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 같은 계약 스토리

두 번째 책 출간은 처음인데요, 2화

by 이문연

@UnsplashGabrielle Henderson


투고의 방식은 3가지다. 네이버 책에서 내가 내고 싶은 책과 비슷한 책을 고른 후 출판사 리스트를 정해서 출판사 홈페이지를 찾던가 투고 메일을 찾는 것이다. 두번째는 서점에 방문해서 보는 것이다. 서점에 가서 비슷한 류의 책을 고르면 맨 뒷장에 출판사 메일이 적혀 있다. 투고를 받는 메일이라고 적어 놓은 출판사가 있는 반면, 그냥 대표 메일을 적어 놓은 출판사가 있다. 어쨌든 아쉬운 사람은 나이니 적고 본다. 세번째는 지인을 통해 받은 출판사 편집자의 메일 주소이다. 책을 출간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넘쳐나는 요즘 시대에 ‘개인 정보인 듯, 개인 정보 같지 않은, 개인 정보’가 바로 편집자의 메일 주소다.


3가지 투고 방식에서 가장 직빵일 것 같은 지인 찬스를 먼저 쓸 것 같지만 뭔가 ‘제 메일 주소는 어떻게 아신 거죠?’라며 반문하면 더 의기소침할 것 같아 1번과 2번의 방법을 먼저 시도했다. 답은 2가지로 없거나, 출판사 방향과 맞지 않거나의 거절 메일이다. 거절의 메일과 거절의 시간을 세어 보지 않았지만 아마 꽤 많은 시간이 걸렸을 거다. 인연이 닿지 않은 출판사를 아쉬워하는 것보다 인연이 닿을 단 한곳의 출판사를 찾는 것이 더 시급했다. 마지막으로 지인을 통해 받은 출판사 중에 몇 곳을 뽑아 기획안을 메일로 보냈다. 내 책은 실용서에 가까웠고 남아있는 출판사들의 성격은 자기계발서나 인문 서적을 내는 곳이 대부분이라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메일을 보냈다.


자기가 출판사를 차려서 자기 책을 출간하지 않는 한 세상의 모든 저자는 출판사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책을 세상에 함께 내놓을 출판사를 선정함에 있어서 저자의 안목도 중요하지만 출간을 하겠다는 출판사가 2군데 이상 나타나지 않는 이상은 저자도 판단을 잘 해야 한다. 메일을 저장해두지 않아서 정확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한 군데 출판사에서 미팅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런데 출판사가 ‘휴머니스트!’ 그 당시에는 인문 서적을 주로 출간하는 출판사였지만 그 이름만큼 좋은 책을 많이 출간하는 곳이었기에 기대와 설렘이 솟구쳤다. 암요암요- 기꺼이 출판사로 방문드려야지요. 소개팅에서 이상형을 만나면 이런 기분일까. 너무 좋아하는 티를 내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천성이 솔직한 편이라 되면 좋은 거고 안 되어도 실망하지 말자는 다짐으로 출판사를 찾았다.


홍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출판사. 1층에 카페가 있었고 그 지하에는 유명한 저자의 사진과 함께 이야기 나눌 공간이 넓게 자리하고 있었다. 인상이 밝고 환하다는 건 이런 분들을 말하는 거겠구나 생각이 드는 편집자 두 분이 나오셨다. 남성분과 여성분 모두 화려하진 않지만 자기만의 취향이 느껴지는 단정한 옷차림이었다. 사람을 첫 이미지로 판단하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야기를 나눠보면 그 이미지는 인상이 되어 다가온다. 말투, 표정, 대화의 내용은 그 동안 경험한 사람들의 데이터에 의거해 분류되며 상대방이 어떤 사람일지에 대한 지표가 되어준다. 내 머릿 속에 녹색불이 켜졌다. 믿을 만한 사람들, 좋은 사람들, 그리고 좋은 책을 책임(‘저는 책 출간이 처음인데요’에는 각자의 사정으로 그만 둔 3명의 편집자가 나온다)지고 만들 것 같은 사람들이라는 녹색불이었다.


휴머니스트 출판사는 실용서적을 내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출간 기획안을 제출했을 즈음 ‘실용 서적’을 출간할 계획을 갖고 시리즈를 기획 & 저자를 물색하고 있었고 이런 소식?을 아무에게도 알린 적이 없는데 컨셉에 맞는 원고가 1빠로 들어온 것이다. 운명을 믿지 않지만 이건 정말 하늘이 준 기회라는 생각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미팅을 하고 당일 계약을 하진 않았던 것 같다. 계약서를 준비해야 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내 책은 가볍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작은 책으로 제작될 것이라고 했고 일러스트가 같이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첫 책에서 이미지 협찬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는지 생각하면 출판사에서 일러스트 작가와 함께 작업하겠다는 말이 천군만마처럼 느껴졌다. 인세는 조금 줄었지만 일러스트로 인해 좋은 책이 만들어지는 것이 나에겐 더 중요했다.


계약을 하고 나니 더 실감이 났다. 두 번째 책을 낸다고? 내가? 첫번째 책을 낸 것도 너무 신기했는데 무려 두 권의 책을 낸 저자가 된다고 생각하니 올라가려는 어깨를 가라앉히느라 힘이 들었다. 책이 나온 것도 아닌데 벌써 신이 나(아마 규모가 좀 있고 좋은 출판사랑 계약을 해서 더 그런 것이리라) 소문을 좀 냈던 것 같다. 아니, 어디 출판사라고 말은 안 했던 것 같다. 어차피 출판사 이름을 말해도 잘 모를 테니. 중요한 건 두번째 책을 잘 써서 무사히 출간하는 일이다. 그런데 컨셉이 토요일과 일요일 주말동안 옷장 정리를 완수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혼자서 옷장 정리를 잘 할 수 있는 친절한 가이드북! 츤데레 스타일이라 친절한 거랑은 좀 거리가 있긴 하지만 잘 써봐야지 뭐.


ㅣ 초보 티를 뗀 저자의 한 줄 생각

첫 책도 그렇고 두번째 책도 그렇고 내 책이 출간된 것은 부단한 투고의 결과물이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속담의 사람 버전이 있다면 나도 한 101번째쯤 명함을 들이밀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부단히는 말이 쉬워 보이지 계속된 거절을 마주하는 일이다. ‘안 되려나’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되 뇌이는 일이다. 하지만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말이 있었기 때문에 부단히를 버텼다. ‘저기요, 저는 이런 걸 바꾸고 싶어요. 지금 이런 게 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나요?’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던 옷고민과 옷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그런 책이 있다면 저자는 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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