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관동대학교 지리학교수 이동민 님
제가 어릴 적에는 21세기가 되면, 세계의 평화가 온다. 인간이 우주로 뻗어나가고, 대단히 살기 좋은 시대가 올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떻죠?
21세기가 시작할 때부터 9.11 테러가 나고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이런 전쟁이 거의 10~20년을 끌었고 후세인 정권이 타도되니까, ISIS가 준동을 해서 후세인 정권보다 더 무지막지한 테러, 민간인 학살 등등을 저질렀죠. 2010년을 전후해서는 시리아 내전이 일어나서 아직까지도 끝나질 않고 있습니다.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으로 탈레반이 괴멸하는 줄 알았더니 기어이 되살아나가지고 아프가니스탄 사회를 또다시 탈레반 독재체제 극단주의 체제로 되돌리고 있죠.
왜 그럴까요?
분명히 냉전을 종식이 되었고 21세기가 된 지 20년이 지났는데도 세계가 평화로워지기는 커녕 세계 곳곳에서
전쟁, 테러, 극단주의가 끊이질 않는 겁니다. 여기엔 다양한 이유가 있겠죠.
이런 이유들 중에는 기후변화, 기후위기도 굉장히 강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겁니다
아까 말씀드렸던 ISIS, 보코하람, 탈레반 이런 집단들의 공통점이 뭘까요?
물론 일반적으로 알려졌듯이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단체다, 세계 곳곳에서 잔인한 테러를 일삼는다 등등
이런 것도 있습니다만, 이런 단체들이 활동하는 지역.
기본적으로 저위도 지역건조지대든지 아니면 아프리카 내륙지대인 겁니다.
이런 지역들은 원래부터 척박했었다.
물론, 이런 지역들이 인류역사상 무조건 척박하기만 했던 것도 아닙니다. 예를 들어 이라크 같은 경우에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꽃피기도 했죠. 하지만은 현대의 들어와서는 이런 지역들이 기후가 건조하거나, 내륙지역이거나 그런 곳 들입니다. 그래도 이런 지역들은 지하수, 오아시스 이런 것들이 있기 때문에 사막이 많지만 도시 마을 등등이 생길 수가 있는 것입니다. 나이지리아 같은 경우에도 '차드호'라는 아주 거대한 호수가 있어서 차드호에서 물고기도 잡고, 농업용 수도 얻고 하면서 문명을 이루고, 마을을 세우고 도시를 세울 수 있었던 거죠.
그런데 지구온난화.
지구기온이 자연스러운 정도를 넘어서서 너무 올라간다. 수분증발이 더 심해지는 겁니다.
이런 곳 들은 바다도 멀고 습한 공기라든지 비구름을 머금은 기단과도 거리가 멀 기 때문에 수분이 자꾸 증발을 하면 그냥 하늘로 올라가서 흩어져 버리는 겁니다. 가뜩이나 건조한, 물이 귀한 지역이 더더욱 건조해지고 사막은 넓어지고 물은 메말라 갈 수밖에 없는 겁니다.
이것 때문에 어떤 일이 생겼느냐? 첫째로는 시리아 내전입니다
시리아가 어떤 나라일까요? 이스라엘 이라든지 사우디, 이런 나라들처럼 중동 최강국까지는 아니어도 상당히 영토도 크고 어느 정도 이제 국력도 있는 그런 나라입니다. 과거의 중동전쟁을 벌였을 때 이스라엘 하고 적대했던 나라가 바로 이집트 시리아였죠. 결과적으로 이스라엘한테 패하기는 했지만 이스라엘, 세계적인 군사 대국이고 미국의 지원까지 든든히 받는 이런 이스라엘 하고 싸웠다는 자체가 상당히 강력한 나라였다는 말입니다.
