를 데리고 간다면 유모차는 필수 중 필수!!
사실 기내용으로 휴대성이 높은 것으로다가 살까 싶었지만
돌길이 많은 유럽 도시의 특성 상 앉아있는 아이와
끄는 우리의 불편함이 더 클 것 같아서 과감하게 원래 우리가 쓰던 것을 가지고 왔다.
항공사는 루프트한자를 이용했는데, 너무나 친절하게 공항 탑승구 앞까지 유모차를 갖고 가서 맡긴 후
경유지인 프랑크푸르트와 마드리드에서도 직접 갖고 주셔서 편하게 활용할 수 있었다.
그러니...3, 4살 정도면 굳이 기내용을 따로 살 필요는 없이 보인다.
메스키다 입구에 도착한 우리는 세비야 대성당에서처럼 오렌지 정원이 입구에 조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공사중이었다는 것. 아쉽게 아들과 함께 세비야 대성당처럼 오렌지도 구경하며 뛰어놀지 못했다.
회랑을 따라 티켓팅을 하러갔고 다른 관광지와 달리 예매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편했다.
세비야 대성당을 비롯하여 마드리드왕궁, 프라도미술관,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경기장 등
대부분의 관광지는 예매가 필수여서
여행준비 과정에서나 현지에 도착해서도 계속 신경쓰였었는데,
이곳은 즉시 입장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참고로 티켓을 구입할 때 티켓 창구를 이용하기보다는 바로 옆에 있는 자동화기기를 이용하는 것이 수월하다.
메스키타 입장과 종탑 입장 패키지와 둘 중 하나만 이용할 수 있는 단일권이 있으니까
여행 목적과 시간을 고려하도록.
우리는 다소 늦게 도착한 까닭에 종답은 생략하기로 했다.
그리고 세비야 대성당의 히랄다탑을 올라갔다는 경험때문인지 큰 매력을 느낄 수 없었다.
만약 지갑을 잃어버리지 않고 당일 코스와 왔다면 반드시 올랐을 것이지만.
카펫을 깔아놓은 듯 반듯하게 손질된 진한 갈색빛깔의 바닥
흰색과 진갈색의 줄무늬로 표현된 두겹으로 된 말굽모양 아치들의 향연
어두운 듯 어둡지 않은 조명들과 창을 통해 신이 재림하듯 비추는 햇빛
다만, 두 종교의 억지스러운 만남으로 인한 부조화가 아쉬울 따름이다.
우리는 감탄을 하며 메스키타 이곳저곳을 돌아다녔고 아들은 유모차가 심심했는지
스스로 내려 천년 세월의 깊이가 스며들어 있는 이곳을 본인의 놀이터인 마냥 뛰어다녔다.
다소 늦은 시간이라서 관광객들이 거의 없었으므로 아들에게 자유(?)를 만끽할 시간을 줄 수 있었다.
아라베스크 문양으로 대표되는 이슬람의 모스크 속에 가톨릭 성화와 제단이 있다는 것이 묘한 기분을 갖게 한다. 종교적 신념이 만들어 낸 두 종교 간의 어색한 동거가 600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
한편, 다행히도 우리가 여행했던 기간은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직전이었다.
스페인에서도 당연히 코로나를 생각하지도 않던 시기였고.
가끔씩 현지인이나 외국인들이 지나가는 우리를 가리치며 손으로 입을 막는 제스처를 보이기도 했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 당시에는 중국 우한에서의 피해가 극심했던 때라
우리 역시 중국인 단체 관광객과 마주치지 않으려고 했지만.
늦어진 일정 덕에 메스키타를 가볍게 살펴본 후 우리는 방황해야만 했다.
시간이 애매했기 때문이었다.
로마교에서 보는 일몰을 비롯하여 코르도바 도시를 두루 살펴볼 시간이 없었다.
그리되면 밤길을 운전해야 했고 반납시간도 초과되기에.
무엇보다 안전이 신경쓰였다.
갈팡지팡한 끝에 메스키타 주변 골목을 여행하기로 정했다.
지난번 여행에서 그라나다에서의 자체 골목 투어와 리스본에서의 알파마 지구 골목 여행을 떠올랐기 때문.
그리고 목적지가 없이 돌아다녀본 결과 뭔가 막막함을 느꼈다는 아내의 말에 행선지를 정할 필요가 있었다.
우선 세네카 광장의 목이 없는 동상을 보기로 하고
구글맵에서 방향만 확인하고 더 이상 보지 않은 채 출발했다.
