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은 어려운 것이다.

by 이문연

미디어에는 패션을 사랑하고 쇼핑을 즐기는 사람이 주로 나온다. 그래서 사람들은 쇼핑이 저렇게 즐거운 것인데 나에게는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생각한다. 그리고 이내 쇼핑을 포기한다. 나는 옷을 구경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지만 쇼핑이 쉽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쇼핑은 단순히 '나에게 맞는 예쁜 옷을 사는 행위'가 아닌, 옷장과 내 라이프 스타일과 취향을 고려해 월척을 골라내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망망대해와 같은 온라인 쇼핑몰과 오프라인 매장에서 나에게 맞는 월척을 골라내는 일이 과연 쉬울까. 미디어에서는 패션을 사랑하는 이들의 성공담만 보여주기 때문에 사람들은 생각한다. '아 패션을 좋아하고 즐기면 실패하지 않는구나.'



착각이다. 패션을 좋아하고 즐긴다 해도 실패하기 마련이다. 어떻게 사람이 늘 성공만 하고 살 수 있으랴. 단지 실패보다는 성공에 초점을 맞춰 보여주기 때문에 좋아하고 즐기면 성공한다 공식에 익숙해질 뿐이다. 좋아하고 즐기게 되면 나에게 어울리고 내 취향에 맞는 아이템을 보는 눈이 더 다듬어지긴 하지만 옷을 구매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그렇게 구매한 옷을 오래오래 잘 입는 것이다. 그러므로 옷 잘 입는 패션 셀럽이 그들의 비주얼로 인해 부러움을 받기는 하나 장기적으로 그들의 쇼핑이 오래오래 잘 입는 '지속가능한 멋' 카테고리에 들어갈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패션 셀럽들은 지속가능한 멋보다는 순간의 멋이 중요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애초에 '지속가능한 멋'이란 고려 대상이 아닐 거란 생각도 든다.



결국 쇼핑이 즐겁고 쉽다라는 개념은 미디어로 인해 전달된 이미지에 가깝다. 나에게 맞고 내 옷장 속 아이템과도 잘 어울리며 오래 잘 입을 수 있는 아이템 하나를 건지기 위해서는 꽤 많은 아이템들을 둘러봐야 하고 실제로 꽤 많이 입어봐야 한다. 그래서 오프라인 쇼핑을 할 때는 옷을 갈아입기 편한 복장이 최고이며 1시간 이상 둘러보는 것에는 꽤 많은 에너지가 소요되는 일이다. 그러므로 '왜 이렇게 쇼핑이 어렵지'하는 생각은 당연한 것이며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특별히 이 분야에 무감각하고 무관심한 사람들은 존재한다. 어떤 사람들은 암기에 약하지만 수학에 강하고, 어떤 사람들은 큰 그림을 보는 것에 재능이 있지만 디테일에는 약하다. 그렇듯 옷이라는 것에 특별히 무관심하고 무감각한 사람들은 하기 싫고 더 어렵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강의할 때 항상 이야기한다. 쇼핑은 어려운 것이라고. 단지 지금까지는 그냥 하나의 옷을 고르기만 한 행위였기 때문에 단순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체계적인 옷생활에서의 쇼핑은 옷장과 코디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단순하지 않다. 그러니 잘 못하더라도 스스로를 자책하지 말기를. 누가 쇼핑이 쉽다고 했나. 아마 앞으로의 쇼핑은 그 무게감으로 더 어려워질 것이다. 쇼핑 환경은 더 좋아지고 쉬워지겠지만 그 주체인 우리는 쇼핑을 쉽게 해서는 안될 것이다. 지금까지 TV에 보였던 방송인들의 패션템으로 가득찬 옷방은 감탄을 불러일으켰지만 더 이상 감탄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내가 입지 않고 앞으로 입을 일도 없으며 재활용의 기회도 없다면 옷방에서 썩어가는 옷은 안타깝지만 쓰레기와 같다. 그러니 앞으로의 세태는 내가 이렇게 많은 쓰레기를 가지고 있다고 알릴 것이 아니라면 많은 옷을 보여주는 행위는 절제되어야 할 것이다.



사실 나도 지금까지 그들의 옷방을 보며 방송인이라서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건 아닌 것 같다. 쇼핑에 드는 시간과 에너지, 노력이 너무 많이 들고 힘들기 때문에 쇼핑을 쉽게 하는 사람을 부러워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쉽게 하면 소중함을 모른다. 무게감은 반감되며 책임감은 옅어진다. 그러니 나는 오히려 쇼핑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내가 구매하는 이 옷과 신발, 가방이 내 삶을 넘어 어떤 영향을 미칠지 한 번이라도 생각해본다면 쇼핑의 무게감은 더해질 것이다. 쉽게 사는 행위는 줄어들고 미디어에는 패션템으로 가득찬 옷방의 출현이 줄어들 것이다. 고로 쇼핑은 어려워야 하며 어렵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



글쓴이 이문연

옷문제 해결 심리 코치

행복한 옷입기 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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