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책 출간은 처음인데요, 3
편집자 분은 한 분이 더 계셨다. 일이 있어 미팅에 늦게 참석했으나 휴머니스트 출판사는 인상을 보고 사람을 뽑나?하는 궁금증이 생길 정도로 세번째 편집자님도 ‘호감형’이라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세 분이 한 팀으로 뭉쳐 책을 기획하고 저자를 섭외하고 책을 만들어 세상에 내놓았지만 내가 주로 소통하는 분은 세번째 편집자분이었다. 출판사와 미팅을 많이 해본 건 아니지만(그리고 사람과의 미팅) 불편하고 티키타카가 잘 안 되는(별로 하고 싶지 않은) 대상이 있는 반면, 내가 뇌를 조종하는 건지 뇌가 나를 조종하는 건지 모를 정도로 사교성?이 발현되는 대상이 있다. 책 출간의 가능성으로 과한 도파민이 나와서일지 모르겠으나 이 세분과는 웃으며 미팅을 마쳤다.
나는 작가 입장만 되어 보았기에 편집자의 입장이 어떤지 잘 모른다. 다른 사람에게 감정 이입을 잘 못하는 편이라 ‘편집자 입장은 이럴 것이다’ 예측해본다면 아마 다양한 작가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작가 특성에 따라 ‘사람을 다루는 일’에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을 것이다. 게다 이미 계약을 한 이상 어떻게 해서든 책을 완성해야 하는 책임을 갖고 있으므로 작가가 별로(계약만 해놓고 원고를 미루는 작가가 그렇게나 많다고……그런데 또 미생의 윤태호 작가도 계약만 하고 3년간 출판사에 원고를 주지 못했다고 하니;;;)라도 어떻게 해서든 끌고 가야 하는 인내심을 가졌을 것이다. 세번째는 주로 메일로 소통하다보니 오해를 부르지 않으면서 전달력있는 소통을 하기 위해 적어도 흰머리 하나쯤은 생기지 않았을까란 추측이다.
원래 이 원고의 제목은 <편집자와의 궁합>이었는데 궁합을 따지고 말 것도 없이 그다지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없다. 둘 다 빌런보다는 시민상에 가까워서 무난한 소통을 했고 그 결과 책도 큰 무리(작은 무리는 있을지언정)없이 나왔다. 그래서 편집자의 세계를 잘 모르는 저자 입장에서 편집자와의 소통의 노하우 3가지를 적어보고자 한다.
1) 궁금한 게 있다면 다시 물어본다.
메일로 하는 소통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같은 문장이라 하더라도 내가 원하는 의미가 잘 전달되지 않을 수 있고 그걸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맥락에 따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므로 궁금한 부분이 있다면 ‘이게 이런 의미가 맞나요?’라고 다시 물어보는 게 좋다. 효율주의자 입장에서 같은 일 두 번하는 걸 정말 싫어하는데 이런 질문은 그런 상황을 방지해준다.
2) 하고 싶은 말은 핵심을 정확하게
가끔 그런 사람들이 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알겠는데 빙빙 돌려서 핵심이 이게 맞나?하고 궁금하게 만드는 사람들. 물론 내가 만난 사람들 중에 그런 편집자는 없었다. 하지만 사담이 아니고 일처리를 하는 것에 있어서는 ‘정확한 의사 전달’이 가장 중요하다. 사람이 생각하는 게 다 다르기 때문에 가급적 핵심을 정확(오해하지 않도록)하게 전달하고 있는지 스스로 물어보고 소통하자.
3) 작가의 시선 + 대중의 시선
작가는 작가의 시선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게 책의 차별화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내용도 대중의 시선을 잡지 못하면 그냥 종이에 인쇄된 글자 그 이상도 아니다. 편집자는 그러한 일이 없도록 작가와 대중의 시선을 적절히 배합해 책이라는 결과물로 이끌어내는 지휘자다. 연주자인 작가가 지휘자를 믿지 않으면 좋은(독자의 공감으로 인한 적정한 판매율) 책이 나오기 어렵다. 나의 시선도 중요하지만 편집자의 요구는 곧 대중의 시선이기도 하므로 좀 더 많은 이들에게 읽히길 원한다면 적정선의 판단이 필요하다.
ㅣ 초보 티를 뗀 저자의 한 줄 생각
원래 이야기가 재미있으려면 빌런도 좀 나오고 고난도 좀 있고 그래야 하는데 내 책의 편집자분들은 빌런보다는 히어로에 가까운 인상이라 그런 스토리는 불가능하다. 나 또한 머리를 싸매고 어떤 에피소드가 있었지? 떠올렸지만 딱히 독자들과 공유할만한 내용이 없어서 내가 느낀 ‘소통법’을 정리했다. 무인도에서 혼자 살아가지 않는 이상 우리는 매일 소통하며 살아간다. 내고 싶지 않은 책을 낼 뻔한 순간에 과감?(사실 위약금 낼 돈만 있으면 언제든;;)히 계약 철회를 한 적도 있고, 편집자의 말만 믿고 책 출간에 소극적이었던 적도 있다. 중요한 건 소통도 하다 보면 는다는 것이다. 나에게 중요한 건 소통을 하고 싶은 사람이냐, 아니냐였다.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소통하려 노력했고 아니라면 소통을 종료했다. 누군가에게는 별거 아닐지 몰라도 나에게 중요한 건 마음이 가는 사람이냐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