여기에 덧붙여서 시리아는 민주국가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현대시대에 대대로 독재권력을 세습하는 나라가 어떤 나라가 있을까요? 당연히 첫째로는 북한입니다. 북한도 그렇지마는 시리아도 그렇다. 시리아도 알아사드 가문이 수십 년째 대를 이어 가지고 독재를 해온 나라입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많은 학자들은 2010 년 무렵에 일어났던 시리아 국민들의 대대적인 시위 때문이다.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이런 시위가 왜 일어났느냐? 여기에는 시리아 농민들의 경제 파탄, 생활 파탄이 관계가 있는 겁니다.
2000 년대 중반 무렵부터 시리아에는 계속해서 연이은 가뭄이 들었던 거죠. 이로 인한 시리아의 강수량 저하, 가뭄, 흉년 때문입니다. 알아사드 정권은 수십 년이 넘도록 대를 이어서 독재정권을 유지하는데 어떻게든 성공을 해왔던 터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2010 년 무렵부터 시리아 국내에서 대대적인 시위가 일어나면서 알아사드 정권이 이 시위를 제대로 진압하지 못하고 결국에는 내전으로 비화가 된 겁니다.
이 정도의 거대 규모의 시위가 왜 일어났을까?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죠. 예를 들자면 그 무렵에 일어났던 중동 북아프리카 일대에 민주화 시위도 있겠고, 알아사드 정권이 너무 오랫동안 철권통치, 대를 이어온 독재를 하다 보니까 국민들이 질렸다. 이런 요인도 있겠습니다만은 많은 학자들은 아까 말씀드렸던 시리아, 중동 지역의 가뭄, 흉년하고 시리아 내전이 관계가 있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시리아에는 2000 년대 중반부터 유례없는 가뭄, 흉년이 계속되게 됩니다.
한 해, 두 해도 아니고 연이어서 흉년, 가뭄이 드니까 결국에는 농사를 포기하고 도시로 몰려드는 겁니다. 문제는 도시에도 이런 사람들을 받아줄 공간, 직장 이런 것들이 여의치 않았던 거죠. 예전 같으면 농촌에는 농민, 도시에는 도시공무원, 노동자 이렇게 살고 있던 시리아가 갑자기 농토를 잃은 가난한 농민들이 도시로 막 몰려오게 되면서 도시민과 농촌로부터 이주민들 사이에도 알력이 불거지고 이런 문제를 시리아 정부에서 제대로 해결을 못한 겁니다.
수십 년 동안 국민들을 어떻게든 잘 억압, 내지는 구슬려 왔던 알아사드 정권도 결국에는 한계에 봉착을 한 거죠. 이런 문제는 시리아에만 국한된 것도 아닙니다. ISIS, ISIL 이라고도 부르는데요. 문제는 이런 테러집단들이 몇 년 동안이나 실질적인 국가까지 형성을 했었다. 국가를 형성하는 걸 넘어서 이라크 정부군조차도 여러 번 격퇴를 하고 이라크 정부군들이 미군한테서 지원받은 무기들까지 노획을 해가지고 정말로 세계 평화를 아주 심각할 정도로 위협을 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이 이런 ISIS를 지지하고 심지어는 거기에 들어가기까지 했을까?
여기에도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위기가 자리 잡고 있는 겁니다. 아시다시피 이라크 일대도 건조기후 지역이죠. 수자원이 부족한 겁니다. 시리아뿐만이 아니고 이라크 역시 2000~2010 년대를 지나면서 가뭄 때문에 수자원이 많이 줄어든 거죠.
여기에 덧붙여서 미국이 후세인 정권을 타도하고 후세인은 사형시킨 것까지는 좋았습니다. 그런데 후세인 정권이 무너진 뒤에 이라크를 안정적으로 통치하는 데는 실패를 한 거죠. 이 틈을 타서 ISIS가 세력을 키우고 준동을 한 것인데요. 이 ISIS의 힘줄, 내지는 밥줄 같은 것들이 바로 수자원이었습니다.
이라크 신정부가 이라크에 치안, 수자원을 제대로 관리를 못 하는 틈을 타서, 일당들은 이라크의 주요 수자원.
