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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Oct 13. 2021

인터뷰 (15) 옷 가게에서 일했던 5일이 궁금합니다.

행복한 옷입기 코치 인터뷰 (15)

Q. 코칭을 시작하기 전에 옷가게에서 일했다고 하셨잖아요. 그 이야기를 좀 듣고 싶습니다.


A. 대학교 졸업할 때 자기계발 서적에 한창 심취해 있을 때였어요. 그 때 '코끼리와 벼룩'을 정말 인상깊게 읽었거든요. 그래서 평생 할 수 있는 나만의 일을 가져야겠다고 마음먹었거든요. 졸업하고 나서 패션 메이크 오버 프로그램을 자주 봤는데 저런 일을 하면 재미있겠다 생각했지만 전공자도 아니고 경력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기에 우선은 취업 준비를 했죠. 그런데 제가 학점이 정말 안 좋았어요. 그냥 학교 수업에 재미가 없어서 학교를 안 갔거든요. 3,4학년 때 만회를 해서 다행히 중퇴는 면했지만 그러다보니 취업을 정말 늦게 했어요. 그렇게 취업이 되었을 때도 3년 정도 일하고 내 일을 갖자 라는 생각을 했고 회사를 다니면서 이것저것 기웃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과연 일반인 스타일링을 하기 위해 거쳐야 할 과정이 무엇인가 하구요.


Q. 취업을 하기 전에 대략적인 방향을 정해 놓으셨던 거네요.


A. 네. 회사에서 일반인 스타일링을 하기 위해 배울 수 있는 수업에 대해 찾아봤는데 별로 없더라구요. 될 수 있는 직업도 한정적이었구요. 제가 처음에 알아봤던 건 대학원이었어요. 졸업한 대학교에 패션 대학원이 있었기 때문에 교수님한테 문의를 하고 상담을 갔는데 그냥 대학원에 들어오라고 하셔서 상담은 감사했지만 그렇게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어요. 두번째는 스타일리스트 학원에 다니면 어떨까 였습니다. 학원을 찾아서 또 상담을 받았는데 패션 스타일링 학원은 옷만 가르치는 것이 아닌 메이크업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부분에 시간을 쓰고 싶지 않더라구요. 배우는 게 안되면 직접 부딪혀 보자는 생각에 이미지 컨설팅이랑 퍼스널 쇼퍼 기사를 많이 찾아봤어요. 둘 다 제가 하고 싶어하는 분야에 꼭 맞는 게 아니라서 이 쪽은 아니라 생각했고 어쨌든 일반인+스타일링 이 두 가지를 가장 많이 접할 수 있는 곳이 어딘가 생각해 봤더니 옷가게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평소에 좋아했던 프랜차이즈 로드샵에서 구인 공고가 났길래 지원을 했습니다.


Q. 패션 관련 구인 사이트를 계속 보고 있었던 건가요?


A. 그 당시에 회사랑 연봉 협상이 잘 안되서 이참에 뜰까 고민 중이었거든요. 그래서 기회를 틈틈이 보고 있었죠. 마침 구인공고가 났길래 지원서를 냈고 연락이 와서 면접을 보게 되었습니다. 


Q. 그 때 기분이 어떠셨어요?


A. 샵마스터 자격증을 따놓길 잘했구나. 그리고 퍼스널 컬러 수업을 듣고 있어서 다행이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두가지가 아니었다면 아마 면접을 보지 못했을테니까요. 면접을 볼 때도 많이 긴장했던 것 같아요. 옷가게 직원을 뽑는 자리였지만 저한테는 옷가게의 취업이 퍼스널 스타일리스트로서의 시작점이라고 생각했기에 단순한 취업이기보다는 새로운 커리어의 시작이었어요. 그래서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약간 벅찬 감정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Q. 그런데 어쩌다 5일만에 그만둔 걸까요?


A. 옷가게에는 총 3명이 일하는데요. 매니저, 부매니저 그리고 사원인 저 이렇게 셋입니다. 다림질이나 바느질, 청소 이런 매장 관리랑 매장에서 매장으로의 옷 배달 등을 사원이 하는데요. 제가 시키는 건 참 잘해요. 그런데 센스가 없어서 뭔가를 알아서 빠릿빠릿하게 하는 건 잘 못하거든요. 옷가게에서 좋아할만한 빠릿빠릿한 직원은 아니었구요. 게다가 매출이나 돈에 밝은 것도 아니었어요. 거기 옷가게가 나름 직원 교육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서 한달 동안은 매장에 출근하기 전 본사에 들러서 1시간인가 교육을 받았는데 거기서 사장님이 전날 매장 매출을 물어보더라구요. 당연히 대답을 못했죠. 서서 일하는 것도, 식사 시간 불규칙한 것도 힘들었지만 제가 제일 못했던 건 판매였습니다. 어울리는 옷을 골라주는 건 잘했지만 안 어울리는 옷을 어울린다고는 못하겠더라구요. 그래서 고민 끝에 월요일에 입사 금요일에 퇴사했습니다. 


Q. 그 때의 기분은 또 어땠을까요?


A. 홀가분했죠. 사실 첫날인가, 이틀인가 일하고 집에 갈 때 버스에서 엄청 울었거든요. 새로운 커리어의 시작이라고 생각했는데 내 맘같지 않으니까 속상하고 이 길도 아닌 것 같다는 막막함에 너무 힘들더라구요. 사실 그 날 뭔가 속상한 일도 있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여우같은 직원이 와야 편한데 곰같은 직원이 나이는 많아가지고 매니저랑 부매니저도 편하진 않았을 거에요. 여튼 그렇게 3년을 매장에서 경력을 쌓고 일반인 스타일리스트로 독립해야 겠다 생각했는데 그럴 수 없겠더라구요. 당장 내일 출근하기가 싫은데 3년을 못 버틸 것 같은 거에요. 그래서 금요일에 사장님한테 말씀드리고 퇴사를 했죠. 그 때의 명동 거리에서의 기분이 아직도 생생해요. 홀가분한데 막막함. 그래도 일단 저질렀으니 또 가보자. 뭐 이런 생각.


Q. 더 물어보고 싶은 게 많은데 다음으로 미뤄야겠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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