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 코칭 피드백을 하다가 ‘이 옷이 너무 아줌마 같지 않나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나는 ‘나이 들어 보이고 너무 편해 보인다’는 느낌을 ‘아줌마 같다’는 표현으로 함축해 질문했다고 생각하고 이런 의미로 질문한 것이 맞나요?라고 다시 물었다. 여자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저 표현이 좋은 의미가 아니라는 것을. 나 역시 이 표현에 대해 각성한 때가 있는데 미용실에서 머리를 망친 날이었다. 친구에게 ‘너무 아줌마 같지 않아?’ 라고 질문했고 ‘나이 들어 보이지 않아?’라고 질문할 수도 있었는데 왜 ‘아줌마 같다’는 표현을 썼지?’라고 생각하며 여자들이 내 모습이 부정적일 때 보통 ‘아줌마 같다’는 표현을 쓴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줌마 같다’는 말은 언제 많이 쓰일까? ‘나이 들어 보이거나 후줄근해 보일 때 또는 펑퍼짐한 옷 때문에 너무 편해 보일 때’ 많이 쓰인다고 생각한다. 아줌마 같다는 표현을 좋은 쪽으로 사용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줌마 = 부정적 이미지’ 공식이 우리들의 머리 속에 들어와 있는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편하게 입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며 우리는 계속 나이를 먹기 때문에 나이 들어 보이는 나를 자각하는 일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여자가 편하게만 입고 다니는 것에 대해 ‘게으르게 보는 시각’이 있고 아기를 보느라 여러 요인에 의해 가꾸거나 꾸미는 것에 소홀한 여성에 대해 갖는 사회적인 부정적 인식이 ‘아줌마 같다’는 표현에 함축된 것은 아닐까.
아저씨 같다는 말이 상대적으로 많이 사용되지 않는 반면, 아줌마 같다는 말은 우리 생활에서 관용 표현(오랫동안 써서 굳어진 대로 늘 씀. 또는 그렇게 쓰는 것 – 네이버 국어사전)이 되었다. 어떤 단어를 들었을 때 연상되는 이미지가 없을 수는 없다. 자영업자, 대학생, 아줌마, 아저씨, 작가, 기자 등등. 하지만 연상되는 이미지가 부정적인 단어는 별로 없다. 머리를 망치고 나서 저 표현을 쓰면 안되겠다 생각한 이유는 ‘아줌마 같다’는 표현 속의 아줌마를 나도 모르게 폄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줌마란 아이덴티티를 부정적으로 만든 것은 무엇일까? X세대, 밀레니얼 세대, MZ세대 등 한 시대에 존재하는 특정 부류는 미디어를 주도하는 큰 흐름에 의해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사람들에게 전파된다. 전래동화처럼 아줌마 아이덴티티 역시 어느 순간 만들어진 이미지가 사람들의 입을 통해 무의식(아줌마 같다 = ? 공식)으로 자리잡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렸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아줌마가 된 이상 그런 부정적 아이덴티티로 표현되고 소비되는 것을 두고 볼 수는 없다. 한 방에 전달할 수 있는 표현이라 하더라도 그 표현이 누군가를 폄하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면 쓰지 않는 것이 맞다.
관용적으로 쓰이고 있는 표현은 무의식적(습관적)으로 사용하는 만큼 의식을 지배한다. ‘아줌마 같다’는 표현이 부정적으로 사용되는 한 아줌마가 되는 모든 이들은 아줌마이면서 아줌마이길 거부한다. 아줌마란 아이덴티티가 오랜 세월 부정적 이미지로만 소비되어서 아무도 아줌마란 이름의 강에 뛰어들고 싶어하지 않는 것이다. 어쩌면 나이가 들고 그에 맞는 성숙함과 연륜이 자연스럽지 않고 젊어 보이고 날씬해 보이는 것에 급급한 사회적 시선 또한 한 몫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건 어떤 아줌마가 될 것이냐는 물음과 내가 먼저 '아줌마 같다'는 표현을 부정적으로 소비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야 사회 속에 만연한 부정적 이미지에 갇히지 않고 아줌마라는 호칭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글쓴이 이문연
옷문제 솔루션 코치
선순환 옷입기 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