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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써니 Nov 05. 2015

서른여섯 그녀+12년

나의 여자들 #1

언제가 내 지인들을  인터뷰해 타인의 글로 채워진 자서전을 만들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꿈은 내가 완성할 수는 없는 일. 

대신 시간이 남는 요즘, 내 주변 여자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TV에 나오는 사람도, 크게 성공한 사람도 아닌 평범한 30대지만 아름답게 살아가는 그녀들의 이야기를-

(이름은 ABCD로 대신함)




첫 번째니까 A로. 

A 언니는 내가 대학 때 만났다. 학교 끝나고 집에 가는 전철에서 공연기획 아카데미 광고를 본 후 막연히 '공연기획 일을 하면 잘 할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러다  뮤지컬 서포터즈 모집공고 발견했고, 제대로 된 뮤지컬은 본 적도 없었지만 어쨌든 합격을 했다. 

그렇게 언니와 처음 만났다. 언니는 기획사의 직원으로 나는 서포터즈로. 사실 서포터즈 활동을 하는 동안에는 언니랑 크게 친하거나 하지 않았다.  그때는 서포터즈들끼리 재미나게 지냈던 때니까. 그러다 졸업을 앞두고 공연기획에 대해 신중하게 고민했을 무렵 서포터즈 몇 명과 함께 업계에 대한 얘기를 들을 겸 언니에게 조언을 구했다. 언니는 흔쾌히 우리의 부탁을 들어줬고, 강남역 어딘가에서 만났던 그 날의 인연으로 우리는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다. 


그녀의 과거

무용을 전공한 A언니는 학교  때부터 무대에 서기 보다 백스테이지 일을 맡아서 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뮤지컬 기획사에 들어갈 수 있었던 듯. 언니가 기획사를 퇴사했을 땐 내가 일하던 회사에서 잠깐 같이 일을 했고, 내가 퇴사를 했을 때는 언니가 일하던 회사로 내가 가서 일을 하기도 했다. 우린 그렇게 자주 일로 엮였다. 


언니는 뮤지컬 기획사를 거쳐 홍보 대행사에서 혈혈단신 혼자 몸으로 많은 일을 했다. 그러다 다시 뮤지컬 기획사의 홍보팀장으로 일하다 결혼 후 육아로 인해 다시 퇴사를 했다. 지금은 아이를 키우며 아주 고달픈 워킹맘으로 매니지먼트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중이다. 


그녀의 일상

언니의 아들이 세 살쯤 되었을 때 전에 일했던 회사로부터 러브콜이 왔다. 남편의 반대도 있었지만 퇴근을 일찍 한다는 조건으로 다시 회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어디 그게 마음처럼 쉽나. 언니는 일을 만들어 하는 성격이다.  일이 많으니 퇴근은 늦어지고, 아이에게 미안하고, 남편에게 미안해 하는 일상이 반복되고 있다.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 쉬는 날이면 어김없이 여기저기 놀러 다니기를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 피곤한 몸을 이끌고 강원도로, 경기도로 주말 여행을 떠난다. 


그녀의 아름다움

언니는 내가 아는 사람들 중 가장 감흥이 없는 사람이다. 내가 약간의 냉소적인 성격을 갖게 된 것도 나는 언니탓이라고 얘기한다. 한창 젊은 시기에 언니랑 붙어다녀서 내가 이렇게 된거라고. 그만큼 언니는 냉정하면서도 객관적이다. 그렇기에 조언을 구하면 무조건 내 편이 아닌 다양한 답을 만들어 주곤 한다. 


일 하는 것 또한 똑부러지게 한다. 팀장으로서 언니는 자기 일을 무조건 밑에 사람에게 넘기지도 않고, 아랫 사람의 공을 가로채지도 않는다. 일을 많이 해 오히려 팀원들이 조금은 싫어 할 수 도 있는 사람이다. 아이 때문에 일찍 퇴근해야할 때는 아이가 잠들고 밤 10시 이후가 되어서야 다시 노트북을 켜기도 한다.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100% 신뢰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A언니라면 어떤 일이든 믿고 맡길 수 있을만큼 나에겐 신뢰도 200%인 사람이다. 책임감 있는 모습, 객관적인 판단력, 쉽게 흔들리지 않는 명확한 자기 주관-

12년을 알고 지내도 한결같은 그 모습이 참 멋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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