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0과 1사이의 어색한 나
내 인생은 예, 아니오 혹은 흰색, 검정색 처럼 분명한 일이 단 하나도 없었다. 누군가에게 싫은소리를 하는 것도, 듣는 것도 피하고 싶은 일이었으며, 어느 하나에 속하는 것은 손사레 치며 극단적으로 싫어함을 표현해 왔다. 그래서 일까. 나는 가끔 제 삼자로부터 어색하다는 이야기를 듣기도한다. 물론 나 역시 느끼고있다.
어릴 적 미술시간을 좋아했다. 검정색 물감이 흰색 물감을 만나 점점 하얘지는 '그라데이션'을 눈으로 확인 할 수 있는 유일한 과목이었기 때문이다. 원인과 결과 혹은 사건의 경위와 발단과정 그리고 그것이 초래하는 결과가 분명한 약간은 이분법적인 교과목들사이에서 '유일한'이었다고 설명하면 이해가 쉬울지도 모르겠다.
공황장애로 약을 먹으면서 한가지 변화한 것이 있다. 선택의 기로에서 언제나처럼 단호했던 내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이것도 괜찮은듯 하다 저것도 괜찮은 것 같고 그러다 둘 다 아닌 것 같다가 둘 다 괜찮아 보이는 한마디로 우유부단해졌다는 것이다. '어쩌면 나는 괜찮은 사람이야.' 라고 생각하기 시작하고 나서부터.
이 모든 것은 내가, 어설프기 때문이다.
나는 나에게 어설프다.
어설픈 마음으로 어설프게 행동하니, 모든 일이.
어설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