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입을 옷 없는 그녀들
매해 입을 옷이 없다고 한탄하는 그녀들을 보면 1) 삶이 변(환경 변화에 따라 필요한 옷이 생김)했거나 2) 몸이 변했거나 3) 마음이 변했거나(입었을 때의 내 모습이 어색해지면 옷이 멀쩡해도 입지 않게 된다) 4) 유행이 변한(남들 다 입을 때는 패션 리더지만 유행이 지나고 입으면 패션 팔로워가 되는 상황) 아이템을 갖고 있는 경우이다. 그래서 최근에 코칭 중인 육아 워킹맘의 옷장에는 5년 이상 되어 보이는 아이템을 꽤 많이 정리했다. 출산 전에 입었던 옷을 정리하지 않고 계속 갖고 있었던 것이다.
나에게 코칭을 신청하는 80% 분들의 공통점은 1) 쇼핑을 좋아하지 않고 2) 스타일에 제약이 없고(직장을 다니건 안 다니건) - 이렇게 후리한 스타일 환경이 옷 입기에는 더 어렵다고 느낀다 3) 옷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정리를 해서건 원래도 옷을 좋아하지 않아 많이 쟁여두지 않아서건) 그럼에도 대한민국 여성(강의/코칭 대상자를 일반화했을 때)의 한 계절 평균 아이템(옷, 신발, 가방 다 합해서)이 6-70가지인 것을 보면 40가지 정도만 갖고 있어도 선방한 것이라 말할 수 있다. 그 정도만 갖고 있어도 미니멀리스트의 대열에 발 정도는 담가볼 수 있는 수준인 것이다.
하여튼 그렇다 하더라도 40가지 중에서 좋아하고 잘 입는 옷의 비율은 반 정도면 많이 쳐준 것이며 그렇지 않은 옷이 더 많다. 옷에 무관심했거나 관심이 있어도 센스가 없고, 쇼핑을 좋아하지 않고, 스타일에 제약이 없으니 고무줄 바지나 고무줄 치마도 1-2개 정도는 기본으로 갖고 있다. 하지만 날씬하지 않는 이상 고무줄이라는 재료의 태생적 쓰임은 44부터 77까지 맞다고 우기는 것으로 판매열을 올리는 마케팅의 산물 아니던가. 그러므로 고무줄이 들어간 옷을 입었을 때 '옷 태'는 다소 만족스럽지 못한 비주얼을 선사한다. 내 몸매가 그렇지 뭘. 이렇게 되는 상황. 아니요. 고무줄 따위에 승복해서는 안된다구요!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이렇게 돌아오느냐 하면 그래서 40가지 아이템도 적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미니멀리스트의 반열에 들기에는 발 정도는 담글 수 있는 수준이며 현재 스타일에 만족스럽지 않고 쇼핑도 자신없는 당신이라면 4가지 아이템 정도만 채워도 꽤 스타일이 마음에 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소주의 옷장이 아니라 최소주의 쇼핑이다. 슬로우 쇼핑이라고도 해두자. 뭔가 트렌디한 용어를 다 갖다붙이면 있어 보일 것 같다. 꼭 필요한 아이템만 채워서 한 계절(3개월 정도) 옷 걱정없이 입을 수 있도록 하는 쇼핑인데 옷에 관심이 없고 센스도 없고 쇼핑은 피곤하다면 한 번의 쇼핑으로 한 계절을 커버하는 쇼핑법이다. 무릇 귀차니스트도 멋은 내고 싶은 법. 한 번의 잘 된 쇼핑은 3개월(한 계절)을 넘어 3년(최소 3년은 입어주는 것이 국룰)을 행복하게 한다.
그래서 너무 많은 옷을 소비하지 않고 스타일에 변화가 필요하다면 4가지 정도만 채울 것을 추천한다. 물론 잘 채워야 한다. 잘 채우기 위해서는 나에게 어울리는 건 기본이고 유행 안 타고 오래 멋스럽게 입을 수 있는 옷인지 판단해야 하며 갖고 있는 옷과의 코디도 체크해야 한다. 퍼스널 쇼핑이 아이템만 짠하고 추천해 비용을 날로 먹는 것처럼 보여도 이렇게 다방면으로 아이템을 고려해 망망 대해 같은 온/오프라인 쇼핑 매장에서 몇 가지 아이템을 선별(큐레이션이라고도 한다)해 밥상에 얹어 주는 것이다. 밥상에 올라온 물고기가 그냥 그물에 걸려 수산시장을 거쳐 온 것이 아니듯 물고기를 잡기 위해 해야 할 준비와 잡고 난 후의 노력과 에너지가 다 물고기 비용에 포함된 것이라 생각하면 쉬울까.
그래서 입을 옷이 없다면 진정 당신이 해야 하는 일은 스타일 컨설팅을 받거나 컬러 컨설팅을 받을 것이 아니라 당신의 옷장에 필요한 아이템이 무엇인지 알려줄 수 있는 전문가를 찾는 것이 먼저다. 티가 나게 홍보하고 싶지는 않은데 결국 대놓고 써버렸구려. 허허. 열심히 찾아본 것은 아니나 패션 유튜버들 역시 스타일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고 그 비용이 저렴하지 않지만 후기를 봤을 때 방대한 PPT 자료로 대신하고 있는 게 느껴진다. 내 스타일에 대한 분석을 30장의 PPT로 받으면 이해가 단번에 되려나. 컨설팅 비용이 20만원이라고 한다면 한 장에 7,000원 정도. 금액이야 어쨌든 의뢰인이 만족한다면 그 컨설팅은 성공인 셈이다. 내가 초기에 스타일 북을 링제본해 제공했던 것이 그다지 효과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지금은 하고 있지 않지만 사람 생각은 다 비슷한가 보다.
그래서 이 글의 결론은 뭐냐. 패션 유튜버들이 잘 나가서 배 아프다는 거다. 영상으로 돈 벌고 컨설팅으로 돈 벌고. 물론 그들의 영상미가 뛰어나고 노력한 값이 조회수로 치환되는 것이야 인정한다. 하지만 스타일 컨설팅까지 하는 걸 보면 나는 샘이 난다. 그렇지만 불혹의 내가 나이값을 하려면 질투는 이 정도로만 하고 글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입을 옷 없는 당신의 옷장은 잘 채우는 것으로 악순환의 방향을 틀 수 있다. 패션 유튜버들의 타겟과 나의 타겟이 겹치지 않는다고 위로한다. 옷에 관심이 없었지만 뭔가 변화가 필요해 관심이 생겼고 쇼핑은 어려워 하지만 나답게 잘 입어보고 싶은 30대, 40대, 50대 여성. 옷을 많이 채우는 것으로 옷장 살림이 나아지지는 않는다. 그녀들의 옷장 살림을 책임지기 위해 오늘도 이런 글로 푸념을 해본다.
글쓴이 이문연
행복한 옷입기 코치
행복한 옷입기 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