우물이라든지 강물, 지하수 이런 것들을 아주 신속하게 독점을 해버립니다. 이렇게 되니까 수많은 이라크 국민들은 ISIS를 적극적 지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어쩔 수 없이 그런 테러 분자들, 극단주의자들한테 어느 정도로는 동조 내지는 지배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이런 문제는 아프리카에 가도 똑같은 겁니다. 나이지리아.
아주 세계적인 자원 부국이지만, 군사 독재가 자꾸 이어지면서 자원 덕분에 선진국 또는 복지국가가 되지 못하고, 치안이 어렵고 국민들의 생활이 굉장히 좀 어려운 그런 나라인데요. 이 나이지리아 같은 경우에는 주요 수자원이 차드호수라는 아주 거대한 호수입니다.
민물호수 덕분에 물을 구하고, 농사도 짓고, 물고기도 잡고 이러면서 수많은 나이지리아 사람들이 살 수가 있었다. 그런데 이 나이지리아의 차드호 같은 경우에도 내륙호수입니다. 마찬가지로 지구온난화, 증발량이 자꾸 늘어나니까 나이지리아 같은 경우에는 시리아 이라크처럼 사막 까지는 아니지만 어쨌든 열대지방이고 그리고 내륙지대입니다. 원래부터 덥다 보니까 증발이 많이 일어나는 곳인데 지구 온난화 때문에 그 증발이 더 많이 일어나게 되면서 차드호에 물이 자꾸만 줄어든 것이다.
가뜩이나 살기 어려웠던 나이지리아 국민들이 줄어든 물 때문에 더더욱 힘들어진 겁니다. ISIS처럼 이 보코하람 일당들도 차드호의 말라 가는 물, 나이지리아의 수자원부족 문제를 제대로 파고든 겁니다.
줄어들고 있는 물, 우물 지하수 이런 것들을 꽉 쥐고 있으니까, 당연히 사람들은 보코하람의 통제에서 제대로 벗어날 수가 없게 되는 것입니다.
이 보코하람은 몇 년 전에는 여학교에 침투를 해가지고 공부하고 있던 여학생들 수백 명을 납치를 해서 매매혼 심지어 성매매대상으로 여기저기에 팔아먹는, 세계적으로 공분을 살 만한 그런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보코하람이란 말은 서양식 교육을 거부한다. 쉽게 말해서 "여자들이 무슨 교육이냐?" 이런 뜻입니다.
극단적인 이슬람 원리주의 단체니까 그런 거죠. 이렇게 아주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극악무도한 테러, 인권을 무시하는 행위. 이런 행위를 저지르는 보코하람 일당은 기후 위기를 무기 삼아 가지고 없어지거나 소탕을 당하기는커녕 심지어는 나이지리아 정부군 또는 경찰 하고도 상당 부분 대등하게 싸우면서 나이지리아는 물론이고 아프리카 나아가서는 전 세계에 민주주의 평화, 안보, 인권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습니다.
자, 말씀드린 것처럼 기후 위기가 지속되면 해수면이 상승을 한다, 해안지대 도시들이 물에 잠긴다, 이상기후가 자꾸 빈발한다. 이런 것도 당연히 심각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이 기후 위기는 그 정도의 문제를 벗어나가지고 말씀드린 것처럼 세계 평화, 세계 안보, 민주주의와 인권까지도 심각할 정도로 위협할 수가 있는 겁니다.
어쩌면 이 기후 위기가 계속된다면 남북관계, 우리나라의 안보에도 악영향이 오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할 수 있는 겁니다. 가뜩이나 북한이 굉장히 힘든 상황인데 기후이기 때문에 북한에서도 지금보다 더 식량난이 닥친다면 정말로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그런 위기 상황이 도래할지도 모른다.
안보를 지키는 것은 당연히 군인들, 아주 강력한 무기들, 효과적인 국방정책. 당연히 이런 것들이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기후위기를 얼마나 잘 관리하는가 하는 것도 중요한 키 포인트가 되지 않겠나 싶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F_s16qV9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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