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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연 Jul 09. 2022

두렵죠. 왜 두렵지 않겠습니까?

십일라 #1

유튜브를 보다보면 성공한 사람들의 인터뷰가 뜬다. 성공에 대한 욕망을 읽히기라도 한 듯 알고리즘에 대한 감탄도 잠시, 그들의 성공기가 크게 와닿지 않아 창을 닫아 버린다. 성공 모델은 중요하나 나라는 사람과 그 사람이 똑같을 수 없듯 무작정 따라한다고 성공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이 대단해 보이면서도 이내 심드렁해지는 이유는 그들의 성공이 부러우면 부러울수록 그들을 따라하기보다는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으로 회귀하기 때문이다.



일정 수입이 없는 나를 보고 어떤 분이 '두렵지 않냐'고 물었다. 내가 답을 하기 전에 계속 말을 이어가서 답을 하지는 못했지만 이 자리를 빌어 이야기하자면 '나도 두렵다'. 두렵지 않아 보이는 것은 두려워 한다고 그 감정이 동기부여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미래가 두려운 이유는 돈이 없기 때문이다. 저축이 없는 삶. 사람은 모두 늙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젊을 때 돈을 모아두려고 한다. 그래야 나이 들어서 민폐 끼치지 않고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살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게 생각하면 나는 두려워야 한다. 그리고 두렵기도 하다. 성공과 행복의 여부가 돈으로 갈리는 삶. 어느 정도는 맞다. 최소한의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돈은 필요하고 남들과 비슷하게라도 생활하려면 지금의 수입으로는 택도 없다. 1년에 한 번쯤 해외 여행도 가야 하고, 가끔 호텔에 호캉스도 가야 하며, 가족들을 위해 거하게 한 턱도 낼 수 있는 삶. 그리고 미래를 위해 차곡차곡 쌓아두는 미래의 생활금까지. 그런 걸 생각하면 나는 루저에 가깝다. 지금은 큰 돈을 쓸 일이 없기 때문에 다행이지만 그런 날이 온다면 나도 쩔쩔매지 않을 도량이 없다.



그러니 나는 그런 상황을 담보로 지금의 인생을 감수하며 사는 것이다. 돈이 없는 삶도 두렵지만 내가 하는 일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는 삶이 더 두렵다. 그러니 사람은 무엇을 제일 두려워하는지에 따라 직업이 갈리는 게 아닐까 한다. 불안정이 제일 두렵다면 안정이 최우선순위일 것이고, 돈이 없는 게 제일 두렵다면 돈을 많이 버는 게 최우선순위일 것이다. 나는 돈이 없는 것도 두렵지만 일상에서 나라는 사람의 존재감을 찾지 못하는 것이 제일 두렵다. 내게는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나라를 여행하는 것보다 일상을 재미있고 의미있게 사는 게 좋다.



물론 그렇게 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기 합리화에 빠진 것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그렇든 아니든 내가 원하는 일상을 사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곰곰히 생각해봤다. 내 삶이 부럽다고 말하는 그녀의 본심이 나에게는 엄청난 돌려까기로 들렸다. '미래는 어떻게 할 건데?'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나는 할 수 없다. 나도 모르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 뿐이다. 10년을 했는데 안 되면 안 되는 거 아니냐.는 말도 들었다.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 판단 역시 내 몫이다. 남들이 뭐라하건 계속 하고 싶으면 하는 거고, 말고 싶을 때 말면 된다.



잘 곳 있고 굶지 않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잘 곳 있고 굶지 않기만 하다면 당신은 돈 대신에 이런 삶을 선택할 수 있을까? 중요한 건 거기에 있다. 같은 상황에 놓인다고 누구나 같은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다. 대기업 디자이너, 공무원, 대기업 회장까지 삶이 안정적이라고 내가 원하는 일을 한다고 죽을 때까지 쓰고 남을 돈이 있다고 해서 누구나 자기 삶에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자살한 사람들을 보며 현실에 만족하라는 말이 아니라 내 욕망에 충실하면 조금 덜 두려울 수 있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남들과 비교를 통해 자신을 더 성장시키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길은 비교가 어려운 길이고 비교를 통해 채찍질하기 보다는 재미와 의미를 찾는 것에서 힘이 난다. 나이브한 생각이지만 내가 그렇게 생겨 먹어서 어쩔 수 없다. 그래서 고통받고, 그래서 짜릿하다. 내가 생각하는 만큼의 돈을 충분히 벌지 않는 이상 두려움은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내가 감수하고 같이 가야할 두려움이라 생각한다. 돈을 안정적으로 번다고 인생에 두려움(결핍)이 없을까? 그녀에게 말하고 싶다. 나를 부러워(진짜 부러워서 하는 말은 아니겠지만;)하지 말고 본인의 욕망을 탐색해 보라고.



글쓴이

옷글옷글 라이프 코치 이문연

소시민 DNA로 10년차 1인기업 라이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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