이 도시는 흰색 바탕에 황토빛을 데코한 느낌에다가
원색의 화분들로 포인트를 주면서 깔끔함을 표현한 듯했다.
거기에 천년 역사의 고즈넉함이 더해지고 골목골목마다 아기자기함이 매력적이었다.
코르도바 역시 유명 관광지이지만 마드리드나 세비야, 그라나다 등의 도시보다는 한산한 느낌이었다.
관광객보다는 현지인들이 더 많은 듯했고 시에스타(siesta) 때문인지 문을 연 가게가 드물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집집마다 창문 앞에 나무로 된 가림막이 되어 있었다.
세비야에서의 숙소(에이비엔비)도 마찬가지였는데,
검색해보니까 여름철 살인적인 더위를 피해서 햇빛을 최소화시키고
통풍이 되도록 고안했다고 한다.
새삼 날씨와 주거형태의 밀접한 연관성을 알게 되었다.
드디어 배가 고파졌다. 일단 골목투어를 마치고 주차장 인근으로 가기로 하고 길을 나섰는데,
아직도 식당들이 문을 열지 않았다는 것.
유명해보이는 식당도 가봤지만 아직 오픈준비중.
그래서 지나다가 봐둔 식당으로 어쩔 수 없이 가야만 했다.
여행에서 힘들 때 가장 하기 싫은 게 왔던 길 되돌아가는 것이지 않은가?!
아내와 아들이 투덜거릴 때 여행 가이드로서 남편은 참 힘들다.
어떻게든 맛있는 음식을 먹이고 싶은데 쉽지 않으니....
그 고충을 알아만줘도 좋을련만...아들은 짜증까지 부리고...
그렇게 인고의 시간을 보낸 후 도착한 식당은 다행히 운영하고 있었다.
재빨리 먹물 빠에야와 오징어가 결들여 있는 샐러드를 주문했고 생각보다 빨리 나와서 후닥닥 먹어버렸다.
기대치가 낮아서였을까. 아니면 배가 너무 고파서였을까.
너무 너무 맛있었다. 지금도 그 맛은 잊을 수가 없었다.
사진을 보고 있노라니 침 넘어가는 소리가 크게 들린다.
맛있는 저녁을 먹고 다시 세비야로 돌아가기 위해 핸들을 잡았다.
세비야로 돌아오는 길은 의외로 간단했다.
에시하(Ecija)에서 코르도바로 오면서 이용했던 고속도로를 타고 1시 30분을 이동하면 그뿐이었다.
길을 헤맬 필요도 없이.
하지만 신경써야 할 것은 바로 밤길 운전.
가장 신경썼던 부분이 바로 제한 속도였는데,
A-4라는 명칭의 이 고속도로에서조차 제한속도 표시판이 거의 없었다.
표시판을 확인하기 위해 2~3차선 위주로 주행했지만 찾아볼 수 없어서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밤이 되니까 그렇게 잘 지키던 현지인들의 추월선과 주행선을 마구 질주하는 듯했다. 아마 내 느낌이었겠지만.
밤길 운전을 하면서 알게 된 하나는
스페인의 화물차와 유조차 등등 대형차들의 뒷면이 우리와는 사뭇 달랐다는 것.
차량 뒷면에 차량 모양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도록 야광화가 되어 있었다.
예를 들어 유조차면 뒷면 둥그니까 그 모양대로 야광표시가 되어 있어서 무슨 차인지 알 수 있었다는 거.
우리나라에서도 이 같은 것을 도입하면 차량 식별이 용이할 것 같았다.
그렇게 초집중하고 도착한 렌트카 업체.
근데, 모두 퇴근한 뒤였다. 9시가 조금 안된 시간이었는데.
키 반납을 할 수 없었으므로 차량은 해당 업체 주차장에 세운 후 다음 날 아침에 키를 반납하러 와야했다.
숙소로 돌아가기 전 렌트카 이곳저곳을 사진으로 촬영한 것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의 세비야 렌트카 여행은 끝이 났다.
최초 여행 일정과는 다르게 진행된 이번 여행에서 알게 된 점은
여행도 인생처럼 마음대로,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점.
그 상황에 적응하는 법을 배웠다.
한편,
자하라 데 라 시에라에서는 자연을 만들어 낸 경이로움을
코르도바 메스키타에서는 인간을 만들어 낸 경이로움을 경험했다.
지역마다 다양한 매력을 가진 팔색조 스페인.
그 중에서....
안달루시아! 넌~ 내게 감동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