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책 출간은 처음인데요, 10화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작가’라는 호칭은 참 기분이 좋다. 아마도 ‘지적 허영심’(똑똑해 보이고 싶은 욕망이 좀 있음. 물론 책을 냈다고 다 똑똑한 것은 아니지만;;)을 일부분 채워줘서 그런 것 같고, 한 권의 책을 쓰고 출간하는 것이 아무나 할 수 없는(지금은 좀 달라졌지만) 일이라는 자부심도 있는 것 같고, 사람들에게 글로 영향을 준다는 ‘사회적 영향력’에 대해 인정받는 느낌이라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첫 책을 내기 전에도 책을 내서 꼭 작가가 되고 싶었다. 요즘에도 브런치에는 작가(단행본) 입성을 꿈꾸는 많은 이들이 작가라는 타이틀로 다양한 글을 세상에 내보이고 있다.
하지만 두번째 책을 출간했어도 ‘작가’라는 아이덴티티는 여전히 먼 그대같달까. 작가라는 호칭이 기분이 좋고 꼭 갖고 싶은 것이긴 했지만 작가가 되고 나서 나는 그 호칭을 잘 사용하지 않았다. 분명 책을 내면 작가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스스로를 ‘작가’로 소개하기가 민망하다는 유명 작가들을 보며 나는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하는지 고민도 되었다. 어떤 한 분야에 대한 글을 써서 꾸준히 독자들과 만나고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 것으로 ‘작가’이고 싶기는 했으나 나의 본캐는 작가는 아니었다. 내가 책을 써야겠다 마음먹은 이유도 내 일을 더 알리고 잘하고 싶어서였다. 그래서 첫 책을 썼고, 그러한 동기부여가 두번째 책으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본캐로서의 혼란은 없냐. 그것도 아니었다. 나는 일반인 스타일링으로 시작해 옷을 통해 개인의 매력을 드러내주고 싶다고 외쳤지만 내가 옷을 잘 입는 것도, 패션에 지대한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옷을 통해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게 좋았고 그러다보니 옷고민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돕는 수순으로 일이 발전해갔다. 그러다보니 옷으로 인해 발생하는 고민과 문제를 해결하는 전문가로 포지셔닝되었고 ‘주말엔 옷장 정리’라는 책으로 인해 어느새 미니멀과 캡슐옷장에 관한 강의가 필요할 때면 연락이 왔다. ‘스타일, 인문학을 입다’를 출간했을 때는 <인문학적 관점에서의 옷입기>로 강의 요청을 받았는데 이제는 <심플 라이프를 위한 캡슐옷장 만들기> 강의 요청을 받게 된 것이다.
자기 브랜딩을 위해 책을 출간하는 사람들에게 책은 중요한 수단이다. 나 역시 책을 내지 않았다면 강의 섭외를 받지 못했을 것이며 내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줄 기회도 적었을 것이다. 하지만 강의를 하면서 나는 끊임없이 내가 가는 방향과 섭외 컨셉의 방향이 맞는지를 의심하고 맞춰야 했다. 적은 아이템으로 충분하게, 옷 걱정없이 오래오래 멋스럽게 입는 것이 내가 지향하는 방향은 맞다. 하지만 그게 ‘캡슐 옷장’이라는 거대한 트렌드에 휩쓸리는 순간, 내가 지향하는 바가 그 쪽이라 가는 건지 아니면 트렌드라서 하게 되는 건지 헷갈리는 순간이 온다. 파도의 방향과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맞다면 파도에 몸을 맡기면 된다. 그렇다면 힘들이지 않고 쭉쭉 뻗어나갈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못했다. 트렌드에 순응(일견 비슷한 부분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하면서도 계속 의심했다. ‘이렇게 가는 게 맞는 거야?’
회사에 속하지 않고 내 일로 밥벌이를 하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다. 그렇게 10년이 넘었고 출판사에서 출간한 단행본이 4권, ‘기본의 멋’이라는 전자책도 썼다. 하지만 여전히 이러한 책들이 개인 코칭으로 연결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러니 책을 내고 내 일이 조금 더 잘 될 거란 판단은 나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 책은 책대로 독자들과 만나는 것이고 일은 책에 의지하지 않고 내 스스로 잘 되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래서 책 출간 후 달라진 것이 있냐고 묻는다면 책 2권 낸 저자가 되었다는 것? 그리고 나에게는 특강(일방향 강의 형식)이 아닌 워크숍(쌍방향 강의x실습 형식)이 더 맞다는 것? (그래서 특강은 워크숍으로 돌리거나 거절한다) 라디오에 두 번이나(정관용 & 김경란) 섭외된 것? 그리고 여전히 나는 밥벌이가 어려운 무명의 작가라는 현실.
ㅣ 초보 티를 뗀 저자의 한 줄 생각
솔직히 나도 ‘여러분, 저 잘나가요~’라고 쓰고 싶었다. 책을 몇 권 낸 저자라는 것과 아주 바빠 보이는 블로그를 보면 나를 직접적으로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부러운 삶일 수도 있다. 그리고 약간의 가식과 허세를 섞어 ‘책을 출간하면 이러한 것들이 좋고 삶은 이렇게 달라진답니다~’라고 쓸 수도 있었을 것이다. 잘 나가고 싶지만 거짓말은 못하는 사람이 나다. 그런 거 보면 내 일이 잘 되지 않는 것이 이해를 넘어 머릿 속에 쏙쏙 박힌다. 공작새 같은 사람들이 즐비한 곳에서 나는 코끼리 같은 느낌의 꾸밈 귀차니스트이자 선순환 스타일 코치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내 길을 간다. 건강한 멋을 알리고 코칭하고 교육하는 유일무이한 코치이자 작가로. 알아주지 않으면 어떠랴. 너만 손해지 뭐. ㅋㅋㅋㅋㅋㅋ(이런 허세는 좀 있음)
* 마지막 글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프롤로그와 번외편, 에필로그를 묶어 전자책으로 출간되었습니다.