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책을 내자.

두 번째 책 출간은 처음인데요, 1화

by 이문연

@UnsplashAndrew Neel


첫번째 책을 내면 출판사들이 두 번째 책도 내자고 할 줄 알았다. 남들은 그렇게도 잘만 두번째 책을 내던데 역시 스타일북 시장이 좁다는 것을 새삼 다시 느꼈다. 그리고 그렇게 어렵게(인고의 스토리는 ‘저는 책 출간이 처음인데요’라는 전자책으로 출간했으며 필자의 브런치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낸 첫 번째 책임에도 출간되고 나니 세상은 너무 고요하기만 했다. 내가 너무 기대를 많이 했나? 원래 첫 책을 내도 이렇게 아무 일도 안 생기나? 그렇다면 왜 그렇게 책 출간을 종용하지? 하는 무수한 의심과 질문이 머릿 속에 떠올랐지만 막상 이런 이야기를 누구와 나누지는 않았다.


첫번째 책이 13년 12월에 출간되었으니 그 당시는 막 책쓰기 붐이 일기 시작한 때였다. 그러니 누구나 책을 쓸 수 있고 낼 수 있는 시대가 되기 이전이었고 출판사에 투고해 한 권의 책으로 결실을 맺었다는 건 자부심이기도 했지만. 그래서! 그게! 뭐! 어쨌다고. 출간하고 보니 그 동안의 고생이 전자책이라는 콘텐츠로 재탄생되기도 했지만 내가 원했던 개인 코칭 비즈니스로 이어지는 일은 잘 없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스타일북은 연예인 스타일리스트나 패션 잡지 에디터 또는 쇼핑몰 CEO가 쓰는 거라서 일반인 스타일리스트라는 개념이 전무했다. 하지만 더 문제가 있었으니, 나 스스로에 대한 아이덴티티의 혼란이었다.


누구나 첫 책에 거는 기대가 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그저 글을 쓰는 과정이 좋아 썼더니 책이 되었다는 사람도 있겠지만 난 그런 건 아주 드문 케이스라고 보는 편이다. 글에 대한 열망이 있는 사람이라면 내 글이 한 권의 책으로 엮어 나오길 바라는 건 당연하며 그 책이 세상에 나와 이런 역할을 해 주길 바라는 것 또한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랬다. 지금까지의 스타일북은 모델 사진만 수두룩하고 우리가 옷을 어떻게 입고 어떤 마음으로 입어야 하는지를 설명해 놓은 책은 없다고 생각(자만?)했다. 그래서 책을 썼는데 아무 일도 안 일어나잖아!


그래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다짐했다. ‘그래, 두 번째 책을 쓰자!’ 책으로 내려면 글감을 모으고 기획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글감으로 정할까. 두번째 책을 써야겠다 다짐한 시점이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적어도 2년은 지났을 시점이었을 것이다. 책을 정기적으로 내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아무도 출간 제의를 하지 않으니 투고 의지를 불태웠다. 기억이 가물가물한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미니멀리즘, 미니멀 라이프가 막 대세의 발돋움을 하던 시기다. 2012년 출간된 <정리력 하루 15분의 힘>이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곤도 마리에의 책이 2012년부터 꾸준히 번역되어 출간됨으로써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라는 공전의 히트문구는 옷장 정리를 포기할 뻔한 그녀들에게 한 줄기 빛이 되어 주었다.


옷은 사기도 하지만 비우기도 해야 한다. 잘 먹기 위해 잘 비우는 게 중요하듯이 우리의 옷장도 잘 채우기 위해서는 잘 비우는 것이 먼저였다. 일반인 스타일링 책을 썼지만 코칭을 통해 옷순환의 중요성과 옷이 많지 않아도 충분히 잘 입을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고 있던 터라 적은 옷으로 잘 입기 위한 실용서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지금은 없어진 다음 스토리 펀딩에 <지구를 지키는 333 프로젝트>라는 글쓰기 펀딩(어떤 가치를 글로 표현하고 그 가치에 공유하는 사람들에게 펀딩을 받는 프로젝트로 여러 편의 글을 연재해 하나의 스토리로 완성해내는 기간 동안 펀딩이 진행되었다)을 진행했었는데 두 번째 책의 뼈대를 잡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두번째 책의 가제는 <1인 생활자의 옷장>이었다. 그 당시 한창 즐겨 듣던 팟캐스트가 혼밥 생활자의 책장이었는데 1인가구가 증가하는 시점이기도 했고 어쨌든 1인가구의 옷장은 좀 더 가벼울 테니 333 프로젝트와 맞물려 얼추 괜찮은 기획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기획서를 작성하고 출판사에 투고하기 시작했다. 내 책은 실용서이기 때문에 뭔가 궁합이 맞는 출판사에 정성스럽게 투고를 했어야 하는데(사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안 나올 책이 나오지는 않지만) 계속 거절을 당하다 보니 처음의 선택과 집중은 사라지고 화염방사기 마냥 ‘한 놈만 걸려라’ 마인드로 변질? 되었다. 하지만 인생은 참 아이러니하지. 그런 마인드로 얻어 걸린 출판사와 떡 하니 계약을 하게 된다.


ㅣ 초보 티를 뗀 저자의 한 줄 생각

책을 내고 난 뒤에 내 인생이 그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책 한 권을 가진 전문가와 책 한 권이 없는 전문가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종종 도서관에서 강의(개인 코칭이 가뭄일 때 강의 의뢰는 참 고마운 일이므로) 의뢰를 받는데 도서관은 아무래도 ‘책의 유무’가 섭외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강의가 책 존재 가치의 전부는 아니고 저자는 독자 한 명에게 줄 수 있는 영향에 대해 고민하며 책을 집필한다고 생각하지만(여러분은 어떤가요?) 공들여 쓴 책이 서점 구석에 쓸쓸히 있다가 파쇄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