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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써니 Aug 05. 2015

꿈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그대들에게

- 여행이 당신을 구원하리라

2005년 12월,  내 나이  스물다섯.

대학 4학년 때부터 일했던 회사를 1년 반 만에 관두고 무작정 인도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12월에여행 가기 좋은 나라는 호주, 터키, 인도.

내 선택은 물가가 가장 싼 인도- 더 생각할 것도 없이 단 하나의 이유로 그렇게 내 첫 배낭여행이 시죠.

항공료는 120만 원 정도, 40일 동안의 여행경비는 60만 원 정도면 충분했습니다. (물론 10년 전 물가긴 하지만)

월요일~금요일 아침 7시 삼육 어학원 > 오전/오후 학교 생활 > 저녁 아르바이트 (학원 선생, 과외 등)
> 밤 10시 이후엔 동네에서 친구들과 술 마시기

학교 다니는 동안 내가 가장 바빴던 일상의 패턴입니다. 어떤 학기는 야간 수업까지 들으며 주 3일 수업으로 시간표를 짜고, 나머지 평일엔 단기 아르바이를 하기도 . 공강 시간이면 졸업하고 뭐  해 먹고 아야 하나, 학자금은 몇 년이 지나면 갚을 수 있을까를 계산하는 게 '밥 먹었니?'와 맞먹는 정 일상이었던 시절이었습니다.


저는 하루를 바쁘게 사는 걸 좋아했고, 뭐든 빨리빨리 일을 처리하는 성격이었습니다. 군대 간 남자 동기들에게 쓴 편지도 날짜별로 기록해서 보낼 만큼 수업시간엔 스케줄표를 그리면서 다음의 일정을 짜는 게  취미일 정도로 말이죠. 대학 때 했던 아르바이트는 10개도 넘어 이제는 기억도 다 못합니다. 이런 저의 빡빡함과 조급함에 급격한 변화가 생긴 건 바로 인도 여행 때문이었습니다.


학교 다니며 했던 뮤지컬 서포터즈와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 자원활동가를 하면서 공연기획에 관심이 슬슬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영화제의 인연으로 첫 직장에 들어가게 됐지만 2년을 채우지 못하고 관두게 됐습니다. 그리고 나니 다음엔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배낭여행 못 간 한이라도 풀 겸 여행을 가기로 결심했고, 돈이 없어 인도로 가게 된 거였죠.


류시화 작가의 <지구별 여행자>를 읽으며 이 어이없는 나라를 정말 가야 하는 가를 고민하기도 했지만 다른 선택은 없었습니다. 호불호가 갈린다는 인도, 명상을 하며 나를 찾게 된다는 그 곳에서 내 길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았으니까요.

하지만 내 바람은 그저 바람이었을 뿐, 답을 얻고자 했던 여행은  답은커녕 오히려 물음표만 늘어났습니다. 그렇다고 여행의 소득이 아주 없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혼자 떠난 여행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됐고, 정말 위험하다는 나라 인도에서 말짱히 살아 왔기 때문이죠.


'까딱하면 죽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찔한 순간도 있었고, 하루 종일 한 끼 밥만 먹으며 갠지스강만 바라보며 시간을 낭비하기도 했고, 낯선 동네로 이동할 때마다 새로운 인도를 발견하는 재미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감상적인 얘기지만) 인도 사람들의 삶을 보며 한  번뿐인 인생에 대한 생각도 조금은 하게 됐고요.


인도를  다녀온 후, 나는 조금 더 나에게 집중하게 됐습니다. 다른 것보다 지금의 내 모습에 충실해 지기로 했죠.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생각, 남들만큼 살고 싶다는 생각 대신 내가 지금 하고 싶은 대로 살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습니다. 돈 많은 남자라면 바람을 펴도 괜찮다는 생각을 했던 과하게 현실주의적인 나였지만, 안정된 곳에서 적당히  먹고살겠다는 생각이 여행 이후 싹 사라지게 된 것이죠. 무엇보다 어떤 순간이 오더라도 당황하지 않는 법을 배우게 된 게 가장 큰 수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여행에서의 변수란 내 생명줄과 연관이 있는 것이었기에 신중하고, 또 신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의 나는 

돈이 넉넉하진 않지만 먹고 살만큼은 있으며,

내가 버는 한에서 하고 싶은 일은 다 하고 살고,

같은 꿈을 꾸는 사람을 만나 새로운 도전을 하며 재미지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지금까지의 내 삶에 대한 후회가 없다는 거죠.

굳이 지난 인생에서 후회하는 것 한 가지를 꼽자면 '대학 때 카드 빚을 내서라도 배낭여행을 갈 걸' 이 한  가지뿐이랍니다. (이건 남편도 동의하는 내용이고요)


물론 여행이 만능키는 아닐 것입니다. 생각이 많은 20대에게 여행이라는 게 얼마나 많은 숫자와 시간을 떠올리게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20대가 가기 전에, 조금이라도 생계에서 자유로운  그때 다른 세상을 향해 (혼자) 한 발 내 딛기를 강력히 추천합니다.


나이가 들 수록 시간은 빨리 가고, 자유보다는 책임과 의무가 늘어나기 마련입니다.

가장 예쁜 젊음을, 최고로 강한 용기를 지닌 청춘의 순간을 낭비하지 않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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