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

새로운 창작 뮤지컬의 등장

by 안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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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새로운 공연이 올라와 첫 공 주간에 보러 갔다. 나의 선택은 믿고 보는 박은태와 기럭지 좋은 신성록 캐스팅. 토요일 저녁이라 공연이 시작한 지 일주일도 안 됐는데 객석이 꽉 찼다.


충무아트홀 매표소는 2층에 있는데 이번 공연은 포토월과 MD 숍의 위치가 기존과는 반대로 되어 있었다. 기존에는 보통 매표소 앞 로비에 멋진 포토월이 있었는데, 이번엔 안쪽 공간에 있어 사람들이 잘 못 찾는 것 같기도 했다. 포토월 앞에 줄이 엄청 길어야 하는데 포토박스와 캐스팅 보드에만 사람이 많았음.


아래 후기에는 누군가에게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글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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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대 위 시공간 여행 — 동서(東西)와 과거/미래를 넘나드는 몰입감


이 뮤지컬은 단순한 ‘역사 재현’이나 ‘사극’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을 연결하는 거대한 상상 무대로 옮겨놓은 작품이다. 1 막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장영실의 시대, 조선의 경복궁과 천문도가 있는 하늘 아래에서 그의 고뇌와 꿈, 그리고 미스터리를 따라가다가 2막에서는 소설 속 상상인 유럽 르네상스의 화려함, 낯선 땅에서 비망록과 고서를 뒤지는 현대인들의 시선으로 전환된다. 소설 '한복 입은 남자'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 소설의 내용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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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들의 온몸 연기 — 1인 2역이 주는 깊이 & 대비


이 작품의 또 다른 매력은 “한 배우가 두 인물, 두 시대를 오간다"라는 1인 2역 구성이다. 영실, 세종뿐 아니라 그 주변 인물까지 1인 2역으로 알차게 나오기 때문에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장영실의 열정과 고뇌가 과거에 있다면, 현대인 강배가 비망록을 해독하며 느끼는 혼란이나 절망, 그리고 그 진실을 향한 집착이 동시에 보였고, 영실에 대한 애정과 백성을 생각하는 세종의 모습 또한 현실의 진석이 진실을 밝히려는 의지를 통해 같이 느낄 수 있었다.


배우들은 단순히 노래와 대사를 넘어서, 태도와 몸짓, 눈빛까지 바꾸어가며 각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했고 덕분에 과거의 아픔, 현재의 갈망, 그리고 그 사이에서 피어나는 미묘한 감정들이 훨씬 더 깊이 와닿았다.


역시나 믿고 보는 은태 배우는 쭉쭉 뱉어내는 고음과 부드러운 발성이 매력적이었고, 왕의 비주얼에 어울리는 성록 배우는 나지막한 저음으로 다정한 왕의 모습을 표현했다. 둘의 캐미도 너무 좋았고.


자리선정 팁! 객석에서 바라본 기준으로 왼쪽엔 영실이 오른쪽엔 세종의 단독 장면이 더 많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오른쪽 자리를 더 추천함. 기억으로는 은태 배우님의 눈물 맺힌 얼굴을 오른쪽에서 더 가까이 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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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전미가 살아있는 무대와 의상 - 역시 EMK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의 또 다른 볼거리는 EMK 제작 공연이라면 섭섭하지 않게 꽉 채운 무대와 볼거리 넘치는 의상이다.


적절한 영상과 입체감을 살려주는 세트는 스토리와 잘 어울리면서도 아름답다는 느낌을 갖게 해 준다. 이번 공연은 자잘한 오브제보다는 큰 덩어리의 느낌을 살려 제작한 세트가 더 인상적인 듯. 특히 경복궁의 모습은 처마의 곡선이 예쁘게 살아 있었고, 공연 시작과 끝에 보이는 큰 한복은 그림자까지 신경 쓴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영실의 하늘색 한복은 정말 고왔다. 앙상블들의 군무에서도 시스루 스타일의 한복을 입었는데 선이 정말 예쁘게 떨어져서 안무가 더 살아난 것 같다.


세트와 사람들로 무대가 한가득 차서 앙상블이 조금 덜 있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배우분들의 생계가 달려 있으니 다음엔 세종문화회관에서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정말 더 웅장한 느낌이 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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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를 전달하는 음악 - 프랑켄슈타인을 좋아한다면!


음악감독이 프랑켄슈타인을 만든 이성준 감독님이라 스타일이 조금 비슷하다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다. 계속 고음을 질러 배우들의 성대를 걱정하면서 봐야 하긴 하지만 말이다.


가사 속에 이야기를 전달하다 보니 가사가 많고, 음악이 전반적으로 템포가 빨라 공연이 끝났을 때 약간 기 빨린 것처럼 에너지가 많이 소진됐다. 쉬지 않고 쾅쾅 때리는 음악에 고막이 약간 피곤하기도 했지만 덕분에 지루할 틈 없이 스토리가 전개돼 지루한 장면은 없게 느껴졌다.


1막 끝물에 세종 솔로곡이 있는데 이것도 조금 잔잔히 끝냈으면 여운이 더 길지 않을까 싶다. 세종이 한 번 지르고, 영실이 마지막에 또 지르니 고조됐던 엔딩이 약간 힘 빠지는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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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 기억과 시간, 정체성과 꿈 그리고 성공적인 데뷔작


이 뮤지컬이 던지는 이야기는 단순한 ‘미스터리 + 역사’가 아닌 것 같다. “잊힌 별, 사라진 영웅”을 향한 기억의 복원이고, 오랜 세월을 담고 있는 별처럼 “시간을 뛰어넘는 꿈”에 대한 이야기다.


과거 세종대왕과 백성을 위해 과학과 문화에 헌신했던 이들의 꿈과 그 후세가 남긴 흔적을 찾아 나서는 현대의 청년들 — 이 둘이 만났을 때, 단순한 ‘옛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가진 시간, 정체성, 그리고 꿈’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캐릭터 간의 개연성도 나쁘지 않고 창작 뮤지컬 첫 시즌치고는 완성도도 꽤 높았다. 다만 너무 가득 채운 노래와 고음을 조금만 덜어내면 어떨까 싶다. 엔딩도 공항장면 없이 영실의 사라짐을 조금 더 깊이 있게 만들어 끝나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백이 조금도 없는 게 나는 살짝 힘들었음.


배우들 간의 캐미가 보는 재미를 주는 작품이라 막공 때는 정말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카이 배우 노래가 엄청 좋다고 들었지만 다음에 본다면 전동석 배우와 이규형 배우 캐스팅으로 다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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